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학개론] 삶에 대한 성찰 - 선택, 삶의 주체로의 열망
프랑스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라고 말했다. 그가 이야기 한 것처럼, 오늘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수많은 선택들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다. 당장 눈앞에 놓인 많은 대상을 저울질하고 재면서. 과연 어떤 가치가 지금 나에게 더 큰 이익을 가져다줄지 생각하며 말이다. 물론 사람마다 어떤 가치를 자신의 우위에 두느냐는 본인의 선택에 달려있다. 역시 이것마저 끊임없는 선택의 연장선인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껏 인생을 살아오면서 수 없이 많은 선택 속에 나를 던져놓기도 했었고, 그 결과에 따라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다. 사실,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선택의 양상을 살펴보면 참 신기한 경우가 많다. 특수교육과에 진학하기 전까지 다녔던 학교, 과를 선택한 것도 내 선택이었고 그 학교를 그만 둔 것도, 그리고 이 학교에 적지 않은 나이로 다시 대학에 진학하겠다고 선택한 것도 내 의지였다. 이 중에는 충분히 계획을 세워 행했던 일도 있었고, 충분한 계획 없이 내가 지금까지 공부하고 이루어왔던 것들에 매너리즘을 느껴 어찌 보면 충동적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선택을 한 경우도 있다.
학교를 그만 두겠다고 했던 것은 어느 정도 충동적인 선택이었다. 학교를 1, 2년도 아닌 3년씩이나 다녔으니 말이다. 졸업반을 1년 앞두고 내가 자퇴를 결심하자 부모님은 예상대로 쉽게 허락하지 않으셨다.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있던 나에게 사회복지라는 학문은 꽤 매력적이었다. 내가 지금까지 겪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 새로이 경험하고, 사회의 안전망에 벗어나 있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사랑과 보호를 제공한다는 것은 정말 내 가슴속에 항상 간직 해 왔었던 작은 소망과도 같았기 때문이다. 물론 학부제였던 1학년이 끝나고 2학년을 앞둔 시점, 사회복지학과 다른 학과 사이에서 사회복지학과를 선택했던 것도 역시 내 의지였다. 내 스스로의 힘으로 타인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답고 감사한지,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그 가치의 힘을 결코 알 수 없다.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하고 자퇴를 결심하기 까지, 즉 3년 동안은 나에게 있어 나름 행복한 시간이었다. 내가 예상하고 계획한 대로 모든 일들이 그대로 흘러갔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3학년 말에 현장 실습을 하게 된 순간부터 나에겐 ‘이건 내가 생각했던 일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다. 한 종합사회복지관에서 한 달 정도 실습을 해야 했는데, 실습을 하는 한 달 내내 내가 한 일이라곤 복지관의 사무를 처리하는 소위 ‘잡일’에 불과했다. 물론 아직 배운 것이 부족하고 그 분야의 지식이 미흡한 내가 즉각적으로 사회복지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대상자에게 개입한다는 것이 힘들 수는 있었지만 그래도 사회복지 대상자에게 서비스가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이루어진다는 대략적인 서비스 제공방식이 알고 싶고, 배우고 싶었던 나에게 있어서 내가 한 달 동안 했던 일은 정말 절망에 가까웠다. 하루에도 수 십 건씩 배당된 문서 작성과 끝도 없이 이루어지던 복사업무 속에서 나는 내 가치를 잃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나와 반복적으로 돌아가던 복사기만이 존재하던 그 날의 허무한 감정. 도대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 때문에 이러한 일을 하고 있는지 나 스스로도 나에게 반문할 수조차 없었던 그날의 절망감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마치 내 자아를 상실한 기분이었다. 한 인간으로 태어나 삶의 목적과 이념을 상실하고, 주체가 아닌 객체로 전락해 버릴 수밖에 없었던, 인간이 아닌 기계에 불과한 듯한 기분.
그 때부터였다. 내 삶에도 변화가 필요함을 직감했던 때가. 새로운 선택이 필요함을 내 스스로 느꼈던 때가 말이다. 실습을 마치고 부모님께 조심스럽게 학교를 자퇴하겠다고 말씀드렸다. 당연히 부모님은 반대하실 수밖에 없었다. 졸업까지는 1년밖에 남질 않았었고, 학과 성적도 우수했기 때문에 당연히 내가 학교생활에 만족하고 잘 적응한다고 생각하고 계셨기 때문이다. 하지만 울면서 부모님을 설득했다. 학교생활도 재미있고 공부도 재미있지만 내 스스로의 가치와 존재를 상실해 버리는 기분이라고. 힘들어 하는 내 모습에 부모님은 일단 휴학을 신청하고 조금 쉬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씀하셨다. 물론 천천히 쉬면서 앞으로의 거취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렇지만 일단 그 학교, 학과의 소속이라는 보호막이 나를 감싸고 있다면, 언젠가 힘들어 할 때가 생겨도 다른 것에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고 다시 그 보호막에 기대고 싶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부모님을 설득해 학교를 그만 두고 나는 3년 전처럼 다시 수험생의 길로 들어섰다. 생각대로 쉽지 않은 길이었다. 그리고 공부를 하다 너무 힘들면 내 선택에 후회를 할 때도 있었고 다시 돌아가고 싶을 때도 있었다. 그렇지만 나에게 돌아갈 곳이라곤 아무데도 없었다. 오직 의지할 것 이라곤 나 자신뿐. 스스로와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루에도 몇 번씩 다짐하고 다짐했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특수교육과’라는 새로운 공동체에 한 구성원이 될 수 있었다. 누구도 아닌, 내 스스로의 힘과 의지로 말이다.
특수교육과를 생각한 건 내가 지금까지 해 오고, 또 꿈꿔왔던 가치를 쉽사리 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내 스스로가 지닌 학문적 지식과 실질적 기술을 통해 내가 접할 아이들을 직접 변화시키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지닌 하얀 바탕에 미래에 대한 아름다운 꿈을 그릴 수 있도록 내가, 누구도 아닌 나 스스로가 도와주고 싶었다. 세상의 밝음보다는 어두움에 익숙하고, 항상 어두운 곳에서 자신들을 숨겨왔던, 그렇지만 그 무엇보다도 밝고 아름다운 존재인 아이들을 위해서. 학교에 입학하고 어느덧 1학기 종강을 앞둔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나도 내 선택이 신기하기만 하다. 어떻게 3년씩이나 아무 불평 없이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특수교육과를 선택했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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