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체포왕 감상문
《체포왕》
-마무리가 아쉬운 유쾌한 풍자극
민중의 지팡이라고 불리던 경찰의 위신은 땅에 떨어진지 오래다. 무능하고 안일하며 심지어 거짓말과 부패를 일삼는 그들의 모습에 비판의 목소리가 커진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영화 ‘체포왕’은 트렌드에 맞게 빠른 전개와 적절한 웃음, 사회적 이슈를 적절히 버무렸다. 또한 주연 배우들의 좋은 연기와 조연 배우들의 애드립 넘치는 대사들을 보면 꽤 잘 만들어진 영화처럼 보인다.
영화는 처음부터 말하려는 것이 분명하다. ‘체포왕’의 경찰들은 다른 서에서 다 잡아놓은 범인을 채가고도 5개월 동안 잠복 수사를 해서 잡았다는 거짓말을 뻔뻔하게 하고, 자기 관할의 유흥업소 사장들에게 단속 날짜를 알려주며 사적으로 거래를 하는 부패도 서슴지 않으며, 범죄 사건을 승진의 기회로만 보고 제 손으로 범인을 잡기 위해 정작 범인을 코앞에서 놓칠 정도로 무능하고, 계속 해서 피해자가 생겨나는 동안에도 관할 다툼을 벌이기에만 급급할 정도로 안일하다. 이처럼 실적을 올리기 위한 관할권 다툼과 살아남기 위해서 실적에 목매는 경찰들의 모습을 코믹하게 그려내며 우리 사회의 쓴 단면을 유머러스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영화는 그런 짓들을 하는 경찰을 우리 주변에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캐릭터로 만든다. 경찰이라기보다는 비즈니스맨에 가까운 황재성 팀장이 그다지도 실적에 목을 매는 이유는 학벌도 없고 인맥도 없이 살아남아 승진하기 위해서이다. 그보다는 조금 더 인간적인 정의찬 팀장도 속도위반 결혼에 전세금을 마련하기 위해 사건 해결보다는 체포 포상금이 더 중요하다. 이는 경찰 세계에서조차 피해갈 수 없는 무한경쟁사회의 한 단면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들을 미워할 수 없다. 오히려 그럴만하다고 동조한다. 영화는 이처럼 사회의 쓴 단면을 개인적 관점에서 풀어낸다.
여기까진 좋았다. 문제는 황재성의 심경 변화였다. 실적 점수가 낮다는 이유로 성폭행 사건을 수사하지 않을 정도로 실적밖에 모르던 그의 태도가 대체 어떤 연유로 이렇게 ‘정의롭게’ 변화되는지에 대해 관객들을 설득시킬만한 충분한 설명이 부족했다. 그런 고민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황재성이 지구대로 가게 되었을 때 시나리오에서와 달리 지구대장의 대사를 바꿔 직업정신이 투철한 캐릭터로 바꾸면서 황재성의 심경 변화에 영향을 주려한 것으로 보인다. 감독도 후에 성폭행 피해자가 되는 수경이라는 중학생 캐릭터를 통해 그의 심경 변화를 이끌어내려고 했던 원래의 의도가 조금 약하다고 생각했던 걸까. 사실 계속 해서 마주치며 얼굴이 익은 자신의 딸 또래의 여자아이가 자신이 잡으려던 범인에게 성폭행을 당해 누워있는데 아무도 그에 대해 제대로 된 수사를 하지 않아 자신이 나선다는 설정 자체가 그렇게 터무니없지는 않다. 그러나 그러기엔 수경과 재성의 접점은 턱없이 부족하고 수경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해석과 조명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영화의 후반부를 이끌어가는 재성의 변화가 관객들의 공감을 끌어내지 못하면서 영화는 많이 아쉬워졌다. 이렇게 쉽게 변하느니 차라리 끝까지 그 캐릭터를 끌고 가는 것이 더 좋았을 것도 같다. 차라리 다시 한 번 승진의 기회를 노리기 위해 마포 발바리 사건을 끝까지 해결하려고 했다는 설정이 더 개연성 있다.
나는 감독이 주제를 전달하기 위해 지나치게 무거운 소재를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성폭행이라는 소재는 결코 쉽고 코믹하게 다룰 수 있는 소재가 아니었다. 이 영화는 이 소재에 대해 심도 깊게 다룰 수도 없었고 다루지도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후반부에서 이 부분을 감성적이고 진지하게 접근하려다 코미디 영화로써의 정체성마저 잃는다. 전반적으로 가볍게 보기에는 나쁘지 않은 영화이다. 그러나 하려는 말이 너무 많다보니 정작 하고 싶은 말은 제대로 들리지 않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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