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희경의 타인에게 말 걸기 작품 분석
2. 작품 소개
일요일에 집에 있던 ‘나’에게 ‘그녀’가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전화가 걸려온다. 그녀는 끊임없이 외부와 소통하려고 하는 여자다. 반면에 나는 단조로운 삶을 추구하고 타인과의 관계를 기피하는 남자다. 내가 그녀를 처음 만났던 건 몇 년 전 사내 등상 동호회에서였다. 산행을 마치고 난 후 회식에서 그녀는 맥주 5병을 나르다가 얼굴에 상처를 입고, 나는 병원까지 따라가게 된다. 그녀는 나에게 산부인과를 같이 가달라는 둥 목소리가 듣고 싶다는 둥 끊임없이 나와 소통을 하기를 원한다. 또한 그녀는 결혼한 남자와 불륜에 빠지게 되고 버림받는다. 나는 그런 그녀가 자신의 삶과 얽힐까봐 두려워 언제나 그녀를 차갑게 대한다. 나는 병원에서 그녀에게 자신의 냉정함이 맘에 들었다는 말을 듣게 된다. 또 스스로 ‘내가 왜 여기 있는지 이해할 수 없지만’, ‘거의 무의식적으로’ 라는 말을 하면서도 수술대 위의 여자의 한쪽 발에 이불을 덮어준다거나 하는 행동을 통해, 자신은 전혀 남에게 관심도 없다고 말은 하고 있지만 인간으로서 어쩔 수 없는 감정적 흐름을 지닌 존재임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병원에서 돌아온 후에는 여전히 단조로운 생활을 원한다.
3. 작품의 시대적 배경
이 작품의 배경은 인터넷이 널리 보급되기 전이지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우리가 사는 곳과 별반 차이를 느낄 수 없는 바로 현대의 서울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보이지 않는 차가운 벽이 존재하는 삭막한 현대의 대도시 말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메마르고 단절되어 있고 어딘가 굴곡 되어 있다.
4. 작자의 메시지
‘타인에게 말 걸기’라는 제목에서부터 많은 사람들이 흥미를 느끼는 이유는 우리가 타인에게 말을 걸어야 살 수 있는 ‘사회’ 안에 살고 있지만, 그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작가는 두 남녀의 기묘한 관계를 그린 이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타인에게 말을 거는 것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나’는 타인이 자신의 삶에 개입되는 것도, 자신이 타인의 삶게 개입되는 것도 원치 않는다. 상처받기 쉬운 이 세상에서 ‘나’는 타인의 틈입을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자기 방어 체제를 구축한 것이다. 이에 반해 그녀는 끊임없이 다른 사람과의 소통을 원하고, 다른 사람의 기호에 맞게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도 마다하지 않지만 타인과의 진정한 소통에는 실패한다.
우리는 이 두 사람의 생활 속에서, 두 사람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우리의 삶에서 진정한 인간관계는 어떤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또한 이 관계에 사랑이라는 요소를 개입시켜 사랑에 대한 환상을 깨뜨리고, 흔히 낭만적이라고 하는 ‘사랑’이라는 것조차도 비정한 인간관계의 산물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즉, 작가는 소통과 교류의 실패를 통해 삭막하고 단편적인 인관관계를 냉소적인 시각으로 그려냄으로써 우리 삶을 돌아보게 하는 것이다.
이정록 시인이 쓴 서시도 이 소설과 그 맥락을 같이 한다.
마을이 가까울수록
김창식, 대중문학을 넘어서, 청동거울, 2000.
문학과사회연구회 역, 문학과 현실의 삶, 국학자료원, 1999.
은희경, 타인에게 말 걸기, 문학동네, 1996.
이유경 외 3명, “문학의 이해 발표수업 - 타인에게 말 걸기 (은희경)”, 2004.
황종연, “나르시시즘과 사랑의 탈낭만화”,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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