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침몰선
이청준의 ‘침몰선’은 전쟁 중에 한 바닷가 마을에서 수진이라는 소년이 바다에 표류해 있는 침몰선에 관심을 가지면서 시작된다.
어느 가을날 오후, 진 소년은 처음으로 마을 앞 바다의 침몰선을 보았다. 아니 침몰선은 훨씬 전부터 거기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소년은 그것을 마음에 두어 본 일이 없었다. 소년은 그가 태어난 일을 전혀 기억할 수 없듯이 그 침몰선이 언제부터 거기 있었는지를 기억해 낼 수 없었다. 그것은 그냥 바다의 한 부분으로 거기 있었다.
단순히 바다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했던 침몰선이 소년의 눈에 띄면서 마음속에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소년은 한순간도 침몰선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고 마을 사람들에게 침몰선에 대한 이야기를 묻고 다닌다. 그렇게 묻고 다니던 소년의 귀에 침몰선이 곧 다시 바다로 나갈 수 있다는 말이 들리고 난 이후로 소년에게 침몰선은 하나의 꿈과 같은 것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그에게 침몰선은 정말이지 금방이라도 다시 항해를 할 것 같이 보이다가도 마을에 온 청년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너무나도 작고 초라한 모습으로 변해버리기도 한다. 이렇게 수진이 원하는 모습대로 변모되는 침몰선을 어린 소년의 꿈이라고 보고 그 꿈이 변해가는 것을 전쟁 중이라는 시대 상황과 함께 보고자 한다.
처음의 침몰선은 소년 수진 한 사람만의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소년이 마을 사람들에게 침몰선에 대해 묻고 다닐 때 에는 마을 사람들도 그것에 대해 관심을 가져 주었다. 그리고 옹진이라는 곳에서 피난 온 사람들도 수진이 배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해주며 수진이 이야기를 꺼내면 침몰선에 관심을 갖는 듯해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그렇게 오래 가지 못했다. 배가 다시 뱃길을 떠날 수가 없을 거라고 생각되어 안타까운 나머지 수진이 “저 배는 언제 떠나가게 될까요?” 라고 묻기라도 한다면 마을 사람들은 그를 딱해하거나 관심조차도 가지지 않았다. 그리고 옹진에서 온 사람들은 그들의 관심을 제방을 쌓는 쪽으로 돌려 버렸다. 하지만 소년만은 배에 대한 관심을 조금도 굽히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배에 대한 관심이 더 커져서 배가 떠날 수 있는지 없는지가 아니라 그 배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태울 수 있는지 혹은 어느 정도의 대포를 실을 수 있는지 까지 생각하게 되었다. 소년의 관심이 커질수록 다른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고 다른 사람들의 말에 따라 배의 크기가 작아져 보이기도 커 보이기도 하게 되었다.
누구도 그 배가 다시 떠나갈 것이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이제 그 배를 상당히 가까이까지 가서 보고 온 마을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 사람들도 배가 다시 떠나갈 것이라고는 하지 않았다. 배에 관해서 자신 있게 단언하고 간 그 두 청년도 그것을 마차가지였다. 하지만 소년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는 자신을 이상하게 생각한 일이 없었다. 그의 생각대로 그 배가 아직도 떠나가 버리지 않고 있는 것이 소년은 오히려 이상스러웠다. 그리고 그를 가끔 깊은 생각에 빠지게 한 것은 그 배에 관해서 확실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지 모른다는 것과, 또 그 배의 모양이 날마다 늘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두려움의 대상이어서 근처에도 가까이 가지 않았던 사람들이 이제는 배에 가까이 가게 되었다. 그리고 소년을 제외하고는 처음에 배가 다시 바다로 떠나갈 것이라고 한 사람들이 더 이상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사람들의 이러한 태도 변화는 침몰선의 또 다른 의미를 제공해 준다. 즉, 사람들에게 침몰선은 전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두려움의 대상이었고 곧 자신들의 바다를 떠나가 버릴 것이라고 생각했던 침몰선, 곧 전쟁은 마을의 청년들이 하나둘씩 마을로 돌아왔다가 다시 가고 피난민들이 내려오고 또한 떠난 청년들이 영영 돌아오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 사람들에게 전쟁은 이제 곧 없어져 버릴 것이 아니라 언제고 자신의 앞바다에 존재하는 것으로 인식해 버리게 된 것이다.
첫 번째 둑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다치면서 침몰선을 흉물이라고 욕하는 대목에서도 침몰선이 전쟁을 의미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하지만 그 침몰선이 물띠를 정말로 끊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멀리서 그렇게 보일 뿐이었다. 진 소년은 숨을 죽인 채 사람들의 표정을 살피고 있었다.
“아닌게아니라 배가 거기에 가라앉은 다음부터 모든 일이 일어났지. 아이들이 쌈터로 나가기 시작했고, 그 아이들이 다시 돌아오지 못하게 되고, 혹 돌아온다 해도 병신이 되어서야 오고 ……”
……중략……
그러나 어째서 그 배는 하필 액운을 싣고 왔을까. 그리고 배가 거기 있다고 어째서 마을 사람들이 자꾸 죽어가야 한단 말인가……집으로 돌아와 감나무 가지로 올라가 바다를 내려다 보면서 소년은 왠지 자꾸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소년도 침몰선이 액운을 싣고 있다고 믿는다. 처음 사람들이 침몰선이 곧 떠나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단순히 새로운 것이 자기들 앞 바다로 흘러들어 왔으니 곧 없어지겠지 하는 것이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자 그것은 액운을 상징 하는 것처럼 보였고 침몰선을 액운의 상징으로 보면서 전쟁의 의미 또한 포함되어 지는 것이다.
그러나 소년에게 침몰선의 의미는 마을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것으로 존재한다. 그것은 전쟁으로서의 의미를 포함한 꿈의 의미이다. 소년은 처음에는 마을 사람들과 같이 침몰선이 곧 뱃길로 떠나갈 것이라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배에 많은 관심이 가면서 그것이 떠나가 버리는 것을 초조해 하기 시작한다. 다른 사람들과 같이 침몰선을 전쟁으로 생각하고 단순히 그것이 떠나가 버리길 바라지만 그 바람은 조금은 다른 것으로 변모 되는 것이다. 그의 초조함은 배가 ‘그가 잠이 들고 있는 사이에’, ‘또는 마음을 조금이라도 딴 곳에 뺏기고 있는 사이’ 에 갑자기 거기서 사라져 버릴 까봐 소년을 전보다 더 자주 감나무 가지로 올라가 배를 지키게 했다. 또한 마을에 청년들이 돌아와서 침몰선이 볼품없다고 하거나 그 크기가 작다고 이야기를 할 때에는 소년은 적지 않게 실망을 하고 침몰선의 모습이 실제로 작게 보이는 현상까지 경험한다. 단순히 전쟁으로 인식해서 배가 떠나가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배보다 더 크고 좋은 형태를 유지한 채 위풍당당하게 바다로 떠나길 바라는 것이다. 이것은 소년에게 침몰선의 의미가 전쟁의 이기 보다는 소년의 꿈인 것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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