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성 성문학 소설 작품 감상론
‘여자’현대인
세 작품을 한 번에 몰아서 읽었다면 한동안 많이 우울했을 것 같다. 그 정도로 이 세 작품은 이 시대에 살아가는 현대인의 굴레를 비극적으로 묘사했다. [처녀들의 저녁식사]는 성(性)을 주제로 한 세 여자의 일상을, [그녀의 세 번째 남자]는 오래도록 한 남자에게서 벗어나지 못한 도시 여자를, [아담이 눈뜰 때]는 한 소년의 성장기를 보여주었다. 암울한 사실은 이 소설들이 여기 현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참으로 씁쓸하고 고독하다는 점이다.
[처녀들의 저녁식사]에는 호정, 연희, 순이 이렇게 세 여자가 주인공이다. 호정은 능력 있는 커리어우먼이다. 여러 남자를 만나며 성관계를 즐기지만, 한 남자에게 매여 사는 결혼을 싫어하며 여성을 남성보다 우월하게 생각한다. 연희는 호텔 웨이트리스다. 그녀는 지금의 삶이 싫어 결혼을 통해 여기서 벗어나려고 한다. 순이는 대학원생이다. 남자가 한 번도 자자는 말을 하지 않아서 성경험 한 번 없었다가 연희의 옛 애인과 첫경험을 한다. 각자의 인생을 그리는 것 같지만, 그녀들은 섹스를 무슨 유희정도로 생각한다는 공통점을 보여준다.
[그녀의 세 번째 남자]는 8년 동안 사귄 남자를 떠나보내는 가녀린 여자의 회복기이다. 그녀는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 남자가 자기를 찾는데도 이를 거부하지 못했다. 익숙해져버렸기 때문이다. 2년 동거한 애인 말고 다른 남자와 결혼해버리는 친구를 보고선, 그녀도 절로 훌쩍 떠난다. 거기서 자기를 탐한 목수와 섹스를 하며 8년을 함께한 그를 잊는다. 다시 서울로 올라온 그녀는 세 번째부터는 아무 의미도 없는 거라며 그를 ‘세 번째 남자’로 다시 맞이한다.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 그 남자를 말이다. 이 소설에는 사랑에 대한 환상이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져 있다. 사랑에 대한 자조적 태도를 지닌 채 그녀는 세상에 다시 흡수되었다.
[아담이 눈뜰 때]는 주인공 남자가 여러(그래봤자 약 3명 정도이지만) 여자들을 만나면서 방황의 길을 걷는 내용이다. 주인공 남자에 의해 서술되는 여자들은 대체로 주인공과 비정상적인 관계를 맺는다. 섹스를 매개로 섹스 그 자체, 오디오 등 마음이 빠진 무언가를 주고받는다. 주인공이 사는 세계도 사랑이 빠진 섹스처럼 건조하고 허무하다. 그 허무를 깨달은 주인공은 서울대 영문학과를 포기하고, 타자기를 장만해 작가의 길로 진입한다.
작품은 우울한 현실세계를 조명한다. 이것이 우리가 사는 진짜 세계의 실체인지도 모른다. 현대사회의 조직적인 체계에 순응한 인물들은 그 안에서 살아가지만, 그렇지 않은 인물들은 끊임없이 방황과 고뇌를 시작한다. 세 작품은 후자 쪽의 사람들, 특히 여자들을 다양하게 보여주었다. 이들 작품에서 공통적인 건 여자가 여전히 남자 아래에 갇혀있다는 사실이다. 남자는 여전히 상처를 주는 여자는 당하는 위치에 있다. 원초적인 힘의 질서는 2000년이 지난 지금도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 사회에서 겪는 억압은 남자보다 여자가 더 클 수밖에 없다.
문학은 이런 위치에 처한 여자에게 어떤 길을 제시해 주는가. 연희처럼 결혼할 남자를 잡아서 지금 이 곳을 빠져나간다? 현재처럼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것? [그녀의 세 번째 남자]는 이에 대해 답을 제시한다. 그녀는 자신이 이러한 현실을 인정하고 스스로 변한다. 이미 그렇게 틀어진 사회를 자신이 바꿀 수 없다. 그 안에서 본인이 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한다. 어차피 체계가 공고히 잡힌 사회 안에서 사는 건 똑같지만, 스스로 의식하고 있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와의 삶은 현저히 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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