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소설 도가니 독후감
중국에서 사업을 하다 실패한 강인호는 아내의 친구 소개로 광주에 있는 사립학교 기간제 교사 자리를 얻게 된다. 청각장애 및 지체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가르치는 자애 학원은 안개로 둘러싸인 무진시에 있다. 게다가 마을에서도 떨어져 있어 자애학원은 마치 고립된 하나의 거대한 성채 같았다. 안개가 내리면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다 한들 외부에서는 전혀 알 길이 없을 터였다. 무진을 뒤덮은 안개를 뚫고 자애학원에 도착한 강인호는 파삭파삭 거리며 과자를 먹는 작고 여린 소녀를 만난다. 학교발전기금 명목으로 교장에게 뇌물을 바치는 일로 시작된 자애학원 예비교사 생활. 그런데 그가 부임한 후 한 달에 한 번꼴로 사고가 발생한다. 한 명은 절벽으로 떨어졌고 또 한 명은 열차사고로 죽은 청각장애아들. 첫날부터 들려오는 여자화장실 안에서의 괴성. 다음 날, 연두라는 자기 반 학생이 출석하지 않은 사실을 알고 찾아나서 참견했다가 학원 설립자의 아들로 교장 이강석의 쌍둥이 동생인 행정실장 이강복에게 기분 나쁜 핀잔을 듣게 된다. 몸에 멍을 달고 수업에 참가하는 아이들을 보며 강인호는 자애학원에 의문을 품게 된다. 결국 드러나는 자애학원의 교장과 행정실장과 생활지도교사의 성추행과 성폭행. 기숙사 내 구타까지. 바로 그곳에서 학교 교장과 행정실장, 생활지도교사 등이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상대로 성폭력과 폭행을 일삼았다. 말 한마디 할 수 없는 아이들은 외부와 단절된 학교 안에서 무참하게 유린당했지만, 제대로 듣고 말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눈과 귀를 모두 닫아버린다.
연두 어머니의 의사로 경찰에 고발, 수사를 의뢰하게 되지만 검찰을 들먹거리는 경찰과 교육청, 시청 사회복지과와 자애학원과의 유착관계만을 확인하게 된다. 결국 장애인 성폭력상담소장과 수화통역사, 인권운동센터 간사가 성추행을 당했던 학생들과 함께 사건 정황을 비디오카메라로 녹화한고, 거의 매일 이들의 성폭행을 진술한 이 자료를 근거로 언론사에 도움을 요청하게 된다.
다행히 방송국과 국가인권위에서 자애학원의 성추행과 폭력문제, 열악한 식생활문제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국민들의 동정과 자애학원 선배들의 성폭행에 대한 양심선언이 이어졌고, 마침내 경찰이 이 학교 교장과 행정실장, 생활지도교사를 연행한다. 그렇게 교장측과 학생측의 법정 공방이 시작된다.
하지만 돈과 권력으로 뭉친 더럽고 추잡한 인권은, 피해 학생 부모들의 합의로 포장되기에 이르고, 자애학원의 장애 아이들과 검사, 인권운동센터, 그리고 강인호를 중심으로 양심선언을 한 선생님들의 끈질긴 저항과 싸움은 어렵게 진행이 된다. 이렇게 법정 공방은 거짓과의 투쟁, 이사장의 인권과 장애 아이들의 인권 투쟁으로 대치한다. 하지만 결국 강인호는 해고, 즉 기간제교사 계약해지 통고를 받게 되며, 전관예우 운운하던 보수 판사는 학교 교장과 행정실장, 생활지도교사에게 지역사회에 기여한 바가 크며 전과가 없고, 피해자의 보호자들이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참작을 들어, 이강석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이강복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박보현 징역 6개월이라는 충격적인 최종판결을 내리게 된다. 10여 년간 수십명을 성폭행한 전과자들에게 전과가 없다는 결론이 난 것이다. 패소한 강인호는 부당하게 해고 당하게 되고 사회복지사 정유미는 장애 아이들과 함께 여러사람의 도움을 받으면서 근근히 생활하는 장면이 나오면서 영화는 끝나게 된다.
이 영화를 보는 동안 나 역시 안개 속에 있는 느낌이었고, 그 안에서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내 모습이 상상되었다. 정말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두렵고 어두운 길을 그 소녀들은 감당하기 힘든 묵직한 돌까지 앉은 채 걸어야만 했다. 어린 소녀들의 맑고 순수한 마음과 몸을 사정없이 짓밟는 현실보다 냉혹했던 성폭행 장면 등의 묘사와 법 앞에서 들을 수도 말할 수도 없어 딱딱한 돌이 되어야만 했던 수많은 청각장애인 때문에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감독이 파헤쳐 보여주는 이 사회의 불합리함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의 무진시는 바로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다. 또한 내가 살고 있는 광주에서 일어난 곳 이기도 하다. 학연과 지연, 혈연의 유착관계가 만연한, 선한 얼굴을 하고서 온갖 죄악을 일삼는 위선자들로 가득한, 진실이 거짓이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이 추악한 현실은 언제쯤 걷혀질 것인가. 다수의 노력으로 그나마 깨끗해지고 있던 사회의 건전함도 작당한 몇몇에 의해 금세 흙탕물로 변해버리는 세상이니 너무 안타깝고 원망스러웠다. 무진시의 안개가 쉽게 걷히리라 보이지 않는 건 바로 이 때문 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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