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의 삶에 대한 짧은 글

 1  주위의 삶에 대한 짧은 글-1
 2  주위의 삶에 대한 짧은 글-2
※ 미리보기 이미지는 최대 20페이지까지만 지원합니다.
  • 분야
  • 등록일
  • 페이지/형식
  • 구매가격
  • 적립금
다운로드  네이버 로그인
소개글
주위의 삶에 대한 짧은 글에 대한 자료입니다.
본문내용
[ 주위의 삶에 대한 짧은 글 ]
1.
눈을 떠보니 역시나 제일 먼저 보이는 건 익숙한 내 방의 천장이다. 그러니 오늘 하루도 어제처럼 똑같겠지. 시계를 보니 한창 대낮이다. 언제나처럼 늦잠을 자버렸다. 뭐, 일찍 일어난다고 변하는 건 하나도 없지만.
거실로 나가보니 집은 텅 비어있다. 고등학생인 동생은 학교에 갔을 테고, 엄마아빠는 일 나가셨겠지. 이젠 집에 혼자 있는 것도 익숙하다. 또 매일하는 고민이 시작됐다. 지금 난 뭘 해야 하나. 점심을 차려 먹어야하나, 아니면 친구들한테 연락해볼까. 아니.. 친구들은 다 학교에 갔겠다. 그래 내가 뭘 하겠어. 오늘도 결국 일어나자마자 씻지도 않고 컴퓨터부터 켠다.
메신저에 로그인하니 친구 몇몇이 들어와 있다. 그 중 친구 하나가 내게 대화를 건다.
- 야ㅋ 뭐하냐?
- 나 집이야 지금 일어났다ㅋㅋ
- 미쳤군ㅋㅋ 지금 시간이 몇 신데ㅋㅋ
야 심심하면 나도 만나고 바람이라도 쐴 겸 화요일에 울 학교 놀러 와라ㅋㅋ
그 날 수업 하나 있는데 휴강 되서 시간 남거든ㅋㅋ
우리 집에서 가까운 거리의 유명 대학에 다니고 있는 친구다. 얼굴도 예쁘고 날씬하고, 학교에서 공부도 열심히 하는 친구다. 그러고 보니 이 친구 얼굴을 안 본지도 일 년이 넘었다. 친구를 보고 싶지만 내 지갑엔 종이쪽 한 장 들어있지 않아 차마 가겠다고 선뜻 말하지 못하고 있는 게 벌써 몇 번째다. 대신 내 답답한 가슴을 탁 트이고 싶어 내일 한강에서 하는 불꽃축제에 가자고 했지만 주말은 과제 때문에 집 밖으로 한 발 짝도 못 나갈 것 같다고 한다. 그럼 돈이 없어서 결국 조만간은 못 만날 것 같다고 하니 나도 모르게 친구에게 굴욕감이 들면서 한편으로는 신세한탄을 하고 있는 것만 같다. 친구는 내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뭘 하며 지내는지 묻는다. 이 친구에게는 숨길 것도 없으니 그냥 솔직하게 다 말했다. 내가 원래 하던 그래픽 프로그램 쪽 보다 요즘 수동카메라가 생겨 사진 공부를 하고 싶어졌다고, 농담 삼아 필름을 사달라고 했다. 그러자 친구는 내게 한심하기 짝이 없다는 듯 독설을 뿜어대기 시작한다. 대체 공부는 하고 있느냐, 학점은 모으고 있느냐, 사진과 학생들만 봐도 얼마나 노력하는데 사진만 잘 찍으면 다인 줄 아냐, 넌 친구고 남자친구고 뭐고 만나서 쓸데없이 돈쓰지 말고 연락 끊고 아르바이트라도 해라, 입시 준비는 하고 있냐고 잔소리를 시작한다. 친구의 잔소리, 특히 내 남자친구에 관한 잔소리를 보니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진다. 괜히 솔직하게 말해버렸나 후회된다. 나도 지금 이러고 싶어서 이러고 있나. 친구에게 씻고 잠시 산책을 나갔다 오겠다고 하고 메신저를 로그아웃해버렸다. 인터넷이나 해야지. 인터넷이나 조금 하다가 남자친구한테 연락해보고 만나러 나가야겠다.
2.
점심을 먹고 기숙사에 돌아와 메신저에 로그인했다. 친구 하나가 메신저에 로그인한다. 매번 메신저에서만 얘기하고, 얼굴 안 본지 꽤 됐는데, 지금은 어떻게 지내나 궁금해져서 말을 걸었다. 근데 말하는 뉘앙스가 어째 백조 생활 중이란다! 아직도. 이 친구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잘 다뤄서 조금만 더 공부하면 대학 졸업장 같은 건 안 따도 관련 회사에 취직할 수 있을 텐데 아르바이트 따위에 능력을 허비하고 있는 게 답답하지만 한편으로는 안쓰러워진다.
얼마 전, 재수해서 겨우 들어간 대학이 싫다며 자퇴했고, 공부해서 학점을 모아 더 좋은 대학에 편입하고 싶다고 제 입으로 말했다. 그렇게 말하길래 얘가 드디어 목표란 걸 세우고 한 발씩 내딛는구나 하고 친구로서 내심 기뻤다. 하지만 자퇴하고서는 아르바이트 몇 개월 하다가 이제는 아예 백조 생활이라니? 친구가 집에서 답답할 것만 같아 같이 밥이라도 먹을까 하고, 마침 화요일 수업이 휴강이라 내가 다니는 학교로 놀러오라고 했다. 그랬더니 지금은 가난하니까 돈 생기면 가겠다고 했다. 뭐야, 돈이야 차비랑 만 원만 들고 오라고 했지만 역시 안 될 것 같다고 한다. 그러면서 내일 한강에서 있을 불꽃축제에 가자고 도로 물어본다. 하지만 난 월요일까지 제출해야 할 과제가 있어서 주말은 안 되니까 그냥 화요일에 만나자고 밀어붙여야... 잠깐, 돈 없다면서 불꽃축제에 가자고? 갑자기 친구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이것저것 물어봤다. 아르바이트는 안 하고 있고, 사진을 공부하고 싶다며 농담 삼아 내게 필름을 사달라고 한다. 이런 썅, 순간 화가 났다. 사진작가가 되길 원하는 사람들이 공부를 하고 장비를 마련하려고 그 큰돈을 얼마나 힘들게 모으는데, 그걸 우습게 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더 화가 난 건 친구의 남자친구도 백수이기 때문이다. 왜 둘 중 하나도 일을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서로를 만나기 위해, 특히 남자친구는 자기가 부를 때마다 언제든 만날 시간을 할애하기 위해서 아르바이트를 안 하는 거라고 했다. 어이가 없어서 친구고 남자친구고 뭐고 만나지 말고 정말 돈이 필요하면 제 힘으로 일부터 하라고 했다. 그랬더니 자기는 남자친구를 못 보면 못 산다고 말한다. 아니 뭐 이런 게 다 있어. 아무리 내 친구라지만 너무 허탈하고 한심해 인생을 어떻게 그런 식으로 살고 있냐는 식으로, 정상인이라면 뭔가 느낀 게 있을 테고, 알아서 각성해야 할 것만 같은 말을 퍼부었다. 그런데 뭐 이건 별로 반응이 없다. 내가 아무리 뭐라 해도 자기한테는 자극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고 한다. 내 말은 한 귀로 흘러가면서 친구의 귓등만 살짝 간지럽히고 끝인가 보다. 타자를 치고 있는 내 손가락만 아프고, 만나서 이런저런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해봤자 내 입만 아프겠구나 하는 생각에 더 이상 만나자고 하기도 싫어졌고, 도와주고 싶은 마음도 사라졌다. 친구는 씻고 산책을 가겠다면서 메신저 밖으로 나가버린다. 내가 이 친구 부모였다면 자식 안 키우고 말아. 지금 나이가 몇 인데, 벌써 쫓아낸 지 오래일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