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문 낭만적 사랑과 사회 낭만적 사랑과 사회 줄거리 낭만적 사랑과 사회 독후감
이 사회에 낭만이 남아 있을까. 사랑이란 것이 있을까. 이 소설을 읽고 난 후에 내 머릿속에 가장 먼저 든 생각이었다. 몇 해 전만해도 국화꽃 향기라든지, 그 남자 그 여자와 같은 순수한 사랑 이야기를 읽으며 사랑은 정말 마음을 필요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그런 사랑마저도 이런 시각으로 비춰지는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해졌다. 이러한 세태를 모르고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이 소설에서는 사랑이란 것도 철저한 계산에 의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엄밀히 말하자면 여주인공의 행동들을 사랑이라고 말할 수 없다. 이 여자에겐 그저 자신의 답답하고 불만족스러운 현실을 벗어나기 위한 수단을 찾을 뿐이다. 그 수단을 찾기 위해 이 여자는 여자의 순결을 꺼내놓은 것이다. 이 여자는 순결을 끔찍이도 생각하면서 고무줄이 헐렁하게 늘어나고 누렇게 물이 빠진 면 팬티를 자신의 마지막 보루라고 생각한다. 만약, 언제라도 순결을 내어주어야 할 상황이 생길 것을 생각해 항상 실크 팬티만을 입는다면 이 여자는 순간의 욕망에 이끌려 의대생이지만 보잘 것 없는 상우에게도, 지방 캠퍼스를 다니지만 스포츠카를 가지고 있는 민석이에게도 순결을 내어주었을지도 모른다. 이것은 마치 완벽한 조건을 가진 사랑을 위해 자신의 욕망까지도 억제시키기 위한 일종의 방어막인 것이다. 그러나 방어막은 임시방편일 뿐이었다. 이 방어막이 깨진 건 집안, 학벌, 재산면에서 모든 것이 완벽한 남자를 만났을 때이다. 방어막을 걷어내고 여자가 그토록 소중히 여기던 순결을 내주었다. 유리가 깨진 것이다. 여자는 그 어떤 물질적인 것보다도 위대한건 여자의 순결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남자가 여자에게 샤넬 백을 건네준 순간, 여자의 순결은 샤넬 백과 같은 가치를 가지게 된 것이다. 결국, 이 여자가 그토록 아끼던 순결이 샤넬 백 하나에 맞바꿈 되었다는 것을 느끼자 그녀는 그에게 바쳤던 순결은 그를 사랑했기 때문이라고 여기며 현실을 피하려고 한다. 그녀는 신분상승을 꿈꾸며 자신의 무기인 순결을 꺼내놓았지만 이것이 예상치 못하게 실패하자 그녀는 절대적으로 믿지 않았던 사랑을 운운한 것이다. 난 같은 여자로서 이 여자를 동정했고, 비참함과 함께 안쓰러움을 느꼈다. 모든 것을 허무하게 만들어버린 그녀의 순결에 대한 삶을 노골적으로 표현해 씁쓸함이 더해졌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신선하다고 생각했었던 것은 직설적이고 노골적으로 현실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뿐만 아니라 글 아랫부분의 주석이었다. 보통, 소설에서는 주석을 잘 달지 않을뿐더러 주석은 대게 객관적인 정보만을 제공한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는 주석을 많이 사용하고 주석에서조차도 글쓴이의 생각이 담겨져 있어 이러한 부분도 단순히 글의 이해를 위한 보충적인 부분이 아니라 전체적인 글의 형태에 영향을 주어 냉소적인 분위기를 이끌었던 것이다. 시인 이상이 시 속에서 띄어쓰기를 하지 않아 내용뿐만 아니라 시의 형식 속에서도 답답함을 주었던 것처럼 말이다.
이 여자에게 진심이라는 것은 없다. 그저 겉으로 보이는 물질적인 것들만이 자신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리바이스 청바지, 베니건스, 투스카니, 하얏트 호텔 등의 단어를 쓰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이 여자를 계산적이고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비판 할 수 없는 건 이게 거부할 수 없는 현실 세태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현실을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는 이들에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미 넘치던 사회는 이미 지나가고 없다. 그렇다고 해서 현실을 인정하고 순응하라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세속적이고 이기적인 사회에 젖어있는 사람들에게 과감하게 직설적으로 현실을 보여주며 터닝 포인트를 마련해준 것이다. 이 지점을 반환할 수 있는 것은 현대 사회의 인간들 뿐이란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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