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의 ‘칼의 노래’는 워낙 유명한 책이다. 책이 출간된 2001년에는 동인문학상도 수상했다. 그러나 내가 이 책을 알았던 때는 출간된 2001년이 아닌 불멸의 이순신이라는 드라마가 방영되고 난 몇 년 후였다. 이 드라마가 방명될 때 드라마의 인기는 정말 선풍적이었다. 그 당시 10살이던 나도 주말이 되면 아빠를 따라 열심히 드라마를 보던 것이 기억이 난다. 그 무렵 나는 정말로 그 드라마에 빠져 있었고 나이가 많지 않았던 나는 그저 드라마를 보고 즐기는 것이 끝이었다. 그러다 언젠가 칼의 노래라는 책에 대해서 들은 적이 있다. 그 계기는 아마 ‘불멸의 이순신’이라는 드라마가 되었던 것 같다. 이순신 장군에 대한 책하면 난중일기가 가장 먼저 떠오르던 그 때 칼의 노래라는 책이 있다고, 아주 유명한 책이라는 얘기를 듣고 나서 부턴 왜인지 모르게 이순신하면 칼의 노래라는 책도 떠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칼의 노래를 알았을 땐 나는 이 책을 읽지는 않았다. 언젠간 읽어보겠지 하면서도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어도 읽지 않았다. 항상 학교 도서실, 동네 도서관에 가면 있던 책이었는데 이상하게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러다 이번 기회에 드디어 그 유명한 칼의 노래를 읽어보게 되었다.
칼의 노래 첫 페이지를 딱 폈을 때, 이 책은 내가 평소에 읽던 소설책과는 다르다는 느낌이 확 들었다. 문체며, 어휘 선택 등 여러 가지가 내가 평소에 접해보지 못했던 것들이었다. 이 순간 나는 ‘아, 이젠 내가 조금 더 수준이 높은 책을 읽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이 그래도 실존인물, 사건들을 배경으로 한 책이라 내가 알고 있는 해전, 대첩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 갈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책의 시작은 이순신의 백의종군시기였다. 그 유명한 한산도 대첩에 대한 이야기는 이순신의 회상으로 잠깐 언급되었을 뿐 자세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이 책은 이렇듯 내가 상상했던 방향과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어갔다. 이순신의 백의종군시기부터 그가 노량해전으로 전사할 때까지가 이 책에 서술되었다. 칼의 노래의 줄거리에 대해 잠깐 얘기하자면 이순신은 정유년 조정을 능멸하였고, 조정에 명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백의종군에 처해진다. 이순신은 도원수 권률의 밑에서 백의종군했고, 얼마 후 이순신의 후임이었던 원균이 칠천량 해전에서 대패를 하자 다시 삼도수군통제사에 임명되었다. 그 후 이순신은 전열을 가다듬어 전선 12척과, 협선 10여척을 가지고 명량해전에서 승리를 거둔다. 그리고 마지막 일본군이 일본으로 후퇴할 때 그 바닷목을 막아서서 노량해전을 치르다 전사한다. 이 네 문장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은 간단히 요약된다. 하지만 이 책에는 전쟁의 전개 내용보다는 이순신이란 사람에 대한 이야기와 전쟁 중 백성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또한 요약하기엔 아까운, 너무나 가슴에 와 닿는 말이 많았고 내가 몰랐던 사실도 있었다.
첫 번째, ‘칼의 울음’이라는 장에서 전장에서의 실적을 보고하기 위해서 일본군은 죽은 적의 코를 베어 상부에 바치고, 조선군은 목을 베어 상부에 바쳤다는 사실이 나와 있었다. 하지만 이 때 적의 코, 목만을 베어 바친 것이 아니라 조금 더 큰 공을 세우고 싶어 아군의 코와 목 또한 베어 바쳤다고 했다. 나는 이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전쟁 중이면 아군, 적군 잘 구분하지 못하고 아무나 죽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종종 해왔었지만 이런 생각은 못해봤다. 어떻게 보면 후자보다 전자가 더 가능성 높았던 것인데 나는 왜 그렇게 생각을 했는지 나도 의문이다. 이것이 내가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이었다.
두 번째, 전쟁 통에서의 임금은 참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적이 침입해왔을 때 임금이 한일은 피난 다니는 일 뿐이었다. 한양에서 개성으로, 개성에서 평양으로, 평양에서 의주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양으로 복귀. 전쟁은 장군들이 했고, 백성들이 했고, 승려들이 했고, 노비들이 했다. 임금은 그들을 지원하기는커녕 그들이 자신의 자리에, 위엄에 누가 될까 두려워했다. 이 책의 작가는 이를 ‘식은땀’이라는 장에서 나온 ‘임금은 장수의 용맹이 필요했고, 장수의 용맹이 두려웠다’라는 구절에 참 잘 표현해냈다. 나는 이 구절이 마음에 들었다. 이 구절의 내용자체가 마음에 들었다고 하기 보다는 이 구절을 상황에 맞게 쓴 작가가 존경스러웠다. 임진전쟁 때의 임금은 딱 그러했기 때문이다. 이순신을 삼도수군통제사에서 파직시킬 때에 임금은 그의 용맹이 두려웠던 것이고, 그를 복직 시킬 때는 그의 용맹이 필요했던 것이다. 또한, 임금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도 없었다. 임금은 뭐든지 원하기만 하였다. ‘더듬이’라는 장에서 이순신은 마지막으로 적의 육군, 수군 전체와 싸울 준비를 하는데 임금은 ‘왜 적들을 공격하지 않느냐, 적들에게서 빼앗은 조총은 한양으로 보내 거라. 한양근처에는 종이를 만들 나무가 없으니 그곳에서 종이를 만들어 보내 거라.’라고 하는 등 이순신을 보채기만 하였다. 나는 이 장을 보면서 임금이 정말 너무나도 한심하고 무책임해 보였다. 이러한 임금을 모시는 이순신이 불쌍하게 느껴졌다. 또한 임진전쟁 초반에 중종릉과 성종릉이 일본군에 의해 파헤쳐 졌었다. 지금도 조상님의 묘가 파헤쳐진다며 이루 말할 수 없이 화가 나겠지만 그 당시에는, 그것도 왕실에서 그런 일이 이러났다는 것을 정말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화가 나고 그렇게 만든 사람들을 당장 잡아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때도 임금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저 도망 다니기만 했다. 그러나 전쟁중반쯤에 신하들에게 다그쳤다. 능을 그리 만든 사람들을 잡으라고 다그쳤다. 자신의 조상님의 능을 지키지 못한 것은 자신인데 누구에게 책임을 전가하는가? 게다가 명에서 조선의 전쟁을 도와준다는 명목으로 파견된 진린 장군이 이순신을 도우러 내려오지도 않고 강화도에 죽쳐 앉아서 유희나 즐길 때 그들을 말릴 생각은 못하고 오히려 그들의 유희를 도왔다. 백성들은 먹을 것이 없어서 죽는데 그것이 임금이란 자가 할 일 인지 참 어이가 없었다. 그렇게 모든 상황을 지켜보면서 임금은 울기만 했다. 자신이 일으킨 일을, 아니 자신의 나라에 일어난 일을 수습할 생각은 안하고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 슬퍼하고, 안타까워했다. 벌어진 일을 수습하는 것은 모두 다 죄 없는 백성들의 몫이었던 것이다. 여기서의 임금은 현대시대의 무능력한 리더를 떠올리게 했다. 과거나 현재나 무능력한 리더는 존재했으면 그에 피해를 입는 것은 그들이 아니라 그들 밑에 있는 사람들이다. 때문에 과거에는 사람들이 리더를 뽑을 수 없었지만, 리더를 뽑을 수 있는 지금은 정말 신중히 리더를 뽑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세 번째, 전쟁 중 백성들의 삶에 대해 알 수 있게 되었고,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내 생각으로 전쟁 통에 사는 백성들은 매일이 힘들고 우울할 것 같았다. 그러나 전쟁은 매일같이 하는 것이 아니고 임진 전쟁 때도 전쟁이 심하게 일어났던 것은 임진년과 정유년 일뿐 계사년과 무술년에는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심한 전쟁을 치루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전쟁 통이다 보니 평소보다 식량을 확보하기도 어렵고, 전염병이 돌기도 쉬울 것이다. 하지만 ‘비린안개의 추억’이라는 장에서 나오듯 전쟁 중에도 보리농사가 풍년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전쟁 중에도 전투가 없이 긴 시간이 흐르면 백성들은 활기를 찾았고 5일장도 열렸다. 이는 6.25전쟁 와중에도 그랬을 것 같다. 6.25전쟁도 처음 1년 정도만 전국에서 전쟁이 일어났지 끝 무렵에는 거의 다 국지전이었다고 한다. 이것들은 내 생각과 다른 일부였고, 사실은 내 생각과 같았던 상황이 더 많았다. 매번 전투가 일어나지 않아도 과거에는 농사짓는 것이 지금보다 더 어려워서 식량난도 심할 때가 더 많았고, 시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여 시체 썩은 냄새 또한 많이 났으며 역질과 같은 전염병이 창궐하여 전염병으로 죽는 백성들도 아주 많았다. ‘비린안개의 추억’이라는 장에서 나온 내용과는 달리 ‘밥’이란 장에서는 겨울에 먹을 것이 없어 일반 군인들은 하루에 한 끼 밖에 먹지를 못하며, 심지어 하루에 한 끼 먹는 밥도 조금밖에 먹을 수 없었다고 한다. 군인들 사정이 이러했으니 백성들의 사정은 어땠을까? 모르긴 몰라도 아마 군인의 몇 배는 심했을 것이다. 그리고 백성들은 아주 많은 수가 일본군에게 포로로 잡혀갔다고 한다. 이 책에서 조선의 수군과 싸우는 일본의 수군 중에 노를 젓는 사람들은 포로로 잡혀간 조선인이 많았다고 했다. 같은 민족끼리, 혹시 같은 마을에서 살았을 수도 있는 이웃들끼리 총을 겨누고 그들이 죽지 않으면 내가 죽기 때문에 죽기 살기로 싸웠을 것이다. 그 때 일본군에 포로로 잡혀간 백성들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자신이 살기 위해 민족을 죽이는 그 심정을 나는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이 부분에서도 6.25전쟁이 생각났다. 나는 당연히 두 전쟁을 겪어보지 못했고 그저 글로만 전해 보았고 들었다. 6.25전쟁 때 어떤 분은 한국군이었다가 인민군이었다가 또 한국군이었던 적이 있다고 했다. 이를 보면 과거나 지금이나 전쟁은 다 유사한 것 같다. 포로로 잡힌 사람은 자신을 포로로 잡은 쪽에 소속하므로 자신이 원래 소속되었던 곳을 겨냥하여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매번 발생할 것 같다. 이런 와중에 자신의 가족을 만나면 기분이 어떨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태극기 휘날리며’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여기서의 상황이 딱 그러했기 때문이다. 6.25전쟁을 배경으로 만든 영화이고, 이 영화에서 형제가 적으로 만났기 때문이다.
네 번째로는 이순신이라는 사람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 볼 수 있었다. 내가 생각했던 이순신은 완전 영웅적이 사람이었다. 일반 사람과는 차원이 다른 용맹함과 충심과 애국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생각이 바뀌었다. 그도 분명히 전쟁이 두려웠을 것이다. 죽음 또한 두려웠을 것이다. 전장에서 도망치고 싶은 적도 있었을 것이다. 그 또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는 일반사람들보다는 조금 더 용맹하고, 조금 더 많은 충심과 애국심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며, 전장에서 적응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 일도 없는 바다’라는 장에서 나온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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