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미술 넓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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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학교 미술 넓히기에 대한 자료입니다.
본문내용
기대와 열정으로 시작했던 미술학원 보조 선생님 일은 실망과 한숨이 되어 돌아왔다. 평소 아이들을 좋아하고, 아동 미술교육에 관심이 컸던 나는 불과 3개월의 시간을 뒤로 하고 마음이 완전히 돌아서 버렸다. 재미있게 즐기면서 보다 신나게 일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오산이었다. 학교 앞의 동네 미술학원은 생각보다 아이들에게 잔인했다.
독서 감상 그리기 대회가 있는 한 달 전부터 아이들은 각자 학년에 맞는 책을 가지고 와서 원장선생님이 선택하는 삽화에 조금 양념을 첨가하고 빼는 식으로 그림 연습을 했다. 그림이 잘 나올 때까지 그리고, 또 그리고...... 5번은 기본이고 많으면 10번까지 똑같은 그림을 그리고 색칠을 하고 반복했다. 아이들이 지겨워했지만 당연한 과정이었다. 형태, 색깔 모든 것을 외워서 학교에서 똑같이 완성해내야만 했기 때문이다. 소위 별난 엄마들은 그림을 보고 직접 평가를 한 뒤 아이들의 수준은 생각지도 않고 더 ‘잘 그린’ 그림을 원하며 틈틈이 학원을 보냈다. “우리 아이 미술에 더 흥미를 가지고 즐겁게 임하게 해주세요.” 가 아닌 “우리 아이 이번에 꼭 학교에서 상 받게 해주세요.” 라는 말을 하면서. 상의 여부에 따라 경쟁 미술학원에 학생을 뺐기기도, 뺐어오기도 하니 학원을 운영하는 원장의 입장에서는 아동미술도 입시미술처럼 가르칠 수밖에 없긴 하지만, 미술을 즐기지 못하고, 하기 싫어하며 징징대고, 집중하지 않는 아이들의 완성도를 억지로 끌어내는 일은 너무나도 힘들었다. 그 중에서도 안타까웠던 것은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표현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다양한 색을 쓰지 않거나, 혹은 너무 탁한 색을 쓰면 호되게 혼났고, 금색과 은색 크레파스는 꺼내지도 못하게 했다.
이런 아동 미술학원의 현실을 보며, 사실 근본적인 문제는 학교 미술이 아닐까 생각했다.
유치원생들은 초등학교 미술시간에 대비하기 위해, 초등학생들은 학교에서 잘 그리기 위해 학원에 다녔다. 미술에서도, 아니면 미술이라도 우등생이 되기 위한 수단이었다. 수학처럼 답이 정해져있어서 그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상대적인 기준으로 순위를 매겨 대상, 최우수상, 우수상, 장려상 등 이렇게 나누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다. 또한 상의 여부, 칭찬의 여부에 따라 상상력과 창의력이 풍부한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기가 죽고, 운이 좋아 잘 외워 그린 그림으로 신나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도대체 이 나라의 미술교육은 누구를 위한 것이란 말입니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초등학교 미술 수업에서 달라졌으면 하는 것들을 몇 가지 제안해보려고 한다.
첫 번째로, 연필 밑그림, 크레파스 색칠과 테두리, 배경 물감. 그 정해진 틀을 깼으면 한다. 미술 도구는 정말 다양하다. 그런데 도대체 누가 초등학생 미술에 이런 공식을 만든 걸까. 가끔 먹물, 파스텔, 만들기 등의 재료도 이용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특별’ 재료 일뿐. 일상적인 미술도구는 크레파스, 물감이다. 내가 학원에 있는 동안 크레파스를 좋아하며 쓰는 걸 즐기는 아이들은 한명도 없었다. 아이들의 손힘을 키워주고, 크레파스 특유의 느낌 등 장점도 있지만, 손힘이 길러지는 만큼 그리기 힘든 도구라서 아이들은 크레파스를 힘들어 했다. 힘 조절을 잘 못하면 툭 부러지고 부러지면 껍질을 벗겨야하고, 그러면 손이 더러워지고...... 고학년이 되어 모든 그림을 물감으로 그리는 어려움에 닥치기 전까지 크레파스를 먼저 찾는 아이는 없었다. 빈 공간이 남으면 완성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꾹꾹 눌러서 정해진 테두리 안에 칠해야하고, 마무리 테두리로 꼼꼼히 정리해야하고, 작은 것 하나하나 테두리를 할 때 형태자체가 망가지는 것에 기분이 다운되는 것도 안타까웠다. 크레파스만으로 받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은 듯 했다. 배경도 그렇다, 꼭 배경을 물감으로 칠할 필요가 있을까? 아니 배경을 꼭 채워야만 할까? 색칠을 하고, 배경을 칠해야 완성으로 보는 그 시선도 문제다. 한 살이라도 더 어릴 때 다양한 도구들의 체험을 하게 하지는 못할망정 연필, 크레파스, 물감의 하모니가 완성의 공식으로 자리 잡은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도구들을 가져오라고 하기 보다는, 학교에 미술 재료실을 만들어 다양한 재료들을 배치하는 것은 어떨까. 아이들이 손쉽게 구하기 힘든 특이한 재료, 개인으로 구매하기 힘든 재료들을 학교자체에서 구매해서 미술시간에 다양하게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평면은 평면 재료만, 입체는 입체 재료만 해야 한다는 편견도 버리고, 물감 배경대신, 도화지에 점토를 붙이고 자신의 그림을 접어서 입체로 만드는 등의 기존과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게 말이다. 꼭 불조심 그리기 대회라고 해서 소방차, 불, 소방관을 그리고 색칠하는 그 뻔한 그림을 일률적으로 모든 전교생이 제출하는 건 심사하는 선생님이나 그리는 학생들 모두에게 재미없는 일이다. 입체작품을 좋아하는 아이들, 평면적인 작품을 좋아하는 아이들, 꼴라쥬, 퍼포먼스, 사진 등 다양한 방법과 재료들을 사용하여 아이들의 창의력을 맘껏 펼쳐보게 했으면 한다. 그리기가 연필 밑그림+크레파스 색칠+테두리+물감 배경이라는 고정관념을 깰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매일매일 같은 재료로 잘 그릴 때까지 똑같은 것을 그리고 또 그리는 지겨운 미술도 바뀔 수가 없을 것이다.
두 번째, 그러기 위해서 각 학교마다 미술선생님이 있어야 한다. 사립학교에는 있는 경우도 많지만, 공립학교에는 따로 전문 미술선생님이 존재하지 않는다. 전 학년을 총괄하는 그런 완전 소수가 아닌 일정한 수의 전문 미술 교사가 공립학교에 배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 하나하나의 개성과 능력을 아는 ‘미술’분야의 선생님. 넓게 창의력 등의 다양한 감성과 정서를 포괄할 수 있는 선생님. 국어, 수학, 사회, 과학 등 분야별로 특별한 교육방법을 생각해내는 것도 벅찬데 미술에까지 신경 쓸 틈이 있을까. 사실, 초등 교육에서 미술에 조금만 더 신경을 썼다면 크레파스 그림으로만 상을 주고 평가를 내는 이 관습은 예전에 없어졌을 것이다. 다른 과목도 벅찬데, 다양하게 표현하는 작품의 평가를 내릴 여유가 없지 않는가. 같은 재료로 같은 주제의 그림을 그리게 한 후 단순히 알록달록 색감에 형태가 잘나온 그림을 칭찬하기가 훨씬 쉬웠을 것이다. 다양한 미술재료를 관리하고, 더 나은 교육방법을 탐구할 수 있는, 단순한 가르치는 교사가 아닌, 아이들의 감성과 정서발달을 돌보고, 올바르게 성장시킬 수 있는 교사가 필요하다.
세 번째, ‘미술’의 범위를 넓힌다. 가만히 앉아서 그림에만 열중하는 미술은 지양하자. 남자 아이들 같은 경우, ‘얌전한 미술’에 순응하는 아이는 거의 없었다. 매일 태권도복을 입고 학원에 오던 아홉 살 한 남자아이는, 의자에 앉지 않았다. 의자에 앉아있는 것 자체가 고역인 것 같았다. 그리고는 매일매일 중얼거렸다. “태권도는 재미있는데, 미술은 정말 재미없다”, “태권도는 시간이 너무 빨리 가는데, 미술은 왜 시간이 이렇게 안가지”. 그림도 곧잘 그리는 편이었고, 그림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그냥 ‘가만히 그리는 미술’이 싫었던 것이다. 미술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서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너무나 안타까웠다. 또 한 남자아이는 그야말로 장난 꾸러기였는데, 5분을 집중하지 못했다. 그림을 그리나 싶으면 중독성 있는 CF송을 불러 모든 아이들을 합창하게 만들었고, 시도 때도 없이 갑자기 춤을 추는가하면, 언제쯤 집에 가는지 한숨을 쉬며 물어보곤 했다. 다른 아이들까지 산만해지기 때문에 이런 아이를 혼낼 수밖에 없는 원장선생님의 입장도 이해가 갔지만, 혼낸다고 해서 얌전해질 아이도 아니었고, 혼내는 것은 절대적인 해결책이 아니었다. 그런 아이들을 보며 ‘얌전한 미술’이 아닌 ‘활동적인 미술’을 실현해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춤을 추며 물감을 찍는다거나, 노래를 부르며 그리는 그림, 가만히 앉아서가 아닌, 뛰어다니면서 만드는 작품. 엉덩이 힘이 곧 합격이라는 고3도 아니고, 활발하고 에너지 넘치는 초등학생들을 미술시간까지 붙들고 있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다. 체육대회는 자신이 잘하든 못하든 즐기고 신나하면서, 왜 그리기 대회를 한다는 것에는 함성을 지르지 않는지 잘 생각해봐야한다. 가끔씩 특별한 활동이 아닌 평소의 미술교육 자체가 에너지가 넘쳐야 한다.
또한 대화를 통한, 토론을 통한 미술교육을 했으면 한다. 필기시험을 중시의 교육에서, 창의력과 논술을 보는 등의 좀 더 발전적인 입시 방법이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현실교육에서 적용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대학 입시 전에 급하게 대비한다고 대비되는 능력도 아니다. 멀리 가거나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미술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기존의 사람 그림을 제시하고, 이렇게 그리는 것이다 하는 주입식이 아니라, 사람의 형태는 어떨까, 직접 그 형태를 자신이 표현해보고 친구들과 이야기 해보고, 선생님과 같이 토론하는 수업. 오늘의 하늘은 어제와 어떻게 달랐는지 얘기하고 표현해보는 수업. 관찰력도 언어력도 표현력도 모두 키울 수 있는 그런 수업 말이다.
네 번째, 고학년과 저학년이 어우러진 수업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1학년과 4학년, 2학년과 5학년, 3학년과 6학년 이렇게 반별로 짝을 지어서 말이다. 내 경험상 아이들은 자신보다 더 어린 동생들에게 지도해주는 것을 생각보다 좋아했다. 한 달에 한 두어 번 정도 일일 선생님이자 친구가 되어 같이 그림을 그리면서 논다는 개념으로 즐기는 것이다. 저학년 아이들은 잘 그린 고학년의 그림을 보고 따라 배우면서 새로운 경험을 하며, 그림 실력도 많이 늘 것이고, 고학년 아이들은 그림에 자신이 없더라도 자신보다는 수준이 낮은 저학년 아이들에게 가르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자신감과 흥미를 가질 것이다. 같은 학년의 또래가 아닌 언니, 오빠, 형, 누나, 동생이라는 새로운 관계와 사교성도 키울 수 있고, 다른 학년에 대한 거부감도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그 짝을 지은 팀별로 작업을 해서 상을 주는 등의 활동을 한다면, 더욱 더 큰 흥미와 열성을 가지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학부모들에게 완성된 그림, 우리 아이가 한 시간 동안 열심히 돈 낭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미술학원에서는 지겨워하는 아이를 억지로 붙잡고 그리고, 색칠하고, 배경까지 완벽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