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승 의 시 공간과 인물 및 갈등
1. 시간, 공간
대부분의 희곡이 그렇듯 「동승」 역시 시간과 공간이 아무런 이유 없이 설정된 것이 아니어서 설정 자체로 지향점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동승」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시간과 공간의 파악은 필수적인 요소이다. 결말에 이를 때까지 시간과 공간의 동선 변화를 놓치지 않아야 함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동승」 서두에 제시되어 있듯이 극중 시간은 초겨울이다. 또한 재를 올린다는 소문을 듣고 구경꾼들이 모이고 있다는 점으로 미루어보아 초겨울 어느 날의 오전부터 플롯이 진행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욱 구체적인 시간은 초부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 희곡의 처음과 끝에 도념은 초부를 만나 대화를 하므로 초부가 나무를 해서 마을로 내려가는 동안의 시간이 희곡 「동승」의 시간이다.
일반적으로 겨울은 시련으로 가득 메워지는 시간이다. 전통적인 기호를 벗어나지 않는 이상 겨울이 막 시작된 무대에서 벌어질 갈등들은 결코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며, 설사 갈등이 해결된다 하더라도 그 이후의 시간들이 온화한 감정들로 점철되지는 못할 것이다. 희곡을 조금만 읽어나가면 그러한 예상이 적중할 것임을 예상할 수 있게 된다. 눈이 오면 샘에서 물을 길어오는 일이 고단해짐을 생각해야 하는 도념에게 열 네 살의 초겨울은 가슴에 화살을 맞는 시간이다. 고구려시대의 도념처럼 화살을 맞은 후 종을 치진 않겠지만 말이다. 물론 「동승」의 결말이 정말 비극적인지 아닌지는 섣불리 규정할 수 없다. 도념이 미망인의 수양아들이 되지 못하고 길을 떠나는 것을 바라보는 관객들의 시선이 같을 수는 없는 것이다.
한편 「동승」의 주된 공간은 산문 근처의 샘터 주변이다. 샘터 주변은 절 밖이면서도 절과 가깝고, 주지스님이 말하는 속세로 칭해지는 마을로 내려갈 수 있는 길이 제시되는 공간이다.
샘터 주변은 중립적 공간 혹은 혼돈적 공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절로 향할 수도 있지만 속세로도 향할 수 있는 중간점의 좌표를 부여받고 있다는 점에서 중립적 공간이기도 하며, 또한 절도, 속세도 아닌 공간으로서 불도에의 전념이나 속세 생활 그 어느 한 쪽도 뿌리내리지 못하고 갈등하는 도념의 정신적 정황과 부합되고 있다는 점에서 혼돈적 공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플롯이 진행되면서 그렇게 모호한 공간은 채색되기 시작한다. 희곡 마지막에 ‘비탈길’로 가겠다는 도념의 대사는 모호하던 공간이 어떠한 색으로 채색되었는지를 상징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2. 인물 구축양상과 갈등관계
① 도념과 주지스님
도념의 일상은 어머니를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첫 장면에서 초부와 만나 도념이 건네는 대사는 어머니는 언제 오시냐는 질문이다. 초부는 내년 봄보리를 베고 나면 어머니가 올 거라고 대답해주지만 도념은 또 거짓말을 한다고 추궁한다. 도념은 그런 초부의 거짓말을 수차례 들어온 것이다. 수차례 속았음에도 불구하고 재차 초부에게 어머니가 오는 날을 계속 물어보는 행위는 도념이 얼마나 어머니를 그리워하는지 짐작하게 해준다.
도념이 어머니를 만날 수 있게 해줄 수 있는 인물은 주지스님이다. 주지스님은 도념의 어머니를 알고 있을뿐더러 도념이 아홉 살 때는 다음에 도념을 데려가겠다는 말까지 직접 들었다는 인물이다. 사실 여부는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주지스님은 도념의 어머니가 사는 곳까지 알고 있다. 하지만 주지스님은 도념에게 어머니에 대한 얘기를 해주지 않으며 만나게 해줄 생각도 하지 않는다. 도념의 어머니는 타락하여 죄 많은 여인일 뿐이며 그녀와 도념이 접하는 것은 불도에 어긋나는 일인 것이다. 이렇듯 「동승」의 주인공인 도념과 도념의 원대한 욕구를 좌절시키는 주지스님 사이의 갈등은 희곡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
이 둘의 갈등에서는 오이디푸스적인 억압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주지스님은 도념에게 아버지 같은 인물로서 금지와 부정으로 도념의 삶과 욕망을 억압한다. 불경을 외우지 않으면 안 되고, 마을 밖에서 놀아선 안 되고, 부처님의 계명을 어겨서도 안 되며, 도념이 스스로 물을 길어오지 않고 누군가에게 의지하면 그까짓 물 긷는 괴로움도 못 참는다며 야단을 맞게 되고, 절에서 보내는 영겁 같은 시간을 견뎌내기 위해 상상하는 아름다운 어머니는 실상 야차일 뿐이라고 외치면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억압한다. 도념의 도덕은 주지스님의 금지와 억압에 순종함으로써 형성되고 그에 벗어나는 것은 일탈로 규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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