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속요에서의 여음의 기능과 특징(정의, 분류)
1. 여음의 정의
문학적인 의미의 여음은 구비문학, 특히 구창문학인 시가 등에서 련(聯) 단위에 본 가사의 앞뒤 가운데에 있어서 의미 표현보다는 감흥과 율조를 일으키는 어절이나 구절이다. 이런 여음에 대하여 황희영 교수는, “여음이란 어디까지나 그야말로 nonsense verse격인 수사적 표현과는 무관한 기사적(記寫的) 의미는 별다른 뜻을 가지고 있지 않는, 여음구 자체의 음율적인 구절 형식을 의미하는 것.” 고려속가의 여음 연구 (정경의, 釜山大學校, 1997) p.5
이라 하여 여음은 수사적 표현과는 무관한 것으로 별다른 뜻이 없으면서 음율적인 구절 형식을 갖추고 있는 것이라 하였고, 정재호 교수는 “시가에서는 실사(實辭) 이외에 허사가 들어가거나 또는 시의 각 연마다 실사로 된 동일한 형태의 시행이 주기적으로 반복하여 삽입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것들의 명칭으로 시가의 뒤에 붙는 것을 흔히 ‘후렴’이라 부른다. 따라서 이러한 것들이 시가의 앞에 붙으면 전렴, 중간에 들어 있으면 중렴이라 할 수 있다.” 정경의, 앞의 논문, p.6
라 하여 여음의 정의를 그릇 설정하고 있다. 정재호 교수가 여음으로 보고 있는‘시의 각 연마다 실사로 된 동일한 형태의 시행이 주기적으로 반복하여 삽입되는 경우’란 반복구를 지칭함이 분명한데, 여음은 결코 실사의 반복은 아니다. 그리하여 여음에 대한 명칭도 감탄구口音(구음)조율소(調律素)조흥구후렴구반복구 등 다양한데, 이러한 명칭은 여음의 형태와 기능, 시가 본사에서의 위치 등을 고려함 없이 붙인 명칭에 불과하다. 감탄구: 감탄사가 들어있는 구나 행임. 고려 속가에서 ‘아소님하’가 들어 있는 결사(結詞)가 감탄구
구음: 악기의 의성음이나 주술적인 입타령의 소리
조율소: 조율을 목적으로 하여 가사에 넣은 무의미한 소리 요소
조흥구: 시가의 본 가사의 뒤에 붙는 무의미한 여음. 이 여음에 때로 실사가 들어있기도 함
반복구: 여음의 반복구도 있고, 실사의 반복구도 있다. 또 여음과 실사가 합쳐져 반복구를 형성하기도 함
여음의 정의는 난제이나, 여기서는‘시가에서 대개 일정한 간격을 두고 되풀이되며, 율격을 띠고 나오는 무의미(악기의 의성어 또는 현재로서는 뜻이 불분명한 주술적 성음)한 소리로 흥을 돋우거나 음악적 효과를 이루며 본사의 내용을 보충강조하기 위해 쓰인 무의미한 일련의 소리’라 정의 한다. 즉 여음이란 시가에 있어서 뜻의 전달보다는 조흥과 조율 및 의미 확장을 기하는 소리(구음)로서 반복에 의해 한 형식을 형성하는 것을 여음이라 한다.
2. 여음의 생성 과정과 발달
여음은 일반적으로 ① 동물들의 울부짖음이나 지저귐의 흉내, ② 바람소리, 물소리 등 자연 현상의 소리의 흉내, ③ 단순하게 물건을 두드리거나 속이 빈 대롱 속에 숨을 불어 넣거나 물체를 긁거나 퉁겨서 내는 소리의 흉내, ④ 노동과정에서 만들어 내는 소리, ⑤ 주술적인 제의나 종교 의식에서 사용된 음성적 기호(구음) 등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인간의 조음기관 소리나 자연계의 소리를 흉내낸 여음은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생성될 수 있으나, 주술적인 제의나 의식에서 비롯한 소리들은 처음에는 뜻이 있는 소리였을 것이나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뜻을 알 수 없는 말이 되어 여음으로 전환하게 되었을 것이다. 고려 속요에는 동물들의 소리를 흉내낸 여음은 드러나지 않고 타악기관악기현악기 등 악기의 소리를 흉내낸 여음과 주술적 제의에서 사용된 음성적 기호(구음) 및 노동 과정에서 내게 되는 소리가 발달하였다. 고정옥 교수는 ‘노동 과정에서 내는 무의미한 두서너 음절의 소리가 곧 노래로서, 민요의 최초 형태’라 하였다. 그리고 조향 교수는 원시 민족에 있어서 노동제전시(예술)가 혼연히 융합된 것을 trimity라 하고, 무의미한 율어(민요) 사이에 실사가 들어가는 과정을 다음과 같이 개진하였다. “노동의 과정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얽어진 무의미한 율어 사이에, 제전을 하자면 빌기도 하고 송덕(頌德)도 해야 하니까, 기도송덕의 뜻을 가진 일상어(가사)가 이른바 시어로서 섞여들게 된다. … 자연발생적 리듬에 길들지 아니한 딱딱한 일상어가 매끄러운 율어 가운데 섞여서 어울려 나가자면, 긴 것은 줄어져야 하고, 짧은 것은 늘어져야 하고, 모난 것은 매끄러워져야만 한다. 일상어가 이렇게 시어로 바뀌어지는 것은 ‘언어의 연금술’의 시초이며, 따라서 인간의 미의식의 초보적인 발현인 것이다. 이리하여 인간 본연의 율어의 음열에 비로소 의식적인 심미적 가공 작용이 베풀어짐으로써 ‘예술성’이라는 것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라 하여 무의미한 율어의 음열(여음으로 구성된 원시적 민요)이 실사가 든 시가로 발전되어 나온 과정을 자세히 개진하고 있다. 정경의, 앞의 논문,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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