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1973년의 핀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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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서평 1973년의 핀볼에 대한 자료입니다.
본문내용
1973년의 핀볼
나름 책을 많이 읽어왔다고 자부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는 말이 있듯이 하루키는 나에게 있어 너무 큰 기대감이자 동시에 섣불리 다가갈 수 없는 두려움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미식가들이 TV에 나온 맛집은 일부러 찾아가지 않는 다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그래서 그런지 오히려 그나마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인 『1973년의 핀볼』이라는 작품을 택했다. 또 하루키의 자전적 소설이라는 점에서 더욱더 눈길을 끌었다.
이 이야기는 2개의 부분과 2사람에 관한 것으로 되어있다. 1969-1973년의 ‘나’의 이야기와, 1973년의 ‘나’와 ‘쥐’의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첫 부분에서 ‘나’는 단지 이야기를 듣기 좋아하는 사람으로 소개되어 있다. 특히 토성에 사는 사람과 금성에 사는 사람이 들려주었던 얘기를 기억에 남는 것처럼 얘기하고 있는데, 사실 그것은 자신의 과거이자 동시에 피하고 싶었던 현실이었다. 학생운동을 하던 시절(토성에 사는 사람이 들려준 이야기)과 나오코와의 사랑을 나누던 시절(금성에 사는 사람이 들려준 이야기)은 ‘나’의 인생에서 특별한 기억이지만 여전히 ‘나’의 삶을 지배하고 있었다.
먼저 ‘나’는 죽은 나오코가 한 말을 4년이 지나버린 후에도 기억해 그녀의 고향을 찾아갈 정도로 그녀의 기억에 사로잡혀 있다. 그녀의 고향에 가서도 ‘나’는 떠나가지 않는 그녀 때문에 슬퍼하며 집으로 돌아오는데, 어느새 ‘나’의 집에는 쌍둥이 자매가 와 있었다. 쌍둥이 자매는 이름도 어디서 온지도 모르지만 ‘나’와 잘 지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죽은 나오코의 벽이 ‘나’와 쌍둥이 자매를 막고 있어 쌍둥이 자매는 결국 ‘나’의 마음으로는 들어오지 못한다. 어떻게 보면 쌍둥이는 너무 외로워서 ‘나’가 만들어낸 허구의 인물인 것처럼 보인다. 또 현실에 대한 괴리감이자 외로움의 실체로도 보인다.
나오코의 기억으로 ‘나’의 시간은 과거 어느 한 시점에서 멈추어 버렸다. 그래서 친구와 함께 번역 일을 만족스럽게 해내면서도 맞지 않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느끼고, 배전반을 고치러 온 아저씨에게도 어색함을 느낀다.
‘나’는 나오코가 죽은 뒤에 한동안 핀볼 기계에 미쳐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사라져 버린 핀볼 기계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어느 양계장에서 핀볼 기계를 찾게 된다. ‘나’는 스위치를 올려 죽어버렸던 핀볼 기계들에게 다시 생명을 부여한 후, ‘나’가 찾던 [스리 플리퍼 스페이스십]이라는 이름의 핀볼 기계안의 여자와 대화를 한다. 하지만 그것은 결국 ‘나’와 나오코와의 대화였다. ‘나’는 나오코를 떠나지 못했던 그 간의 삶에서 이젠 현실을 인정하고 나오코의 기억을 잊겠다는 의미를 핀볼 기계를 찾는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다. 그러고 나서 ‘나’는 ‘나’의 삶을 지배하고 있던 나오코의 기억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결국 핀볼은 ‘나’에게 있어, 연인이었지만 일찍 죽은 나오코를 대신하는 기계이었던 동시에 나오코를 완전히 떠나보낼 수 있게 한 존재인 것이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쌍둥이 자매도 ‘나’의 곁을 떠나게 된다. 현실에 대한 괴리감과 외로움도 동시에 사라져 버린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의 이야기는 그나마 이 어려운 소설 속에서 방향을 어느 정도 잡을 수 있었는데, ‘쥐’의 이야기는 정말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쥐’도 ‘나’와 마찬가지로 과거의 덫에 갇혀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인물이었는데, 중국인 주방장 제이와 대화를 나누면서 항구마을을 떠나고자 하는 마음은 있지만, 떠나겠다는 결단은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건축기사인 여자와 관계를 가지면서 ‘쥐’는 부드러움과 성실함에 사로잡히고, 결국 떠나려던 결단은 그녀와 제이를 떠나면서 이뤄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