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는 말
축적된 시간의 많고 적음에 의해 어른과 어린이로 분류되는 나이는 자신이 속한 집단의 규범이나 성격에 따라 단일하게 활용되기도 하고 중층적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매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나이를 사사로운 이익만을 위해 활용한다면 그 사회에는 각각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상대를 도구적으로 대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권위주의적이거나 의존적인 일방적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 그러한 사회는 쌍방이 균등하면서도 평화롭게 소통되는 공존의 관계가 형성되기 어렵다. 이러한 사회는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줌으로 인해 사회적 갈등 문제가 확산될 수 있다.
공자와 맹자를 중심으로 하는 초기 유학 사상가들은 이기주의 문화가 빚어내는 사회적 갈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했다. 그들은 인간을 도덕성을 가진 존재로 여기며, 냉혹한 경쟁 논리의 확산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고 포용하는 사랑의 문화가 확대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했다. 이철승, 「초기 유가 사상에 나타난 ‘장유유서(長幼有序)’관의 현실적 의미」, 2008, p5
초기 유학 사상가들은 부모와 자녀 사이를 조건이 없는 사랑과 효의 논리로 정립한다. 그들은 부모와 자녀 사이를 친함이라는 전제 아래 부모가 부모다울 때 자녀가 자녀다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부모에 대한 자녀의 효보다 자녀에 대한 부모의 사랑이라는 본보기가 먼저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들은 부모가 권위주의적으로 자녀를 대해서도 안 되고, 자녀 역시 형식적으로 부모에게 잘 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자녀에 대한 부모의 사랑과 부모에 대한 자녀의 효를 진실한 마음의 소통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그들은 부모와 자녀 사이를 부모 중심의 권위주의적인 수직적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삶을 존중하는 인격적인 관계로 생각한다.
그들은 이와 같은 인격을 토대로 하는 유기적인 관계의 논리를 형과 아우 및 선후배와 이웃 사이에도 적용시킨다. 그들은 정성스럽게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그 마음을 형제와 선후배와 이웃에게도 동일하게 미루어 적용할 때, 건강한 공동체 사회가 형성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들의 이러한 관점은 인간을 수단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목적으로 대하는 태도이다.
부모와 자녀, 형과 아우, 선배와 후배, 이웃 등 나이를 매개로 하여 형성된 인간관계에 관한 초기 유가의 이와 같은 윤리관은 오늘날 관계를 자신만의 목적이나 이익 확보를 위한 도구적인 태도에서 나타나는 온갖 사회적 갈등 문제를 해결하는 면에 의미 있게 적용될 수 있는 중요한 사상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철승, 「초기 유가 사상에 나타난 ‘장유유서(長幼有序)’관의 현실적 의미」, 2008, p6
2. 가정윤리
가정 윤리는 특수한 가정을 제외하고 대부분 전통의 농경 사회와 현대의 산업 사회를 막론하고 혈연을 중심으로 하여 성립한다. 혈연을 중심으로 하는 가정에서는 대부분 나이의 높고 낮음에 따라 위계질서가 정해진다. 왜냐하면 건강한 공동체 문화를 건설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나이를 인생의 경험과 경륜에 의해 형성된 지혜와 밀접하게 관련되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나이를 중심으로 하여 설정되는 전통 사회의 질서 의식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어른과 어린이 사이의 관계를 설정하는 윤리 가운데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이철승, 「초기 유가 사상에 나타난 ‘장유유서(長幼有序)’관의 현실적 의미」, 2008, p9
1) 부모와 자녀 사이
전통적으로 유가에서는 이러한 부모와 자녀 사이를 친함의 관계일 뿐만 아니라, ‘부모다움’과 ‘자녀다움’의 긴밀한 소통의 관계로 설정한다. 곧 유가의 효시인 공자와 공자의 뜻을 계승하고자 했던 맹자를 중심으로 하는 초기 유학은 부모와 자녀 사이를 사랑의 관계로 설정한다. 그들은 부모에 대한 자녀의 의무를 선결조건으로 내세운 것이 아니라, 자녀에 대한 부모의 본보기가 먼저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들은 부모가 부모다울 때, 비로소 자녀 역시 자녀다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들은 자녀에 대한 부모의 권위주의적인 태도나 폭력적인 자세를 허용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녀에 대한 부모의 태도를 수직적인 일방적 관계가 아니라 인격적인 모습으로 상정한다. 이철승, 「초기 유가 사상에 나타난 ‘장유유서(長幼有序)’관의 현실적 의미」, 2008, p10
그리고 그들은 부모에 대한 자녀의 중요한 역할을 효로 여긴다. 그런데 그들은 조건적이거나 형식적인 행위를 부모에 대한 자녀의 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효를 무조건적이며 무제한적인 부모의 사랑에 대한 자녀의 보응으로 여긴다. 곧 그들이 말하는 효란 현상적인 측면에서 부모가 자녀에게 잘 했기 때문에 자녀 역시 부모에게 잘 해야 한다는 식의 조건적인 내용으로 여겨질 소지가 있을 수 있지만, 좀 더 근원적인 측면으로 바라볼 경우 부모에 대한 자녀의 자발적인 감사심의 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그들은 효를 물질적인 충족으로만 여기는 행위에 대해 비판한다. 그들은 부모의 순수한 뜻을 잘 이으며, 진실한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여 부모를 봉양하는 것을 효의 주요 덕목으로 생각한다. 이철승, 「초기 유가 사상에 나타난 ‘장유유서(長幼有序)’관의 현실적 의미」, 2008, p11
그런데 부모와 자녀 관계에서 초기 유학의 이러한 인격적인 관계는 한나라 때 절대왕권의 확립의 필요에 의해 제기된 삼강(三綱) 사상으로 인해 수직적 관계로 변한다. 이러한 삼강 사상이 이후 중국과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사회에서 영향력을 확대함으로 인해, 오늘날 적지 않은 사람들은 유학에서 말하는 부모와 자녀 관계를 권위주의적인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공자와 맹자를 중심으로 하는 초기 유학은 부모와 자녀 사이를 이기적이거나, 권위주의적이거나, 자유방임주의적인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인격을 존중하고 서로를 배려하며 자율적으로 책임을 다하는 이타적인 관계로 설정한다. 그들은 이러한 이타심을 전제로 하여 각각 ‘부모다움’과 ‘자녀다움’의 명분이 실현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들은 이와 같이 ‘부모다움’의 주요 내용인 사랑과 ‘자녀다움’의 주요 내용인 효를 유기적인 관계로 설정하여, 부모와 자녀 사이를 ‘친함’이라는 밀접한 관계 의식으로 여긴다.
[논문] 이철승, 「초기 유가 사상에 나타난 ‘장유유서(長幼有序)’관의 현실적 의미」, 『유교문화연구』제13집, 성균관대 유교문화연구소, 2008
[논문] 김승혜, 「부부유별(夫婦有別)의 해석학적 역사와 현대적 전망」, 『공자학』4권, 한국공자학회,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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