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국화와 칼을 읽고
작년 1학기 ‘외교정책론’이라는 수업을 들었을 때 일본의 외교에 대하여 수업하던 중 ‘국화와 칼’이라는 책이야기를 처음 듣게 되었다. 교수님께서는 2차 대전 당시 일본을 가장 객관적으로 다뤘다고 평가되는 책이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은 1944년 미국이 일본을 대로 한 전쟁에서 자신들의 의식 구조와 다르게 행동하는 일본인들을 보고 그들의 행동에 대처하기 위해 국무성의 위촉으로 만들어진 책이라 한다. 책을 읽기 전에 덜컥 의구심부터 들었다. 한 번도 일본을 방문하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주관성을 배제하고 객관성을 가지고 일본과 일본인의 특성에 대하여 이야기 할 수 있었을까 하는 것이었다.
책을 읽어내려 가면서 나는 일본과 우리나라의 비슷한 점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일본이 신분제 사회의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 그 테두리 내에서 성별과 연령에서 오는 특권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 전쟁에 임하였을 때 열세에 몰리거나 포로로 잡혔을 때도 목숨을 구걸하지 않는 태도, 충(忠)과 효(孝)를 중시하는 모습들은 우리나라의 특성이라 해도 전혀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는 사항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우리의 그것들과는 또 다른 모습들을 보여주면서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말을 다시금 떠오르게 했다. 이 책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들여 설명하고 있는 내용은 일본인들이 지켜야 하는 의무에 관한 내용들이라 할 수 있다. 그것들은 큰 것에서 작은 것에 이르기까지 어떤 사람이 지고 있는 빚, 채무를 일컫는 ‘온(恩)’, 채무에 대한 한없는 갚음, 직계가족에 지고 있는 의무인 ‘기무(義務)’, 계약관계의 이행이라고 말할 수 있는, 법률상 가족에 대해 지고 있는 일체의 의무인 ‘기리(義理)’ 등이 그것이다. 저자는 나쓰메 소세키의 ‘봇창’이라는 소설과 일본인들 사이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인 ‘47 로닌(浪人) 이야기’등으로 일본인의 이러한 모습을 더욱 잘 이해하게 해준다. 아주 작은 은혜에도 그것을 갚지 않는 것은 ‘엄청난 수치’라고 생각하는 그들의 생각이 타인에 대한 일본인의 마음씀씀이라고 생각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 스스로 너무 강박적으로 이러한 것에 매달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들은 또한 자신의 체면, 이름을 더럽히지 않는 것을 상당히 중요시 했다. 그들의 이름에 대한 ‘기리’는 비방이나 모욕을 제거하는 행위를 요구한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의 훼손당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하여 명예 훼손자에 복수하거나 자신의 평판을 회복시키기 위하여 ‘할복(割腹)’으로 자신의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방법도 서슴없이 사용한다. 그들은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의 주군의 명예를 위해서 자신의 부인을 창녀로 팔거나 의부를 죽이기도 하였는데, 이러한 행위는 비난의 대상이 아닌 칭송의 대상으로 생각되었다. 이러한 점에서 그들이 ‘효’보다는 ‘충’을 더 우선시했음을 알 수 있었다. 베네딕트 역시 일본인의 영원불변한 목표는 ‘명예’에 있다고 책에 나타내고 있다.
이 책을 읽기 전 생겼던 의구심은 과연 그 나라에서 그 나라의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지 않은, 그것도 같은 동양인이 아닌 서양인이라는 입장에서 어떻게 그 나라에 대하여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저자는 많은 연구와 일본인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얻은 자료를 토대로도 이렇게 다른 민족을 잘 분석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나의 헛된 걱정을 기우로 만들어버렸다. ‘국화와 칼’은 앞서 읽었던 두 책들과 달리 그 나라의 배경이나 각 지방의 특이한 풍습들을 배제하고 일본인 그 자체에 대하여 분석한 책이라 앞선 책보다 약간 딱딱한 면도 있었지만 일본인에 대하여 다른 시각을 열어준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위안부 문제로 떠들썩한 요즘이다. 잠잠할 때쯤 한 번씩 날을 세우는 모습에서 책 제목이 의미하는 바처럼 그들의 이중성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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