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정치란 내가 생각하는 정치 견해 내가 생각하는 정치 소개
아직도 기억에 또렷이 남아있다. 고등학교 2학년 여름, 동아리 사람들과 함께 한·미 FTA 반대 피켓을 들고 광화문 거리엘 나갔다. 탑골공원 앞 신호등 3개가 교차하는 지점, 물밀듯이 쏟아지는 사람들을 향해 내가 처음으로 외친 정치 구호였다. 아이들이 관심을 가지며 FTA가 뭐냐고 묻기도 하고, 힘내라고 시원한 음료를 사주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인자하게 생긴 할아버지께서 무얼 하느냐고 물어보셨다. 성심성의껏 친구들과 공부한 이야기를 해드렸다. 할아버지는 갑자기 표정을 굳히면서 "북한 놈들 좋아하는 빨갱이아녀?"라며 언성을 높이셨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굳어진 표정으로 돌아보던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그 후 정치적이든 무엇이든 내 생각을 표현하는 것을 꺼려하게 되었다. 두려워하게 되었다. 단순히 빨갱이라는 말이 싫어서가 아니었다. 할아버지께 성난 목소리를 들어서도 아니었다. 정치 이야기를 가볍게, 또는 유쾌하게 논할 수 없는 한국의 현실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왜곡된 정치관으로 물든 사람들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한국 전쟁, 그리고 경직된 정치
한국 전쟁이 발발하고, 작은 땅덩어리가 두 동강이 난 후 갖은 공세와 선전이 이어졌다. 이것이 정치였다. 반공 교육이 이어지고, 아이들은 북한에서 내려온 간첩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 언제 또 전쟁이 날지 몰라 젊은 청년들은 국가에 충성하며 군대 복무를 하고, 군대에서는 청년들에게 다시 반공을 교육시켰다. 북한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지자 남한에서는 그것 봐라, 사회주의는 저런 거다.라고 일러주었다. 그러다 잠시 평화의 바람이 불었다. 갈라진 틈을 넘어 손을 잡고 금강산까지 넘나들었다. 전쟁 통에 헤어진 가족을 만나 울며불며 그간의 설움을 풀었다. 하지만 평화의 바람은 잦아들고, 다시 긴장감이 돌았다. 화려한 영상미를 뿜어내는 반공 드라마가 다시 TV 속으로 들어왔다. 그렇게 60년 세월이 흘렀다.
20대에게 정치는 왜 어려운 것인가
그리고 나는 20살이 되었다. 법적으로 투표를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어느 정도 자신의 정치관을 가지고 살아갈 나이가 되었다. 하지만 나는, 그리고 내 친구들은 정치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되레 무관심하려 하고, 한국 정치가 다 이렇지 뭐하며 별다른 의지가 보이지 않는 반응만 하곤 한다. 정치에 대해 이렇게 냉담할 수 있는가. 우리는 왜 정치 이야기를 어려워하는 걸까.
아직 어려서, 정치를 해보지 않아서 어려워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 논리는 한국의 청년들만 말하는 듯하다. 2006년 프랑스 청년들의 대규모 노동법 개악 반대 시위에서부터 2008년 그리스의 반정부 시위는 명백하게 청년층이 주도했으며 시위의 주제 또한 청년실업과 직결됐다. 얼마 전 홍콩의 거리에 갑자기 나타나, 중국 본토와 연결하는 초고속열차 때문에 삶터에서 쫓겨나는 사람들과의 강력한 연대를 주장하며 비타협적 시위를 주도한 것도 80년 후 세대라고 불리던 청년들이었다. 우리나라 청년들도 어느 곳 못지않게 실업난에 허덕이고 있다. 청년 실업 100만 시대가 도래 하고, 취직길이 있다 하더라고 80% 이상이 비정규직으로 가는 길이다. 하지만 우리는 시위는 커녕 운동을 하거나 하다못해 작은 정치적 발언도 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젊은 층의 정치 참여 부족현상이 ‘현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냉소반응을 보이는 것’이라고 한다. 정치적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역량이 현 정당들에게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대는 왜 투표하지 않게 되었나 한국판 제18호, 엄기호, 2010년 3월
한국 사회의 특수성과, 이로 인해 생긴 정치적 구조의 모순이라는 문제도 있겠지만, 무관심과 침묵으로 일관하는 청년들의 모습은 제대로 된 정치관이 없어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사람은 정치적 동물이다.라는 말처럼 우리의 삶 자체는 정치이다. 하지만 한국의 청년들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는 어려운 것, 쉽게 무언가 말하면 안 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정치관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분단이 아닐까 생각한다.
‘분단의 현실’이 만든 어려운 정치 이미지, 정치관 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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