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판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내가 두고 두고 명작이라고 손꼽는 작품이다. 그 안에서 다양한 인간군상을 본 것도, 그 안에서 작가의 세상을 향한 그 순결한 눈빛을 읽게 된 것도, 모두 나에게는 크나큰 성과였다. 박경리의 '김약국의 딸들'을 읽으면서,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 무심코 떠올랐다.
형제들의 이야기와 자매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러시아를 배경으로 하고, 한국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운명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는 박경리와 선과 악의 문제를 천착하고 있는 도스토예프스키의 두 작품은 전혀 다른 이야기임에 틀림없지만,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었다. 몇세대를 거쳐 선과 악, 행과 불행, 사랑의 어긋남 등의 문제가 이어져왔다는 점, 한 부모 아래에 태어난 형제자매의 지극히 다양하고 판이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