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문 우먼 인 블랙
주인공인 ‘아서 킵스’는 젊은 시절부터 자신을 따라다니는 검은 옷을 입은 여인의 기억을 떨쳐내기 위해 자신의 경험을 크리스마스전날 가족과 친구들에게 들려주기로 한다. 이를 위하여 어느 지방 극장의 조연출을 고용하여 그 날의 끔찍한 경험속으로 들어간다. 조연출은 과거의 아서킵스를, 아서킵스는 자신과 과거에 만났던 사람들을 연기한다. 2인극이면서 극중극의 형식인 은 초반에는 인물과 사건들을 소개하면서 흥미를 유발한다. 킁킁거리는 젊은 시절 아서의 직장동료나 혀짧은 소리를 내는 마부 퀴퀵, 대지주의 개인 스파이더를 현재의 아서킵스가 연기할 때면 관객석에서 짧은 웃음이 터져 나오곤 했다. 중반으로 갈수록 극의 깊이가 깊어지고, 많은 인물들을 한 배우가 연기함에 있어 약간의 혼동이 오기도 했다. 하지만 관객을 극에 몰입하게 하는 배우와 연기와 상황설정은 뛰어났다. 초반 조연출 아서킵스에게 배우를 하기위해서 상상력이 필요하다. 그때 그 상황을 느껴라. 그때의 공기, 그때의 심정모두를 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관객에게 지금부터 시작되는 연극에 몰입돼서 관객 당신이 아서킵스가 되어 끝까지 몰입하기 바란다는 극작가의 말인 듯싶다. 또한 조연출은 제 4의 벽 앞에서 ‘관객이 있다고 생각하라’ (사실은 앞에 정말 관객이 있었지만) 예쁜 관객이 있다고 생각하고 연기를 펼쳐보아라 라고 하면서 웃음을 유발하기도 했다. 그렇게 초반에는 연극적 관습에 대해서 아서킵스에게 그리고 관객에게 심어주는 상황설정이 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2인극이어서 그런지 갈등을 유발하고 클라이막스를 향해 끊임없이 움직이는 전진적 모티브 보다는 지연적 모티브가 주를 이루었다. 두 사람이 계속 대화를 나누고 행동을 하지만 대부분의 것들은 과거 아서킵스가 겪었던 끔찍한 일을 재연하는 과정이었고, 많은 대화가 그때의 상황을 설명하는 것 위주였다. 따라서 극적대화나 갈등이 이루어 질 수 없었다. 하지만 이 극의 우선목표가 갈등을 유발해서 극의 클라이막스까지 몰고 감이 아니라, 관객이 극에 완전히 몰입하여 주인공이 느꼈던 공포와 두려움을 주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이었기에 극의 완성도를 평가하기에 있어 운동의 총체성을 열외로 두는 것이 옳은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이 극에서 많이 아쉬웠던 점은 왜 굳이 극중극의 형식이었어야 했냐는 것이다. 극중극은 어떤 사건을 겪은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구조이다. 이는 극중극으로 하여금 신뢰를 생기게 하고, 또한 관객으로 하여금 극중극의 사건에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바라보기를 원할 때 쓰이는 방식이다. 또한 극중극의 경우는 잘 이용하지 않는 한 관객의 몰입도를 떨어뜨린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세심하게 고려해야 한다. 의 경우에서도 이런 단점이 나타났다. 과거와 현재를 왔다갔다하는 과정에서도 몰입도가 떨어졌지만, 이 과정에서도 1명이 계속 재연하는 인물을 바꿨기 때문에 극의 진행과정에서 관객에게 불편함을 주었다. 아예 출연하는 사람을 많이 했었거나, 과거사건을 재연하는 극에서 필요없는 인물들 즉, 갈등을 유발하지 않는 인물들은 제외했어야 했다.
연극 의 목표였던 숨막히는 공포와 두려움에서 평가하자면 연극이란 장르에서 볼때는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한정된 소품과 무대장치, 음향 등은 과거에 아서킵스가 얼마나 소름끼치는 공포를 느꼈는지 그 상황 속으로 관객을 이끌었다. 두개의 의자로 기차를 갈아타는 장면을 연출하거나, 마차로 이용하여 한정된 소품으로 효과적인 상황설정을 이루었다. 또한 왼쪽의 저택의 계단과 문은 괴기스럽고 무서운 느낌을 주어 극 전체의 분위기를 나타내준다. 또한 무대공간을 흰 천으로 나누어 흰 천의 앞부분을 주공 간으로 하며, 뒷부분을 드라블로 부인 저택 주변의 가족무덤, 제닛험프리의 방으로 활용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음향의 효과가 컸다. 소름끼치는 휘파람 소리와 끼익 끼익하는 안락의자의 소리 무엇인가 조잘대는 여자의 말소리, 모든 근원이 시작된 제닛 험프리의 방문을 열기 전 아서킵스의 심장박동소리는 관객으로 하여금 극에 몰입하게 한 핵심요소라 할 수 있다.
가끔씩 등장하여 관객을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제닛 험프리의 유령과 삐거덕 거리는 안락의자의 소리가 제닛의 방에 있던 검은 옷을 입은 인형이 내는 소리라는 것, 또한 마지막의 열린 구조가 주는 등골 오싹한 사실들은 이극이 주는 최고의 공포요소라고 꼽을 수 있다. 이 극을 보고나서도 혼자있을때면 가끔 제니험프리 유령이 정말로 내 주위에 있을 것만 같은 무서운 느낌이 들면서 삐걱 거리는 안락의자와 휘파람소리가 떠오른다. 공포감은 상상력과 몰입도에 따라 그 깊이를 무한대로 늘릴 수 있다는 것을 이 연극을 통해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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