시민교육 ‘디 벨레’ 감상문 - 독재의 매력, 마력 그리고 소름끼침
고등학교 시절까지 ‘독재’는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를 억압하는 나쁜 정치 체제이며, 따라서 ‘독재’는 반드시 부정되어야 한다고 배워왔다. 특히 광주에서는 독재에 대한 반감이 심하였고 5.18 국립묘지를 여러 번 다녀오며 독재 체제가 얼마나 많은 희생과 상처를 낳았는지 실감하였다. 다시 말해, 지난 20년간 나는 주로 독재 체제가 어떻게 사람들을 아프게 하였고 왜 많은 사람들이 독재에서 민주주의로 나아가기 위해 애썼는가? 등의 질문만을 던졌다.
하지만‘디 벨레’와 EBS 지식채널 e의‘환상적인 실험’은 어떻게 사람들이 ‘독재’에 미쳐가는 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환상적인 실험’에서 ‘파도’집단의 지도자를 소개하는 장면에서 아돌프 히틀러의 얼굴이 비추어졌을 때는 상상도 못했던 공포와 소름끼침이 몰려왔고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그 공포가 여전하다. ‘디 벨레’에서 학생들은 새로운 공동체에서의 소속감, 그들만의 규율과 문화, 그리고 결정적으로 타 집단을 배척하며 더욱 끈끈해지는 내적 결속에 상당한 만족감을 느낀다. 또한 디 벨레는 일주일 사이에 30명에서 200명으로 규모가 늘어나는데 이는 집단이 휘두르는 권력이 막강함을 느낀다. 여기서 교사 역할의 벵어는 디 벨레의 지도자 역할, 즉 독재자로서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해내며 자신조차도 이같은 체제에 잠식되어간다. 마지막에 벵어는 디 벨레의 해산을 선언하였으나 디 벨레는 견고하였고 팀이라는 학생이 총으로 자살을 하는 것으로 영화는 끝난다. 이 장면에서 느낀점은 독재 체제가 단순히 지도자에 의해서만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람들의 독재를 유지, 존속시키고자 하는 열망이 그 체제를 이끌어나가는 원동력이 아닌가싶다. 다시 말하면 독재는 다름아닌 ‘우리’가 원해서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나는 개인들이 모여 만들어진 집단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이 단순히 개인의 정체성의 합 이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개인이 자신의 본래의 ‘정체성’과 상관없이 집단의 정체성을 습득하게 될 경우 평범한 사람이 엄청난 학살을 저지르는 악의 평범성과 같은 일들은 얼마든지 가능하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나치즘에서 그러한 현상들을 분명히 목격하였다.
교수님께서 시민 교육 수업시간 때 요즈음 독재자의 2세들이 정권을 잡는 경우가 세계 여러 나라에서 발생한다고 하였다. 이 사실을 오늘 내가 본 영상과 연관시켜 보면 독재자의 2세가 최고의 권력을 쥐게 한 데에는 과거 독재 정권 시절에 대한 향수를 느끼는 사람들이 큰 영향을 끼친 것 같다. 그렇다면 만약 그 독재자 2세가 새로운 독재 체제를 꿈꾸며 독재를 환영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집단을 조직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그 조직은 디 벨레처럼 내적 결속이 단단할 것이다. 또한 다른 이념,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철저하게 탄압할 것이며 일반 사람들이 자신의 집단에 합류하도록 회유, 협박, 폭력 등의 방법을 사용 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 규모는 점차 커지며 더욱 많은 사람들이 집단에 합류하여 결국 이것이 다수의 의견이 된다.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며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게 되는데, 그렇다면 민주주의의 방식으로 독재를 정당화하고 합리화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요컨대 민주주의가 독재를 낳는 게 얼마든지 가능해 지는 것이다. 특히나 독재자의 2세가 최고의 권력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면 훨씬 더 쉽게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이 디 벨레를 감상하고 나서 우리나라의 교육 제도가 이와 같은 모습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실제로 디 벨레처럼 우리나라 중, 고등학생들은 교복을 착용하여 그들의 소속을 표시하고, 교칙이라는 규율을 따르도록 강요받는다. 확실히 이러한 점들을 보면 우리나라의 교육 제도는 관점을 달리해서 보면 독재 체재가 수월해지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하지만 교육 제도가 그럴지는 몰라도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학생들은 비정상적인 교칙에 반발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저항을 하고,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기 위해 부단하게 애를 쓰는 모습을 보인다. 내 생각에 이러한 모습들이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과 얼추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획일적인 사고와 규율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생각을 정립하여 이를 표출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학생들의 사소한 노력이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밑거름이 된다고 생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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