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처벌 논란
현실을 감안한 선처 중 자신의 생각을 말하시오.
우리 주변에는 실리를 먼저 추구할 것이냐, 아니면 일정한 원칙을 고수할 것이냐를 놓고 갈등하는 일들이 종종 발생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한 대기업 총수의 비자금 관련 범죄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경제현실을 감안하여 선처를 베풀어야 할 것인지, 아니면 법과 원칙대로 처벌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다. 이 사건의 결과는 국민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법원이 대기업 쪽의 입장에서 판결을 내리게 된다면 국민들에게 법에 대한 신뢰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법치국가에서 국민들의 법에 대한 신뢰는 법을 만들고, 적용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이다. 이런 신뢰를 바탕으로 법은 법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국민들은 법을 준수할 수 있는 것이다. 국민들이 법을 신뢰하지 않는다면 그 법이 한 국가에서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번 사건을 통해 악화된 여론을 대기업들은 자본을 사회에 환원시킴으로써 일을 무마시키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돈 때문에 일어난 사건을 돈으로 해결하려는 모순된 행동이다. 현재 국민들의 법의식은 상당히 부정적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처럼 돈만 많으면 법에서 어느 정도 피해갈 수 있다고 국민들은 생각한다. 국민들의 이런 법의식 상태에서 이번 사건을 눈감아주는 것으로 결론이 난다면 국민들의 법에 대한 불신은 더욱 깊어갈 뿐이다.
‘형평성’이라는 말은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해야 한다는 말이다. 세금이나 사회 복지시설 등은 사회적 안전망 차원에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부유층과 빈곤층에게 다르게 적용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법을 적용하는데 있어서는 모든 사람에게 평등해야 한다. 이것은 헌법 제11조에도 명시되어 있으며, 법이 추구해야할 중요한 원칙 중 하나이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법의 적용을 받고 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이번 사건 역시 대기업의 범죄가 아닌 한 작은 기업체와 관련된 범죄였다면 이렇게까지 논란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단지 한 대기업 총수를 처벌하면 경제적인 면에서 큰 손해를 보기 때문에 처벌을 유보해야 한다는 것은 형평성의 논리에 어긋나는 일이다. 경제적인 실리도 중요하지만 이런 실리만 추구하다보면 법은 그 존재가치를 상실하게 된다.
그렇다고 법을 사건의 상황적 판단을 배제한 채 융통성 없이 적용하자는 뜻은 아니다. 거지가 먹고 살기 위해 빵을 훔친 것과 부자가 사사로운 이익을 챙기기 위해 범죄를 행하는 것을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법은 인간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또한 법을 적용하는 주체 역시 인간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형벌이 감량되거나 늘어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정상참작 또한 법의 기본적인 원칙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번 사건의 경우는 이런 융통성 문제가 아니라, 단지 한 대기업의 총수가 형량을 받게 될 때 일어나는 경제적인 손실 때문에 이런 논란이 일어났다고 볼 수 있다. 법을 적용하는데 있어 완벽하게 법과 원칙대로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해득실을 따져서 법을 적용하는 것은 법의 존재 이유를 망각시키는 일이다.
“국왕도 법 아래에 있다”라는 말은 영국에서 법치주의를 확립할 때 생겨난 말이라고 한다. 법치국가에서 법은 그 누구에게나 객관적으로 적용돼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생긴 말이다. 우리는 법이라는 큰 틀 안에서 살고 있다. 법은 어느 한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참여해서 만든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법은 편파적이 아닌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 사회구성원 모두가 법을 신뢰하고 동등하게 법의 적용을 받을 때 우리 사회는 법치사회로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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