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밖의 아이들』을 읽고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엔 쉽사리 가늠할 수 없는 천태만상의 일들이 일어나고 있으며 또한 짐작하기 어려운 여러 모습의 사람들이 있다. 좋은 직업에도 불구하고 수백 명을 죽인 의사나 부모의 책임을 등지고 갓난아기를 내버리는 이, 그 외에도 진정 속을 알 수 없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전체적인 사회야 그 규모가 크고 구성원의 수도 많으니 더욱 특이한 모습이겠지만 학교 역시 작은 사회라 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도 다양한 일이 벌어지며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장소이다. 나의 학창시절을 돌아 생각해 봐도 만나온 은사님만도 수백이 될 것 이며, 친구들이나 선후배 까지 헤아린다면 분명 엄청난 숫자일 거라 짐작된다. 학교를 다니면서 특이한 아이들도 많이 만났고 몸이 불편하거나 학업능력이 약간 떨어지는 친구들과도 함께 생활을 하기도 했었다. 책 한 권을 읽으면서 그토록 많은 기억을 되살려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일 것 같다. 『교실 밖의 아이들』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과거 나의 교실로 돌아가 많은 일들을 회상해 보기도 하고 앞으로 내가 맡을 아이들에 대해 생각 해 보기도 했다.
무엇인가 간절히 원하던 것에서부터 생기는 일종의 배신감이라는 것이 얼마나 아프고 힘든 것인가. 소망하던 것을 얻지 못했을 때 느끼는 절망감은 성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똑같을 것이다. 한낱 물질적인 것을 갖지 못했을 때 맛보는 패배감이 그럴 진대,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느끼는 배신감은 얼마나 큰 충격이 되겠는가…. 어른이라 해서 그런 감정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만나던 이성에게서 이별을 전해 들었다거나, 믿었던 상대방에게 발등을 찍혔을 때 그들은 본연의 모습을 잃기 쉽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자아가 어느 정도 형성된 성인에게 그런 일은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는 것이겠지만 그렇지 않은 아동들은 감정에 상처를 입고 오랜 시간 그로 인해 힘들어하거나 학교 생활을 하는 데에도 여러 친구들과 다른 특성을 갖게 되기도 한다.
『교실 밖의 아이들』에 소개된 사례들 중 어렸을 때 겪었던 일이나 가정에서 생겨난 문제로 생활에 어려움을 갖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많았다. 가장 인상 깊었던 사례는 절제할 수 없는 도벽을 지녔던 지희와 집에서 나와 학교에 가기 싫어했던 현우의 이야기였다. 이 아이들의 사례를 읽으면서 나의 어릴 적 학교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으며 학생 생활 지도에 있어서 유의해야 하는 점들을 조금 배우게 되었다.
지희(6학년, 여)는 시험지에 다른 아이의 이름을 쓰거나 친구의 포스터물감을 훔쳐 거기에 오빠의 이름을 쓰는 등의 행동을 하여 상담을 하게 되었다. 알고 보니 지희는 어렸을 때부터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얌전한 오빠와 항상 비교를 당했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받아 엄마한테 인정받기 위해 시험을 볼 때 부정행위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 잘못을 하고도 아이는 부모님이나 할머니에게 듣게 되는 꾸지람이나 비난에 도리어 강한 반항행동을 보였다. 포스터물감을 훔쳐 오빠의 이름을 적은 이유도 그 사건을 오빠에게 덮어씌우기 위해 한 행동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되는 상담에도 지희는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거짓말은 정도가 심해지기도 했다. 친구의 새 핸드폰을 부수고 자신이 한 것이 아니라며 또 거짓말을 했고, 보건 선생님의 패물을 훔친 일이 발각되어 결국엔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었다.
아이들에게 도벽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지희의 경우엔 어렸을 때부터 느끼는 애정결핍이나 오빠와 항상 비교 받는 상황에서 생기는 자존감의 상실이 그 이유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상담에 참여하는 어머니의 말에 의하면, 어머니 자신 또한 지희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마음보다 차라리 지희가 딸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했다. 이러한 상황이 지희를 더욱 난폭하게 만들고 외롭게 만들었던 것은 아닐까? ‘나’를 가장 사랑해 줄 수 있는 존재인 부모님이 늘 ‘나’를 비난하는 말을 던지며 나에게 매를 들고 심지어 ‘왜 너같은 아이가 태어났는지 모르겠다.’라는 말을 할 때 어느 아이인들 바른 마음을 갖고 반성의 자세를 취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물론 지희가 잘못을 저지르고 나쁜 행동을 해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상황이 벌어졌지만, 그 아이의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가족에게까지 비난을 받아야 하는 지희가 안쓰럽기도 했다. 또한 마땅히 지희의 잘못을 인정하고 그 책임을 함께 져야하는 부모님이 이를 모른 척 하고 지나가거나, 포기하는 마음으로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희의 도벽이 더욱 커지게 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의 물건을 훔치는 행위를 비난하고 처벌하기 전에 그렇게 까지 해야 했던 이유가 무엇일까 가족이 먼저 고민해 줬더라면 상황이 커지기 전에 바로 잡을 수 있지 않았을까…. 사실 학생 지도라는 일이 학교에서만 시도한다고 하여 되는 것은 분명 아니다. 아이에게 있는 상처를 찾아서 치유하는 일이 앞서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학교와 가정이 연계하여 실시해야만 가능할 것이다. 이번 사례는 가정에서 지희를 지도하는 일에 소홀하고 나중에는 포기하는 단계까지 이르렀기 때문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학교에 가기 싫어 아픈 척을 하며 여러 날 엄마와 실랑이를 벌였던 현우(2학년, 남)의 사례는 나의 남동생의 행동과 매우 닮았기 때문에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난 적잖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처음엔 선생님이 무서워 학교에 가기 싫다는 말에 반까지 옮겨 주었음에도 현우는 학교에 가기 싫어했고 그때마다 엄마가 현우를 교실 앞까지 데려 오거나 1,2교시가 끝날 때까지 뒤에서 지켜보고 있어야만 했다. 나의 남동생 또한 학교로 가는 차(집에서 학교 까지의 거리가 버스 두 정거장 정도였는데 아이들을 태워서 학교까지 데려다 주는 차가 운행되었었다.) 가 올 시간이 되면 배가 아프다거나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이유로 집안으로 다시 들어가서 나오지 않았다. 학교 가는 차를 놓치는 일이 빈번했고 동생은 어머니에게 아침마다 꾸중을 들어야 했다. 또 억지로 봉고차에 태울라 치면 초등학교 입학까지 한 녀석이 길 한가운데서 울음을 터뜨려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일도 여러 번 있었다. 학교에 가기 싫어 현관에서 우물쭈물 하거나 학교 앞까지 질질 끌려오는 현우의 모습이 예전 동생의 모습과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등교하여 친구들과 어울리기보다 집에서 TV로 만화보기를 더 원하는 현우. 상담 중에 현우는 왜 계속 학교에 나오지 않느냐는 상담교사의 물음에 “엄마가 형이랑 없어질까 봐. 엄마가 늦게 오면 아빠처럼 없어질까 봐.” 『교실 밖의 아이들』.초등교실상담연구회. 9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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