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감상문] - 장애인 복지론 - 소설 도가니
도가니!
‘금속이나 철광석을 융해배소(焙燒)하는 등 고온처리에 사용되는 내열성 그릇’ 또는 ‘흥분이나 감격 따위로 들끓고 있는 상태의 비유’로 국어사전에서는 풀이하고 있었습니다.
2009년 “도가니”라는 책이 발행되어 세상을 분노로 들끓게 하고 2011년에는 영화 개봉으로 우리나라, 특히 광주를 분노의 도가니로 만들었던 기억이 다시 살아납니다. 장애아동에 대한 인권 유린과 성폭행 사건은 세상을 뒤흔드는 중대한 사건이었고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청각장애 아동들을 보호, 교육해야 할 의무가 있는 학교 관계자들의 지속적인 폭행에 아이들이 시달리고 있었다는 사실과 과거에 그 학교를 졸업했던 선배 장애학생들에게도 그러한 피해사실이 있었지만 미처 알려지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공지영’이라는 작가가 우연히 보게 된 어느 인턴기자의 신문기사 한 줄로 시작 된 ‘인화학교’의 실체, 청각장애인 학교의 슬픈 과거가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세상의 어느 누가 이와 같은 엽기적인 일을 상상이나 했을까요? 저는 책을 읽는 내내 답답한 마음에 가슴이 터져버릴 것 같았습니다.
교수님께서 수업시간에 말씀 하셨듯이 15종의 장애유형 중에 가장 자신의 삶을 힘들게 한다는 청각장애는 세상의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하고 또 그로 인해 어떠한 소리나 음성도 입으로 흉내 내거나 표현하지 못하는 한 개인에게 이중 장애를 초래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예전에 전신마취 수술 후 회복실에서 힘들게 나는 말을 하고 있는데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주변의 의료인들이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해서 회복하는 과정에 매우 힘들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그 답답함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이렇듯 단 몇 분만 말을 하지 못해도 내 생각을 표현하지 못해도 답답하고 힘들었는데 평생 세상의 소리를 듣지 못한 채 위험에 노출되어 몸과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책 속의 주인공인 실제 인화학교 피해 학생들이 참으로 가엽고 안쓰러웠습니다.
세상에서, 그리고 자신의 인생에서 조금은 낙오 된 듯 패배한 마음으로 새로운 직장을 찾아 무진시로 오게 된 ‘강인호’. 서투른 수화 실력이지만 청각장애를 가진 아이들과 조금이라도 소통하고 교감하며 생활하고픈 바람으로 찾게 된 자애학원. 하지만, 장애학생들은 굳게 닫힌 귀와 함께 마음까지 굳게 닫아 버리고 선생님들을 포함한 어른들을 공포와 낯선 두려움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외딴곳에 자리 잡아 뭔가 밝혀지지 않는 진실이 숨겨져 있는 듯한 자애학원의 첫인상은 그의 인생에 큰 파장과 함께 잠재되어 있던 정의감(正義感)을 다시 깨워주는 특별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철없던 젊은 시절의 과거와 함께 자신의 정체성에 혼돈(混沌)을 느끼며, 결국 그는 깨어난 정의감의 결말을 보지 못한 채 현실을 회피(回避)하고 마는 조금은 나약한, 대의(大義) 보다는 자신의 가정과 현실에 충실 하고픈 한 가정의 평범한 이 시대의 가장(家長)으로 돌아가 버렸습니다. 저는 책의 내용 중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었고 ‘강인호’라는 주인공의 고뇌(苦惱)가 느껴지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조금은 공감(共感)하는 마음도 생겼습니다.
싱글맘으로 아픈 딸아이 걱정과 그리 넉넉하지 않는 환경 속에서도 굳건하게 인권센터 간사로서 활동하는 ‘서유진’ 간사, 묵묵히 장애아동들을 위해 싸워주는 ‘최요한’ 목사님과 같은 책 속 인물, 실제 인화학교 사건의 사후대책에 참여하신 많은 봉사자들에게 한없는 존경심을 표하며, 어지러운 세상을 조금이라도 밝혀 주는 빛과 소금이 되어 주시길 바라는 소망도 생겼습니다.
이 책을 읽고 한 카페를 통해 ‘인화학교’ 관련 언론 보도와 광주고등법원 판결이후 소식 등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인화학교 사건이 처음 뉴스와 언론을 통해 보도 되었을 때 나의 아이들이 떠올라서 너무 끔찍하고 무서워서 사실적(事實的)이고 적나라(赤裸裸)한 내용은 피하고 싶었습니다. 사건을 감정으로 대면하기 보다 객관적 사실로 인식하고 싶어서 세간(世間)에 베스트셀러로 호평(好評)받던 ‘도가니’ 책도 영화도 지금까지 보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과제를 수행하면서 읽게 된 책은 저를 많이 분노하게 했고 또 저의 직업에 대해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하였습니다. 책 속의 까칠한 최수희 장학사처럼 나도 민원인들에게 조금은 냉정하고 무표정하게 내가 맡고 있는 업무의 책임 한계만을 무 자르듯이 싹뚝 잘라내는 그런 공무원은 아니었을까? 나 스스로 몇 번이나 자문 해 보았습니다. 인화학교처럼 학교법인과 장애인복지사업을 하는 사회복지법인이 함께 운영되는 경우 국가보조금을 지원하는 정부 부처가 다르고 지자체의 관할 기관도 다를 뿐만 아니라 책에서와 같은 상황이 예전에는 빈번히 발생하곤 하였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관할 유관기관이 서로 협력하고 연계하여 예전보다는 더 신속하고 원활하게 추진되고 있다고 생각 됩니다. 저도 공무원이지만 제 스스로가 이렇게 서로 업무 떠 넘기를 일삼는 공무원을 매우 혐오하고 경멸하는 사람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저는 그런 한심한 공무원이 되지 않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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