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물의 물상 대위권
나의 어릴 적 꿈은 만화가였다.
초등학교시절 나는 그림 그리는 것이 너무 좋아서 학교에서는 당시에 유행하던 만화캐릭터(세일러문, 호빵맨, 곰돌이푸 등), 책의 유명한 캐릭터들(신데렐라, 피노키오, 인어공주 등)을 그려 친구들에게 500원에 팔았고(뜬금없지만 이때부터 경제관념이 생겼던 것 같다.), 집에서는 책상에 앉아 매일 그림을 그렸다. 그렇게 밤새그리기도 하고 공부도 안하고, 다른 아이들처럼 밖에 나가 뛰어놀지도 않으니 당연히 부모님은 내가 그림 그리는 것을 싫어하셨고 부모님의 반대와 학년이 올라감에 따라 공부에 집중할 시기가 되어 그림은 그저 취미로만 남게 되었다.
그렇게 몇 년 후 수능이 끝나고 할 일 없이 친구가 생일선물로 준 연습장에 작은 그림들을 끄적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옛날에 그렸던 캐릭터들을 한 두 개씩 그리기 시작했고 신 내림이라도 받은 듯 나만의 새로운 캐릭터도 그리기 시작했다. 그 캐릭터로 스토리를 만들고 하다 보니 한편의 만화가 탄생했다. 불과 30분 만에 그린 만화였다. 한 마디로 feel 받은 것이다. 그날 이후로 만화를 이어그리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한 권의 책으로 나올 만큼의 만화를 그렸다.
그렇게 다시 나의 미술에 대한 열정이 다시 불타올랐고 미술을 하고 싶었지만 이미 대학과 학과(아동학 전공)는 정해져버렸으며 이제 와서 미술을 할 수 있겠냐는 엄마의 반대에 또 다시 미술을 접어야 하나 했다. 그렇게 고민에 빠져있는 나를 보던 연습장을 준 친구가 와서는 내 사정을 듣더니 “어린이집 선생님 하면서 웹툰을 그려보는 건 어때? 음... 웹툰은 일하면서 그릴 수도 있고 대중성도 있으니까 ” 라고 말 하였다.
웹툰!! 고등학교 때 친구가 알려주어 한동안 푹 빠져있던 바로 그 웹툰!! 그 길로 나는 웹툰에 대해 찾아보았고 웹툰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웹툰작가분들 중에는 자신의 일을 하면서 웹툰을 그리시는 분들이 많았고 난 새로운 희망을 얻게 된 것이다. 하지만 막상 대학을 와보니 “하…….” 전공공부를 하면서 혼자 또 다른 것을 배운다는 것은 정말 막막하고 힘든 일이였고 정말 한숨만 나왔다. 게다가 만화와 같은 미술을 전문적으로 배우는 사람들과 비교하니 너무 수준차이가 났고 그로인해 난 열등감에 빠졌고 처음으로 미술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말하면 난 미술에 재능이 없다. 이제까지 많은 미술대회에 참가해 보았지만 상을 받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누군가의 말대로 난 그림을 좋아할 뿐 잘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분명하게 들었다.
정말 모든 것을 다 내려놓으려고 할 때 나에게 희망을 준 사람은 엄마였다. 내가 미술을 하고 싶다고 온갖 투정을 부릴 때는 한 번도 허락해 준 적 없던 엄마. 사실 대학에 와서 미술공부를 시작한 것을 엄마께는 알려드리지 않았다. 분명 반대하실 것이 뻔했으니까. 그래서 들키지 않기 위해 전공과목을 더 열심히 했고 잘 숨기고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나의 착각 이였다. 엄마께서는 내가 잠시 밖에 나갔을 때였다. 금방 다시 들어올 것 이여서 그림 그리던 스케치북을 책상위에 그대로 두고나간 적이 있었다. 그때 감기 걸렸던 나에게 생강차를 주시려고 들어온 엄마께서 그 스케치북을 보시고 말았던 것이다. 그 당시에는 겨우겨우 변명을 해서 빠져나갔지만 엄마가 알게 되신 결정적인 사건은 그 후 며칠 뒤였다. 주말에 집에 가서 필요한 물건을 챙겨 다시 기숙사로 돌아왔는데 이게 웬걸! 나의 중요하고 중요하고 또 중요한 미술구상다이어리를 집에 두고 온 것이다. 그 후 다시 집에 갈 때까지 엄마가 그걸 보시면 어쩌나 하고 얼마나 마음을 졸였던지... 다시 집에 갔을 때는 다행히 놓고 갔던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고 엄마도 아무 말씀 없으시기에 안심하였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내가 열등감에 빠져있을 때 엄마가 문자 한통을 보내셨다. 미안하다고. 미술 못하게 해서 미안하다고. 응원한다고. 그날 얼마나 울었는지... 그 후 나는 다시 마음을 붙잡았고 나에게 주어진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미술공부를 시작했다. 비록 나에겐 남들처럼 재능도 없고 전문지식도 없지만 그림을 사랑하는 마음은, 노력은, 열정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그리고 나에겐 나의 뒤에서 날 응원해주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있기에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는 다른 대학에 다니는 친구의 소개로 만난 친구의친구인 미술학과 친구에게 여러 가지를 배우고 있다. 그 아이도 이제 처음 전문적으로 미술을 시작한 아이라 나의 사정을 듣고 자신이 배우는 것들을 나에게 가르쳐주고 있다.
“feel이 왔다” 우리는 이 말을 정말 많이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너무 흔한 말일지 모르지만 난 feel이 온 덕분에 나의 어린 시절 정말 좋아하고 사랑했던 꿈을 되찾을 수 있었고, 나의 인생이란 어둠에서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하나의 빛을 찾아주었다.
보통사람들에게 ‘feel의 뜻이 뭐니?’라고 물으면 열이면 아홉은 모두 ‘느낌?’, ‘감정?’이라고 대답할 것이다.(물론 나만의 생각이다.) 하지만 나에게 ‘feel의 뜻이 뭐니?’라고 물어온다면 난 당당하게 “dream”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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