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시대, 인간의 일
구본권
구본권이 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마음에 걸린 부분이 있었다. 현대 사회에서 기술이 가져오는 편리함은 누구나 느끼는 부분인데, 그 이면에 숨어 있는 불안함도 만만치 않다고 느꼈다. 인공지능이라는 흐름이 어느 순간부터는 공상과학영화 속 상상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주변에서 알고 있는 회사나 연구소가 실제로 기계의 학습 능력을 테스트하고, 생활 속에서 자동화 기계가 사람의 몸을 대신하는 움직임을 보여주는 정황도 많아졌다. 옛날에는 마치 먼 미래 이야기처럼 들리던 것이 점차 현실이 되어 간다. 책에서 제시한 예시와 설명이 그 흐름을 구체적으로 잡아주었다고 본다. 거기에 인간의 미래는 어떻게 바뀔지, 그리고 그 사이에서 개인은 무엇을 준비할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구본권이란 저자가 직접 경험과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풀어낸 내용이라 더 가까운 느낌이었다.
처음 몇 쪽을 읽을 때는 호기심보다 위기감에 가까운 감정이 났다. 로봇 공학이나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가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기계가 만들어 낼 결과물의 정확성과 빠른 처리 속도에 열광하지만, 또 다른 쪽에서는 인간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에 대한 두려움을 표출하기도 한다. 흔히 말하는 4차 산업혁명 시기에, 작가는 낙관도 비관도 아닌 시선으로 미래의 풍경을 그린다. 무턱대고 기술이 전부 해결해줄 거라고 믿는 태도도 아니고, 마냥 두려워서 등을 돌리는 태도도 아니다. 오히려 지금 시대에 필요한 점이 무엇일지, 그리고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이 어떨지 고민하도록 만든다. 그런 문제 제기 방식이 독자로서 관심을 계속 이어나가게 했다.
어떤 장에서는 인간이 자신의 역할을 더 깊이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로봇이 아무리 편리한 기능을 갖춰도, 결국 사람의 삶에서 진짜로 중요한 가치와 연결된 변화가 아니면 큰 의미가 없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예를 들어, 의료 분야에서 수술 로봇이 활약하는 것을 보면 경이로움을 느낀다. 높은 정확도와 빠른 판단력으로 사람의 한계를 보완해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러한 발전이 환자와 의료진 사이의 상호 신뢰나 윤리적 책임감 같은 요소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고 본다. 결국 사람과 기계가 어떻게 협력하고, 어디까지 권한을 나눌지에 대한 고민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책에서는 다양한 예시를 통해 그 점을 짚어준다.
과거에 기계화가 처음 시작되었을 때도 노동의 형태가 크게 변했다. 공장에서 반복 작업을 하던 사람들이 기계로 인해 일자리를 잃었거나 다른 직업군으로 이동해야 했다. 그때도 격렬한 갈등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새로운 산업과 직업이 등장하기도 했다.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빠른 속도와 더 커진 파급력으로 변화가 진행된다고 본다. 오늘날에는 공장에 앉아서 똑같은 동작을 반복하던 부분만 대체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판단 영역까지 로봇이 어느 정도 흉내낼 수 있는 단계가 되었다. 예를 들어 기계 학습을 통해 데이터 패턴을 분석하고, 미래 예측 모델을 제시하기도 한다. 따라서 예전과 차원이 다른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꼭 무거운 철제 로봇 팔이 공장에서 움직이는 모습만을 떠올리지 않아도 된다. 소프트웨어 기반 인공지능과 알고리즘이 우리 사회 전반에 스며들어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저자는 그 점을 하나하나 설명한다. 스스로 내린 판단으로 움직이는 기계와, 사람의 조작이나 프로그래밍에 기반한 기계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이미 그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음성 인식 비서나 지도 서비스만 보더라도, 어느새 거창한 설명 없이 받아들이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미래에 대한 막연한 기대 혹은 불안만이 확산될 위험이 존재한다. 그래서 작가는 현실적인 관점과 구체적 사례를 곁들여서 독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어떤 이들은 로봇이 사회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거라고 말하고, 어떤 이들은 로봇이 인간을 쓸모없게 만들 거라고 우려한다. 책 속의 문장들은 그 두 가지 극단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보려 애쓴 흔적이 보인다. 결코 그 고민이 단편적이지 않다. 읽다 보면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만한 두려움과 기대가 뒤섞여 있음을 깨닫게 된다.
특히 마음에 닿았던 부분은, 지금 시대가 인공지능과 협력하기 위한 교육과 학습 방식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역설하는 대목이다. 미래 직업 세계에서 필요한 능력이 기존의 암기 위주 방식이나, 기계가 더 잘할 수 있는 계산 능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술적 감각이나 창의적 사고, 혹은 윤리적 책임을 질 수 있는 태도가 앞으로 더욱 빛날 수 있다고 본다. 기계가 대신해주기 힘든 영역은 결국 인간이 본래 가지고 있던 특유의 역량과 관련된다. 그런데 그런 역량을 개발하는 일은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어렸을 때부터 사고 훈련과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서서히 익히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사회의 미래 방향성까지 결정지을 가능성이 있다고 책은 말한다.
작가는 취재 활동에서 직접 만난 사람들의 사례나, 국제적 관점에서 논의되는 정책 방향을 자주 인용한다. 어떤 정부는 이미 학교 교육에서 코딩과 문제 해결을 강조하고, 일부 회사는 교육기관과 협력해 새로운 기술 훈련을 제공하기도 한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해결되지 않은 문제도 분명히 드러난다. 지나치게 기계 쪽으로만 치우친 교육을 하면 인성이나 사회적 책임 의식이 뒷전으로 밀려날 위험이 있다. 반대로 인간성 함양을 강조한다고 해서 기술적 역량을 무시한다면, 급변하는 미래 환경에 적응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래서 조화와 균형이 중요해진다. 책을 읽으면서 ‘정말 쉽지 않겠구나’ 하고 느꼈다. 각각의 영역에서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얽히고, 사람들도 다양한 배경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챕터에서는 실제로 노동 현장에서 이미 벌어지고 있는 구체적 갈등 사례를 보여준다. 로봇이 도입됨으로써 업무 효율이 크게 증가했다는 긍정적 사례도 있고, 반대로 사람들의 일자리가 매우 불안정해졌다는 어두운 면도 있다. 한쪽에서는 더 안전하고 빠른 생산 공정을 갖추었다고 자랑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점점 인간이 설 자리가 없어지는 상황을 호소한다. 이러한 사례는 미래가 완전 자동화로 흘러갈지도 모른다는 예감을 하게 만든다. 하지만 작가는 그 점이 단지 암울하기만 한 얘기가 아니라, 우리가 미리 준비하면 새로운 기회도 생길 수 있다는 뉘앙스를 전한다.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는 쉽지 않은 질문이지만, 적어도 현실로 다가오는 변화에서 눈을 돌리지 말라는 것이 메시지라고 본다.
사람과 기술 사이의 관계를 다룰 때 윤리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고 책은 여러 곳에서 말한다. 인간 노동력을 아예 대체하는 형태의 기계가 많아지면서, 궁극적으로 일을 통해 존재 가치를 확인하던 많은 이들이 갈 곳을 잃을 수도 있다. 그런 변화를 방치한다면 사회 전체가 불균형해질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벌어지는 문제다. 문제는 과거보다 변화가 더 급격하고, 기계가 가지는 역할이 더 방대해졌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어떤 제도와 규칙이 필요할까 고민하게 된다. 예전에는 단순 제조업이나 공장에서의 기계화가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의료나 교육, 서비스업 등 거의 모든 영역에 로봇과 인공지능이 퍼지고 있다. 그러니 법과 제도, 그리고 가치관도 그에 맞춰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고 책은 주장한다.
책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저자가 과연 낙관론자인가 아니면 회의론자인가 헷갈리는 순간이 생긴다. 그만큼 다양한 측면을 보여주고,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태도가 돋보인다. 사실 확실한 답이 없다는 것이 핵심일 수도 있다. 기술 발전의 방향과 속도를 누가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고, 사회가 그 변화를 받아들이는 방식도 단일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인공지능이 가져올 편의를 환영하겠지만, 다른 이들은 그것으로 인해 생길 갈등을 우려한다. 책에서는 그 복잡한 그림을 조심스럽게 나열한다. 그것이 다소 답답해 보이기도 했지만, 오히려 현실을 반영한 솔직한 태도 같아서 인상적이었다.
대량 실업의 공포도 언급된다. 사람들은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형태의 직업을 창출할지, 아니면 기존 업무들이 빠르게 소멸할지 가늠하기 어려워한다. 과거 산업혁명 시기에도 비슷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직종이 생기고 더 나은 삶의 질이 보장된 경우가 있긴 했다. 그러나 현재는 그 속도가 훨씬 빠르다. AI가 특정 영역을 너무 빠르게 파고들어 갈 때, 사람은 무력감을 느낄 수도 있다. 예컨대 몇십 년이나 쌓아온 숙련도를 순식간에 넘어서는 기계가 있다면 누구나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우리에게 남은 경쟁력은 무엇일까 생각하게 된다. 책에서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섬세한 공감과 도덕적 판단, 그리고 예술적 표현 등을 강조한다. 기술자가 아니어도,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창의성이나 인격적 소통 능력이 가치 있다고 본다.
어느 챕터에서는 실패 사례도 다룬다. 기계에게 전적으로 맡긴 작업에서 예기치 못한 오류가 발생한 사건들이다. 소프트웨어적인 결함에서 비롯된 문제도 있고, 하드웨어 결함이 원인이 된 경우도 있다. 사람들은 기계가 완벽할 거라는 환상을 품지만, 실제로는 사람보다 더 치명적인 실수를 할 때가 있다. 왜냐하면 기계에게 입력된 데이터나 알고리즘 자체가 편향적이거나,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 대한 대비가 충분하지 않았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예시들을 보면, 오히려 사람의 중재와 감독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된다. 그러면서 기술 발전이 무조건적으로 좋은 쪽만 향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되새기게 된다.
이 책이 흥미로웠던 부분 중 하나는, 사람과 로봇의 미래 관계에 대해 다양한 관점을 소개한다는 점이다. 어떤 연구자는 이미 로봇과 인간이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돌봄 로봇이 노인들을 보살피는 상황에서, 정서적 유대 관계가 생길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정말로 로봇이 인간을 이해하고 반응하는 것인지, 아니면 프로그램된 행동 패턴에 따라 보여주는 것인지 그 경계가 점점 희미해진다는 것이다. 이 내용을 보면서 꽤 불가사의한 기분이 들었다. 인간을 돕는 로봇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사람 간의 관계를 대체하기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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