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상 - 전차남
내가 선택한 영화는 이라는 일본 영화이다. 우선 줄거리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전철 안에서 난동을 부리는 취객으로부터 젊은 여성을 구해낸 한 청년. 한 눈에 반해버린 그녀로부터 보답의 의미라며 ‘에르메스’ 찻잔을 선물로 받게 된 그는 어떻게 해야 그녀와 데이트할 수 있는 건지 막막할 뿐이다. ‘여자친구 없던 기간 = 내 나이’ 즉 한번도 연애를 해본 적이 없는 연애 왕초보인 그는 결국 인터넷 게시판에 전후 상황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한다. 절실한 도움이 필요했던 그의 사연에 연애코치를 해주는 네티즌들이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고, 언젠가부터 ‘전차남’으로 불리게 된 그에게 데이트를 신청하는 타이밍이나 데이트 복장, 어떤 레스토랑이 분위기가 좋으며 무슨 말을 해야 호감을 얻을 수 있는지 저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남자친구에게 차인 간호사가 여성의 입장에서, 샐러리맨 기혼자는 자신의 예전 경험을 얘기해주고, 전업주부는 열성을 다해 아이디어를 내고, 만화방에서 죽치는 3인조 청년들은 자신들의 일처럼 열을 내며, 방에만 틀어박혀 있는 인터넷 폐인청년은 냉소적인 의견을 펼치는 등 그의 이야기에 뜨거운 관심을 보이는 다양한 네티즌들. 그들의 진심어린 충고와 응원을 받으며 ‘전차남’은 ‘에르메스’라고 이름 붙여진 그녀와의 거리를 좁혀 나가면서 펼쳐지는 사랑이야기이다.
아주 간단히 설명하자면 영화 은 보통 한국에서는 한가지 일에 집착하는 변태 아저씨로 그려지는 ‘오타쿠’와 흔히 말 하는 ‘된장녀’의 사랑 이야기이다.
우선 ‘오타쿠’라는 단어적 의미를 설명하면 ‘오타쿠’는 한 분야에 대해 평가하고 분석하는 전문가들로, 전 세계 모든 분야에 흩어져 있는데 특히 일본에 많다. 집안에서 자기만의 취미에 몰두하는 사람이나 이상한 것을 연구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일본 만화나 애니메이션의 광적인 마니아를 말한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팬이나 마니아보다 훨씬 더 많이 좋아하여 득도의 경지에 이른 사람을 가리키는 ‘오타쿠’는 자기가 좋아하는 대상에 대해 전문가를 뛰어넘어 비평할 수 있는 시각을 가진다. 그리고 일명 ‘된장녀’는 그 어원이 확실하지는 않지만 가장 많이 생각하는 의미로 비싼 명품을 즐기는 여성들 중, 스스로의 능력으로 소비 활동을 하지 않고 다른 사람(애인, 부모 등)에게 의존하는 여성들을 비하하는 속어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오타쿠’와 ‘된장녀’를 좋아하지 않는다. 혐오하기까지 한다. 나이가 서른이 넘어서 장난감 가게를 기웃거리고, 애니메이션과 게임에 열광하며 2차원 세계 속 의 여인들에게 열광하는 이들 ‘오타쿠’는 몇몇 포털사이트에서 한국 이름으로는 ‘오덕후’라고 역시 혐오감을 담아서 부른다.
이 영화에서 극단적으로 그려지고 있는 ‘오타쿠’들의 소비패턴은 나와 같은 일반인으로써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귀여운 장난감을 갖기 위해서 그 금액이 몇 천원이 아니고, 몇 만원 아니 몇 십, 몇 백을 뛰어넘어 몇 천만원까지 이르니 황당할 뿐이다. 그런데 이 ‘오타쿠’들은 그런 고가의 상품을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구매한다. 나로 써는 납득하기 힘들고 한심하다고 혀를 끌끌 찰 노릇이다. 왜 그런 실생활 속에서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고 유익하지도 않으며 나로서는 전혀 가치를 가지지 못한 것들에 관심을 가질까?? 그리고 더욱 한심스러운 것은 경제적 위기 속에서도 소비를 줄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한심한 소비를 하는 ‘오타쿠’들은 정말 일본사회에서 지탄받아야 할까??
흔히 ‘잃어버린 10년’이라고 칭해지는 삭막한 침체기 동안에 일본의 애니메이션 산업은 오히려 성장하였다. ‘오타쿠’들은 다른 소비를 줄이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어떻게서든 소비하였고, 그 소비는 관련자들의 수입으로 수입은 또다시 소비로 선순환 된다. 경제 연구소인 노무라 종합 연구소가 2002년에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일본의 주요 5분야 (애니메이션, 만화, 게임, 아이돌, 개인용 컴퓨터 조립)의 산업 규모는 2조 3000억 엔에 달한다고 하며 (한화로 약 20조에 달한다.) 이중 ‘오타쿠’들이 약 20조 원 대의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약 11퍼센트. 약 2조원 대에 달한다고 한다.
믿을 수 없게도 ‘오타쿠’ 라는 이런 탄탄한 소비층들이 일본 경제의 밑바닥에 뿌리내리고 있는 것은 불황기간에 일본이 침몰하지는 않은 이유 중 하나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번에는 된장녀 이야기이다.
몇년 전부터 각종 인터넷 포털사이트로부터 시작된 이 ‘된장녀’는 최근에는 ‘신상녀’ (예를 들면 가수 서인영)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키며 여러 사람들로부터 지탄을 받아왔다. 명품을 좋아하고,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과소비를 한다는 족속들이라고 미움을 받았다.
영화 에서 ‘오타쿠’ 청년이 취객에게 희롱 당하는 여주인공(‘된장녀’)를 구해준다. ‘된장녀’인 여주인공은 ‘오타쿠’ 청년에게 감사의 인사로 ‘에르메스’의 명품 찻잔을 보내준다.
감사의 의미로 명품을?? 그것도 여자가 아닌 남자에게 찻잔을??
그 사건이후 여인의 생활을 살펴보면 확실히 ‘된장녀’라는 인상을 안겨 준다. 고급 차를 마시고, 고급스러운 음식을 파는 맛 집을 찾아다니는 것은 취미이며, 옷도 가구도 모두 명품이다. 그러나 이러한 ‘된장녀’ 즉, 몇 백만원짜리 작은 명품 핸드백에 목숨을 거는 여자들은 생산자의 측면에서 아주 반가운 존재이다. 요즈음 같은 고 원자재가 시대에 작은 천 조각에 디자인인과 브랜드라는 부가가치를 더해서 엄청난 돈을 지불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희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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