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정말 당황스러웠고 싫었다.웬 잘 알지도 못하는 아이가 나한테 정색하고 화를 냈다. 이건 뭐? 내 머리로는 그 상황의 필연성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내 성격 상, 그 순간에만 감정이 격분되었고 조금 후에는 그 사건이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다. 그런데 2학년이 되어 그 아이와 같은 반이 되면서 그 아이와 물리적으로 가까워지게 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나였다.소심해서 그런 건지, 자존심 때문에 그런 건지, 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남이 먼저 나를 건드릴 때까지 관계를 잘 형성하지 못한다. 그런데 그 아이가 먼저 정신적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그 이후로 나는 걔와 매우 가까워졌고, 그 아이만의 매력을 지수함수적으로 알아가게 되었다. 긍정적인 마인드나 열정과 유머감각, 특히 자신의 잘못이나 남의 잘난 점을 쿨하게 인정하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
마치 피카소의 ‘게르니카’와 ‘된장’ 같았다.게르니카를 처음 보면, 울부짖는 말과 죽어가는 사람의 단순한 이미지에서 혐오감을 느낀다. 처음으로 된장을 접하면, 그 강한 냄새에 거부감이 든다. 하지만 에스파냐 내전이라는 작품의 배경이나 피카소가 표현하고자 했던 참된 의미를 알게 되면서 우리는 감탄하고, 된장 고유의 참 맛과 구수함을 느끼면서 우리는 놀란다.
똑같았고 똑같다.과거의 나는 단지 그 아이의 퍼즐 한 조각만을 봤을 뿐이다. 단지 그것만으로 걔를 판단하고 꺼려하는 나는 마치 게르니카를 처음 보고 욕하는 질 낮은 미술비평가나 된장을 처음 먹고 뱉어내는 어린아이에 불과했다. 하지만 걔가 나에게 선뜻 다가와준 덕분에, 그 아이의 성격, 특징, 사고방식, 행동방식, 가치관, 인생관을 파악할 수 있었고 지금도 그러는 중이다. 내 머리 속에는 그 아이에 대한 퍼즐 조각들이 쌓이는 중이고, 마음속에서는 ‘조화롭게’ 그 자리를 맞춰 나감으로써 작품을 완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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