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아내가 결혼했다
일처다부제는 매우 드문 혼인형태이다. 여자가 아주 적거나, 남자가 집을 자주 비운다거나 하는 특수한 사정이 일처다부제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지금도 인도 일부 지역이나, 티베트에서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에서 일처다부제는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아내가 결혼했다. 책 제목만 보면 전 아내가 다른 남자와 결혼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일 것 같다. 그렇지만 전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이야기이다. 이 소설의 배경은 현재다. 평범한 두 남녀, 인아와 덕훈은 서로 다른 일을 하지만 같은 프로젝트를 맡아 같이 일하게 되면서 서로에게 호감을 갖게 된다. 그리고 프로젝트가 끝나는 날 둘은 연인사이가 된다. 그렇지만 인아는 덕훈과 사귀면서도 다른 남자들과 만나고 다닌다. 처음에 덕훈은 쿨 하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인아에 대한 사랑이 깊어지면서 다른 남자들을 만나고 다니는 게 못마땅하고, 인아와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인아는 결혼을 하면 형식적인 틀에 얽매이게 된다고 결혼을 거부하지만, 덕훈의 끈질긴 노력으로 둘은 결혼을 하게 된다. 그렇지만 얼마 안가 인아에게 재경이라는 새로운 남자가 생기게 되고, 급기야는 그 남자와 결혼을 하겠다고 한다. 덕훈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인아를 설득도 하고, 협박도 해 보고, 이혼 서류까지 만들어 오지만 결국 인아는 재경과 두 번째 결혼을 한다. 그리고 주중에는 재경과, 주말에는 덕훈과 두 집 살림을 하면서 살아간다. 덕훈은 재경을 질투하지만 마침 인아에게 아이가 생긴다. 이 아이가 또 누구의 아이인지 약간의 갈등이 있지만 인아의 눈물로 무마되고 아이가 생기고 시집도 두 곳이라 한국에서의 생활이 더 이상은 힘들다고 판단한 인아는 덕훈과 재경에게 뉴질랜드로 이민을 가자고 한다. 처음에 덕훈은 반대하지만 인아의 설득으로 결국엔 뉴질랜드로 가게 된다.
제 2회 세계문학상 당선작. 이런 딱지가 붙은 책은 지루하고 따분하다고 생각했다. 읽어볼 생각조차 안했지만 고정관념이랄까. 이 책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생각했던 결혼에 관한 고정관념을 확 깨버리는 소설이다. 결혼은 당연히 일부일처제라고 생각했는데 일부다처제도 아닌 일처다부제에 대한 내용이다. 소설이라 가능한 내용이겠지만 여자인 나로서는 상당히 흥미 있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한 단원이 끝날 때마다 그 단원과 이어지는 비슷한 축구 이야기가 나온다. 축구를 꽤 좋아하는 편이라 그런 뒷얘기들이 매우 흥미로웠고 소설의 스토리와 딱 맞아 떨어지는 게 정말 신기했다.
소설을 읽다보면 지금까지 생각해왔던 사랑, 결혼, 가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특별히 어떤 형태가 정상적인 형태이다 하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보통 사람들이 생각 하는데 로가 정상적인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일처다부제가 비정상적이라는 건 아니다. 다만 쉽게 접해보지 않은 가족형태여서 거부감을 느낄 뿐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도 그랬다. 처음에는 흥미로웠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인아가 너무 이기적이라고 생각됐다. 소설 속에서 인아는 자기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끊임없이 덕훈을 설득한다. 어떻게 보면 인아의 말이 논리정연하고 맞는 말일 수도 있지만 그건 자기의 주장을 이해시키기 위한 변명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어떻게 두 사람을 똑같이, 어느 쪽으로 한 치의 기울임도 없이 사랑할 수 있단 말인가? 그건 말로는 가능하다고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직접 겪어보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사람의 감정이 그렇게 자로 재듯 똑바로 맞춰 질 수는 없는 것이다.
또한, 가족이라면 다 같이 행복해야 정상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인아 자신의 행복을 위해 두 남자를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 덕훈은 재경에게 평생 질투심을 느낄 것이고 재경은 인정받지도 못하는 인아의 두 번째 남편이 돼야 하는 것이다. 책 속에서 인아가 이렇게 말한다. ‘다른 사람의 작은 피해와 내 행복이 부딪치게 된다면 나는 내 행복을 택할거야. 내 인생을 그 사람이 대신 살아줄 수는 없잖아. 그 반대로 내 자신의 작은 피해와 다른 사람의 행복이 부딪치면 나도 그 피해를 감수할거야’ 물론 인아의 얘기도 맞는 말이지만 그 피해 정도를 생각해야 한다는 얘기다. 지금까지 평범하게 살아왔던 두 남자의 인생이 한 여자를 만나서 엉망진창이 되어 버리는 거다. 이건 인아가 생각하는 작은 피해라고 할 수는 없다. 한 단원이 끝나면 꼭 그 스토리에 맞는 축구 이야기가 이어진다. 한 단원이 끝나고 좀 지루해져 있을 때 축구 이야기는 흥미를 더해준다. 그리고 인생을 축구에 빗대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이 소설은 이런 독특한 점이 매력이다. 그래서 한번 읽으면 단숨에 읽어버리게 되고, 특별히 축구용어 빼고는 어려운 게 없어서 쉽게 빨리 읽힌다. 인생은 축구다. 인생을 이렇게 축구와 잘 연관시켜 소설을 쓴걸 보면 그 말이 맞는 말일수도 있겠다.
소설은 잘 나가다가 결말 부분에서 흐트러진다. 이 책은 처음부터 일처다부제를 인정하게 하려고 인아를 통해 덕훈을, 독자를 계속 설득한다. 그 설득은 참 반박할 수 없게 만들어서 인아의 말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결국은 도피다. 외국으로의 이민이다. 난 끝까지 작가가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를 바랐다. 그렇지만 소설 속에서도 어쩔 수 없었나보다. 일처다부제가 인정되는 뉴질랜드의 마을로 이민을 가고 소설은 끝이 난다. 다 읽고 나서 영 결말부분이 찝찝했다. 꼭 이민을 가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어야 했을까? 그냥 한국에서 살면 안 되는 것이었나? 처음부터 상식을 뛰어넘는 주제로 글을 썼으니깐 결말도 평범한 것이 아닌, 전혀 상상도 못 했을 결말이 났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을 했다.
가족, 사랑, 결혼 다 뭐라고 정의내리기 어려운 주제라고 생각한다. 요즘 다양한 가족형태가 생겨나고 있고, 결혼도 쉽게, 이혼도 쉽게 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 수 있을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기회를 갖게 되었다. 하지만 그래도 한 사람과 한 사람이 만나 서로만 바라보며 사랑해 주는 것이 제일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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