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감상문] 템페스트와 리어왕을 감상하고
낯섦이 주는 신선함
템페스트를 보고 느낀 생각은 맨 처음에 뭐지? 하는 당혹스러움이었다. 영어도 일어도 아닌 전혀 익숙하지 않은 러시아어 공연과 자막으로 전달되는 극의 내용은 연극에 집중도를 떨어뜨렸다. 그러다보니 연기와 스토리 보다는 쏟아지는 대사들을 읽기에 바빴던 것 같다. 그럼에도 연극에 대한 만족도를 물어본다면 나는 무척이나 만족했다고 대답하겠다. 스토리도 흥미로웠지만 연출을 보는 시각적인 재미가 상당했다. 무대에는 세 개의 ‘문’이 있고 이것은 바다가 되기도 환상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공간의 극적인 이동은 없지만 연출가는 이 문이 있는 무대공간을 잘 활용했다. 빔을 통해서 무대가 바다가 되기도 하고 실제로 물이 문 밖으로 나온다. 공간의 이동이 없이도 여러 공간에 있는 기분을 느끼게 했다.
연출가는 작품을 만들 때마다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사항이 계획을 통해서가 아닌 살아있는 것을 창조하는 것이라고 인터뷰했다. 나에게는 그 살아있는 것이 직간접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극이 끝난 것처럼 스태프가 무대에 올라오는 장면이 있었다. 나는 사실 이 부분에서 극이 끝나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우리가 꿈꾸는 환상으로 이루어져있다.”는 대사가 너무나도 좋았다. 환상적인 공간 안에서 역설적으로 관객들에게 뱉는 대사가 나를 멍하게 만들었다. 이 공간 안에 있는 현실적인 내 경계선을 흐릿하게 만드는 느낌이 좋았다. 예술작품을 감상할 때 느끼는 현실과의 단절성을 이 공연을 통해서 강하게 처음으로 느낀 것 같았다. 그 이유는 연출, 연기, 스토리 등 어느 장면 하나가 틀을 벗어나거나 연기한다는 듯 작위적인 느낌을 주지 않았다. 배우들의 연기는 그야말로 책을 펴놓은 상태에서 상상 속에서 벌어지는 것처럼 현실적이었다. 연출가가 주는 살아있는 느낌이 정말로 생생하게 극에서 재현되었다.
무대조명 아래의 공간은 극과 분리된 공간이다. 그 뒤에는 배경이 없고 조명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연출가는 과감하게 그 공간도 극 안으로 녹였다. 장면들은 연극의 스토리로서는 중지된 것 같아 보이지만 환상의 세계가 관객과 맞닿아 있는 느낌을 주었다. 마치 셰익스피어의 공간이 현실의 되살아난 기분이었다. 무대조명 아래의 공간은 극과 분리된 공간이다. 그 뒤에는 배경이 없고 조명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연출가는 과감하게 그 공간도 극 안으로 녹였다.
‘문’에 대한 키워드는 ‘리어왕’에도 존재했다. 그러나 리어왕과 템페스트의 공간 활용도는 극명하게 달랐다. 리어왕에서도 문이라는 통로를 통해서 환상의 세계를 표현했다. 문 뒤에서는 휠체어를 탄 노인이 문 밖으로 나오면서 근엄한 리어왕이 된다. 하지만 연출적인 면에서 리어왕은 문 뒤에 배경은 바뀐 적이 있지만 문의 공간적요소를 다른 것으로 포장하지도 고치지도 않고 문 그대로를 사용했다. 문의 뒤는 정신병원이고 앞은 환상의 요소이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그 외에도 공간의 비이동성과 배우들의 어떠한 최소한의 움직임은 연출가만의 스타일인 것 같았다. 이것이 일본 전통공연이냐는 물음에 연출가는 자신의 스타일이라고 답했다. 배우들은 일정한 곳을 응시하기도하고 자신만의 움직임이 미세한 차이로써 드러났다. 그럼에도 리어왕은 내게 너무나도 지루했다. 중간 중간 자막도 나오지 않는 일본어들은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소리를 지르는 대사의 발성법은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몰라도 듣기에 불편했다. 움직임은 최소한이었지만 힘이 있었다. 전체적인 발성과 최소한의 표현들이 주는 느낌은 상당히 역동적이었다.
리어왕과 템페스트는 둘 다 인간의 악한 본성을 보여준다. 템페스트는 요정들을 통해서 리어왕은 딸들과 서자를 통해서 이들은 가장 가까운 동생을 그리고 아버지를 배신한다. 자신의 탐욕을 통해서 보여주는 방법은 다르지만 이들이 드러내고 있는 욕망은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현대적으로 풀이되면서 신용카드라던가 우리가 중요시하는 물질적인 가치들이 추가되기도 했다. 템페스트의 결말은 용서와 화해로 끝난다. 프로스페로는 인간적인 본성을 초월한 인물인 것 같다. 반면에 리어왕은 인간의 악한 본성을 극대화 시킨 후 화해가 아닌 비극적인 결말을 보여준다. 마지막에 리어왕은 이 모든 것이 환상이었음이 드러난다. 내게는 리어왕의 결말이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두 결말은 다르게 보이지만 우리가 시대는 달라도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은 유사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리어왕의 결말은 gv를 통해 안 것이다. gv가 사실 더 흥미로웠다. gv를 듣고 나니 내가 감상했던 리어왕에 대해서 다른 시각이 열린 기분이 들었다. 템페스트와 리어왕은 정말 다르다고 생각해서 어떻게 느낌을 묶지 했는데 두 극이 준 느낌은 한마디로 나에게 ‘신선함’이었던 것 같다. 나의 편협한 문 뒤에 세계관이 이 공연들을 통해서 약간은 넓어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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