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꽃들에게 희망을 - 트리나 포올러스
-트리나 포올러스
꼭 책이 두꺼워야만 좋은 것은 아니다. 1000페이지가 넘는 분량에 8포인트로 빡빡하게 채워져야만 좋은 책인 것은 아니다.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책은, 나른한 오후에 편안한 벤치에 앉아 맘껏 여유를 부려도 30분이면 읽을 수 있는 가벼운 책이다. 글씨보다는 그림이 더 많은 자리를 차지하는, 부담 없는 책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용이 별 볼일 없는 것은 절대 아니다. 초등학교 저학년만 되어도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졸업을 앞두고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부모님의 안락한 품에서부터 벗어나 이젠 내 두발로 조심스레 한 발짝 내딛어 보기 위해 준비하는 지금의 내가 읽어보아도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10년 후에 다시 읽는다 해도 절대 시시콜콜한 내용이라 생각되지 않을 한 권 쯤은 소장하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줄무늬 애벌레. 알에서 깨어 나온 그는 세상에 대한 기대와 도전에 대한 의지로 가득 차 있다. 하나한 새로운 것을 경험하면 더 경험해 볼수록 그는 더 새로운 것을 갈구하고 찾아 나선다. 그러던 그가 신기한 것을 발견하였는데 하늘 아주 높은 곳까지 쌓아진 탑이었다. 그 탑에 대해 호기심을 가진 그는 가까이 다가가게 되고 그것은 탑이 아닌, 자신과 같은 애벌레들이 구름 속에 가려진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 서로를 밟고 올라가다 보니 쌓아진 기둥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것이 어디로 이어지는지도 정확히 알지 못한 채, 자신이 무엇을 위해 노력하는지도 전혀 알지 못한 채, 다른 많은 애벌레들이 도전하고 있기 때문에 분명 대단한 것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한 채 그저 위로 올라가기 위해 노력한다. 자신의 바로 옆에 있는 애벌레가 누구인지 관심 갖지 않고, 그저 자기 자신에게만 집중하며,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 서로를 짓밟는다. 정확히 어디를 향한 것인지는 모른다. 그렇지만 가야만 한다. 주위 다른 이들을 배려할 시간이 없다. 그들에게의 배려는 즉 자신들에게 손해다. 이런 줄무늬 애벌레의 행동을 비웃을 수 없었다. 사실은 지금 우리 교육계도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어디를 향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남들이 다 하니까 자신도 해야 한다. ‘난 공부보다는 맛있는 음식 만드는 것이 더 좋은데.....’, ‘난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꿈인데......’ 다 필요 없다. 우선은 공부를 해야 한다. 정확히 어떤 것을 공부하고 싶은지, 대학을 왜 가고 싶은지 잘 모르겠지만 우선은 가야한다. 모두가 가기 때문에 가야하고, 되도록 좋은 대학에 가야지 인생은 성공한 것이라고 단정 지어 버린다. 각자의 개성, 장점, 능력 그 어떤 것도 그리 중요하진 않다. 새벽부터 자율학습을 시작으로 밤늦게 까지 야간자율학습을 하고, 그게 끝나면 학원에 가야하고...... 자신의 꿈과 관련 없이 현 대한민국 대부분의 학생들의 모습이다.
내가 좀 더 잘하기 위해서는 남을 도아 줘서는 안 된다. 내 몫을 잘 챙겨야한다. 성적이 절대평가에서 상대평가로 바뀌자, 학생들은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 자신의 필기노트를 남에게 보여주지 않는다는 기사는 아마 한번 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물론, 내 것도 지키지 못하고 무조건 남에게 퍼줘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자신이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지는 정확히 알지도 못한 채, 주위 다수 다른 사람을 따라가면서 서로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자신의 마음에 벽을 친다는 것에 있는 것이다.
기둥의 맨 꼭대기에 올라간 그는 마침내, 맨 위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단지 보이지 않는 끝에 대한 의문으로 애벌레들은 오르기 시작하고 그것이 아주 높이 쌓아져서 또 다른 애벌레들이 호기심에 모여들어서 쌓아진 기둥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그와 같은 기둥은 단 하나만이 아니라 곳곳에 여러 개 존재한다는 사실을 비로소 맨 꼭대기에 올라서야 알게 된다. 하지만 더 의아한 것은 그 꼭대기에서 올라온 애벌레들은 자신이 남들이 오르고 싶어 하는 곳에 있단 사실에 만족해 아무것도 없는 그 꼭대기에 기를 쓰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지친 애벌레는 밑에서 올라온 힘이 센 애벌레에게 밀쳐서 땅에 떨어져 죽고 마는 것이다. 정말 자신의 자아실현을 위한 목표가 아닌, 많은 이들이 하는 것을 보고 꼭대기에 오르려고 했던 것이므로 아무것도 없단 사실을 깨우치고 나서도 죽을 때까지 그곳을 지키기 위해 그곳에 매달려 있는 애벌레들. 우리도, 주위에 휩쓸려 빈껍데기인 정상에 오른 후 단지 남들이 우러러보는 곳에 있단 생각에 자부심을 느끼고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더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다행이도 줄무늬 애벌레는 예전의 연인의 도움으로 그곳에 오르는 것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를 깨닫고, 올바른 목표를 위해 다시 도전하기 위해 아래로 내려온다. 예전에 사랑을 나누었던 연인은 노랑 애벌레에서 고치가 되는 길을 택하여 나비가 되어있었다. 나비는 줄무늬 애벌레에게 나비가 되면 애벌레는 절대 갈 수 없는 높은 곳을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다는 것을 줄무늬 애벌레에게 알려주며 나비가 되는 것에 도전을 해보라고 권유한다. 하지만 도전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애벌레와 나비의 생김새가 너무 다르기 때문에 나비가 되기 위해 고치를 트는 일은 말도 안 되는 모험으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비가 줄무늬 애벌레를 진심으로 믿어주었기에 애벌레는 나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믿고, 나비가 되기 위한 과정을 밟아나간다. 그리고 그는 마침내 어여쁜 나비가 되어 애벌레들이 남을 밀고 밟아도 오를 수 없는 하늘 높은 곳까지 훨훨 날아간다. 나비는 줄무늬 애벌레에게 올바른 목표를 심어주고, 쉬이 도전할 수 없는 그 일을 애벌레가 해낼 수 있도록 믿어주고 용기를 준다. 결과를 이룰 수 있을지 의심을 하고, 두려움에 뒷걸음치는 애벌레를 바른 길로 인도한다. 이것이야 말로 선생님들이 학생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인 것 같다.
바른 길로 인도해주기 위해서는 우선 교사는 앞을 내다볼 수 알아야하고 현명한 판단을 할 줄 알아야한다. 교사가 애벌레들이 쌓은 기둥이 무엇인지, 어디로 향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 별생각 없이 그곳으로 향하는 애벌레들에게 기둥의 실체에 대해 알려주고 정말 하늘높이 날 수 있는 나비가 되는 길을 가르쳐주어야한다. 교사가 아는 만큼 학생들도 배울 수 있는 것이다. 학생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해주기 위해 자신의 전공분야는 물론이거니와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으로 교사 자신이 박식하고 현명한 사람이 되어야 학생들을 인도할 수 있다.
또한 학생 내면에 있는 그의 능력을 알아볼 수 있어야하기도 한다. 애벌레들은 자신이 나비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의심한다. 나비와 애벌레는 생김새가 너무나도 다르게 생겼기 때문에 자신이 나비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워한다. 이 때 교사가 이들의 숨은 능력을 발견하여 옳은 방향으로 이끌어준다면, 이들은 무모한 도전으로 목숨을 빼앗기지 않고 내면의 가능성을 발휘하여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나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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