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본연의 삶에서 찾는 행복
서론
Korean Time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시간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 한국인을 빗대어 하는 말이다. 광복 이후 미군이 한국 사람을 만나기 위해 약속을 하면 30분, 1시간 늦는 것은 보통이었던 적이 있었다. 약속시간에 늦는다는 것은 황금 같은 남의 시간을 빼앗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코리안 타임 이후 한국 사람들은 늘 수준 낮은 국민으로 여겨지기 십상이었다. 코리안 타임은 이후 국제적 망신으로 자리 잡게 되었고 선진 문화에 늘 열등감만을 가진 우리나라가 앞뒤 성찰 없이 무조건 부끄러움만 가지고 열심히 시간 지키기 운동을 한 결과 요즘은 거의 중요한 시간약속을 지키지 않는 경우는 없어 보인다.
요즘처럼 하루를 24시간, 1시간을 60분으로 나누는 시간의 개념이 자리 잡은 것은 인간의 역사에서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게다가 유럽에서 초침까지 정확히 나오는 현대적인 시계가 나온 것은 더욱이 최근의 일이기 때문에 시계가 발명되기 전 사람들의 시간에 대한 개념은 오늘날의 사람들과 매우 다를 것이다. 우리나라의 시간은 하루를 12시간으로 나누는데 그것도 시계에 의지해 아는 것이 아니라 태양을 보고 짐작하는 것이 대개였다. 해시계라는 것이 있긴 했었지만 얼마나 보급이 되었으랴. 예를 들어 약속을 할 때에 요즘의 낮 12시를 ‘오시’라 하고 한 시간이 요즘으로 따지면 2시간 정도 되는데 오시에 만나자 하면 30분, 1시간 늦는다고 해서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기다리는 사람이 오는 사람을 기다림에 있어 언제나 여유가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사람을 정말 사람답게 대하는 가슴 깊은 정이 있었던 것이다.
요즘은 어떤가. 영화 본다고 시간 약속을 해 놓고 5분 10분 늦으면 왜 이리 늦었냐고 닦달하기 일쑤다. 지각 하는 사람들은 무서워서 눈치만 살피거나 늦은 이유에 대해 해명 해대기 바쁘다. 게다가 핸드폰의 보급으로 위성에서 시간을 알려주는 바람에 시계가 5분 10분 차이로 제멋대로인 때도 있어서 핑계로 삼을 수 있었던 때도 사라졌다. 이쯤 되면 시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쪽으로 가는 것이다. 시간을 지키지 않는 사람은 도태된다. 강의 시간에 늦는 사람은 좋은 학점을 받을 수 없다. 회사에 자꾸 늦는 사람은 언제 실직 당할지 모른다.
내 말은 시간을 지키지 말자는 말과는 전혀 다르다. 시계가 있는 이상 시간을 지키는 것은 우리 삶에 큰 미덕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시간을 안 지키는 것을 미개한 것으로, 시계에 의한 시간을 잘 지키는 것을 문명화된 것으로 바라보면서부터 인간의 삶은 극도로 메말라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어떤 사람을 평가하는 기계적인 기준이 생긴 것이다. 이 사실은 비단 시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소위 문명화라는 것을 통해 인간 가치 판단의 기준이 인간 본연의 삶으로부터 인위적인 것으로 바뀌어 나가고 있다. 인간이 발명해 낸 것들이 이제는 인간을 지배해가고 있다. 병원에서도 때로 환자의 생명보다 중요한 것이 절차일 때도 있다. 자본주의 이후 사람의 가치는 오로지 돈으로 평가되게 되었다.
인간은 문명화로 더 편리한 삶을 살 수 있게 될 것이라 믿었고 편리하고 편하고 물질적으로 풍족한 삶이 곧 행복을 가져다 줄 것으로 믿었나보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 그런 것들이 인간의 행복을 절대로 보장해 주지 못한다는 것을 충분히 경험적으로 배웠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살기에 바빠서 그런지 세상이 시키는대로 주눅든채로 따라하고 있을 뿐이다. 생태문제도 따지고 보면 이런 논리로 생긴 것이 아닌가. 인간은 과학 문명을 먹고 사는 것이 아니라 곡식, 과일, 채소, 깨끗한 고기 등을 먹어야 살 수 있는 존재인데 소위 과학 문명이라는 것이 이제는 우리의 식탁을 위협한지 꽤나 오래되었고 인류는 연장된 수명을 가지긴 하였지만 대부분은 문명이 안겨다준 병을 가지고 일생을 보내다 방부제를 너무 많이 먹어서 잘 썩지도 않는 몸을 가지고 땅 속으로 사라진다.
이제 인간은 과연 인간다운 삶이 무엇인지 스스로 고찰하고 정신없이 바쁘게 달려온 지난 몇세기에 대하여 충분히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것이 이 레포트의 주 도서로 삼은 피에르 쌍소의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라는 책에서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교훈이다. 하긴 요즘은 환경파괴가 너무 심각해서 당황한 나머지 돌아볼 생각도 나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또 과학 문명으로 그 문제를 막으려는 사람들이 있으니 말이다.
본론
다음은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의 서두에서 인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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