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와 시민
1.인간이 군자를 필요로 하는 이유
“인간이라고 다 인간이냐? 인간다워야 인간이지.”
오늘날에도 여전히 낯설지 않게 들을 수 있는 이 말은 어떤 ‘인간’이 몹시 화난 상태에서 누군가를 가르켜 하는 말이다. 이 짧은 문장 속에는 어떤 인간이 다른 인간을 냉혹하게 평가한 흔적이 있다. 이 말을 풀이하면 이렇다. 앞 문장의 ‘인간이라고’에서 ‘인간’은 인간의 형태를 갖춘 일반적인 인간 전체를 가리키고, ‘다 인간이냐?’에서 ‘인간’은 인간이라고 규정한 어떤 기준에 충족하지 못한 인간임을 암시한다. 한국철학사상연구회, , 군자에서 시민까지 , 이철승 , 동녘, 2009 , p13
인간이 인간을 평가할 경우, 외적으로 드러나는 육체적인 모습뿐만 아니라, 그의 정서와 정신은 물론 그가 행한 삶의 자취 등 모든 면이 고려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이것은 인간이란 결코 단순하게 정의할 수 없는 존재임을 드러낸다. 한국철학사상연구회, , 군자에서 시민까지 , 이철승 , 동녘, 2009 , p14
수십만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인류의 문명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오늘날 우리 문화와 가치관의 원형 역시 이러한 고대 문명으로부터 계승되고 발전된 것이다. 특히 기원전에 형성된 고대 아테네의 민주주의 사상과 중국선진(先秦) 시기의 유가(儒家) 사상은 이른바 서양 문명과 동아시아 문명의 양대 중추를 이루면서 오늘날 우리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적짆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고대 아테네의 시민 의식과 중국 선진 시기의 군자관은 그들 각자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인간의 모습이었다. 그들이 제시하는 군자관은 오늘날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적잖은 동아시아인들에게 이상적 인간상의 원형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철학사상연구회, , 군자에서 시민까지 , 이철승 , 동녘, 2009 , p15
2.군자라는 것은
유가에서 중시하는 군자의 개념은 사실 공자시대 이전부터 있었다. 이 개념은 갑골문이나 금문에 나타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많은 학자가 이 개념이 주나라가 성립된 이후에 형성된 것으로 여긴다. 중국에서 공자 이전에 사용되었던 이 개념은 정치적 신분을 지칭하는 개념이었다. 당시에 이것은 군주의 아들 과 같이 왕족이나 귀족 등 신분이 높은 인간을 가리일컫는 말이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이 개념에는 신분이 높은 정치인과 더불어 이상적인 정치가의 의미가 뒤섞였다. 이 때문에 많은 사상가가 자신의 관점을 투영시키는 과정에서 이상적인 정치인상으로 군자 개념을 사용했다.곧 공자 시대 이전의 군자는 지배층의 성격을 띠고, 피지배층에 해당하는 소인(小人)과 상대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신분 개념이었다. 한국철학사상연구회, , 군자에서 시민까지 , 이철승 , 동녘, 2009 , p15
그러나 공자 시대에 이르러 이 개념은 달리 쓰이기 시작했다. 공자 역시 이 개념을 부분적이나마 신분의 뜻으로 사용한 적이 있다. 그러나 공자는 이 개념을 대부분 신분의 뜻과 구별되는 도덕성을 갖춘 인간의 의미로 사용했다. 한국철학사상연구회, , 군자에서 시민까지 , 이철승 , 동녘, 2009 , p16
공자에 따르면 성인은 이러한 도덕적 내용을 완벽하게 실현하는 인간이다. 그러나 보통의 인간으로서 이러한 도덕성을 완벽하게 실현하기란 쉽지 않다. 곧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이러한 도덕성을 실현할 가능성을 갖추고 있지만 모든 인간이 이러한 도덕성을 즉시 실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이러한 성인의 모습을 닮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또한 군자는 개인의 이익 추구를 중심 가치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공적 의로움의 실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간이다. 개인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인간은 군자의 대척점에 있는 소인이다. 소인은 자기의 사사로운 이익 추구를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이 때문에 소인은 자신의 이익을 확보하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리고 군자란 자기 이익을 얻고자 분파를 형성하지 않고, 그가 속한 사회의 보편적 질서 의식을 중시하는 인간이다. 군자란 잘못의 원인을 남에게 물리지 않고 자기에게 돌리며, 자기가 하고 싶지 않은 부당한 일을 남에게 시키지 않고, 자기가 이루고 싶은 의미 있는 일을 남이 먼저 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인간이다. 이러한 일의 수행은 사회적 지위의 높음, 지식의 많음, 경제적 여유, 나이의 많음 등과 같은 외적 배경과 비례하지 않다. 곧 군자의 이러한 역할은 삶의 외적 조건과 직접적인 관계되어 있지 않다. 이것은 내적 도덕성의 발현과 긴밀하게 관계되어 있다. 한국철학사상연구회, , 군자에서 시민까지 , 이철승 , 동녘, 2009 , p16~17
이러한 관점을 근거로 하여, 공자는 덕이 있는 안건아 통치할 때 나라가 바르게 다스려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선험적 도덕성의 발휘를 근거로 하는 공자의 이러한 군자관은 이후에 공자의 문인들과 맹자에게 계승되어 발전된다. 특히 맹자는 하늘의 운행원리인 원형이정을 자각적으로 본받아 형성한 인의예지의 선험적 도덕성을 선으로 여기는 성선설의 이론을 확립한다. 그리고 통치자는 본래적으로 선한 도덕성을 발현하여 인민을 위하는 왕도 정치를 실혈해야 할 것으로 생각했다. 이후 비판적 지식인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선비(士)’의 모습으로 동아시아의 전통 사회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면서, 수천 년 동안 한·중·일을 중심으로 하는 동아시아인들의 중심적 가치관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철학사상연구회, , 군자에서 시민까지 , 이철승 , 동녘, 2009 , p17~18
3.시민이란 것은
시민이란 비록 고대 아테네에서 시작했지만, 1789년 프랑스 혁멍을 전후로 새롭게 형성된 근대적 개념이다. 이 시민은 역사적으로 민주주의와 깊게 관련된다. 한국철학사상연구회, , 군자에서 시민까지 , 이철승 , 동녘, 2009 , p18
민주주의의 어원은 데모크라티아(demokratia)에서 유래한 것으로 인민(demos)의 지배(kratia)를 의미한다. 고대 아네테에서 시행된 민주주의는 인민이 민회, 평의회, 법원 등의 제도를 통해 통치에 직접 참여했다. 그러나 이러한 아테네의 민주주의는 많은 오예의 노동에 의해 산출된 잉여가치를 소수의 성인 남자 중심의 자유 시민, 곧 시민이 소유하는 형태의 민주주의 였다. 이러한 귀족 중심적 민주주의의 성향 때문에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아테네의 민주주의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 한국철학사상연구회, , 군자에서 시민까지 , 이철승 , 동녘, 2009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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