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 침몰선
소설을 읽고 난 느낌은 한 마디로 내가 살아온 세원에 대한 허무였다.
영화 를 보고 난 후의 느낌과 비슷하게, 지금 내가 믿고 있는 세상에 대한 의심이 들기 시작하고 이 모든 게 다 내 뜻대로, 내가 알고 있는 대로만은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허탈감이 밀려오는 것이다. 그렇게 ‘성장’이라는 것에 반감을 가지게 되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어쩌면 이 진 소년보다 조금 더 이 세상에 익숙한 것뿐이라는 그런 생각 말이다.
나 또한 앞으로 부딪히고 깨달아야 할 현실이, 알고 있는 현실보다는 훨씬 많이 남아 있는 상태이고, 그런 점에서 침몰선이 다시 바다를 항해하기 위해 닻을 올리리라는 환상을 깨는 것이 아픈 존재인 것이다.
돌아보면 지금의 내가 되기까지 어려운 고비를 넘겨야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바로 사춘기라는 몸과 마음의 변화를 겪으며 삐뚤어진 생각, 제 멋대로 하고 싶어 안달이 난 몸에 그 제어되지 않는 욕구를 다스리기까지 힘에 겨운 시기를 넘어왔다.
물론 이런 나의 성질에 가장 애쓴 사람은 우리 엄마였겠지만, 지금 내가 생각해보기론 당시 내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모른 채 짜증만 부리고 슬퍼하기 했던 나 자신은 또 얼마나 피곤했을까 싶다.
세상은 왜 규칙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을까?
세상은 왜 4차원 세계와 같은 초현실적 모습을 하고 있지 않은 걸까? 아픔이나 고통이 없고 환상과 같은 꿈을 마음껏 품을 수 있는 세상은 왜 없을까?
애꿎은 현실을 탓해보기도 한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런 불만의 근원이 다 힘들고 괴로운 일을 당하기 싫어하는 나약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이고, 고통과 좌절이야말로 성장의 밑거름이 되는 세상에서 어렵고 괴로운 일을 두려워해서는 조금도 앞으로 나갈 수가 없다.
성장이라는 말은 단지 육체가 늙어간다는 소리가 아니라, 침몰선을 매개로 한 어떤 깨달음이라는 것, 내가 보고 듣고 내 안에서 인정한 세상만이 전부인, 우물 안 하늘의 면적을 다만 몇㎠라도 더 넓혀보려 우물 속을 이리저리 뛰어 다녀 보는 것, 그것은 곧 숨이 차고 땀이 흐르고 눈물도 흐를 정도로 힘이 드는 일이라는 것, 그것을 알아야 진정한 삶의 성장이 이뤄질 것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 인간의 성장이란 동물의 성장과 같아서는 안 된다.
내 몸의 성장이 멈췄다고 해서 더 이상 살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듯이, 그런 1차원적인 의미의 성장은 우리에게 별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내가 말하고자 하는 정신적이고, 삶의 질적인 성장은 하고 싶지 않다고 해서 그만 둬 버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살아있는 동안은 어쩔 수 없이 벌어지는 자연의 법칙이고 순리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얘기나 정의를 확실히 해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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