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18과 기억, 그리고 소설
이 책의 목적은 ‘5.18’ 당시의 국가 폭력에 저항한 인간성 옹호라는 본질적 측면에서의 성찰을 위함이라고 서두에 밝히고 있다. 작가는 34편의 중, 단편 문학을 분석하여 그 문학들이 5.18 항쟁의 의미를 어떻게 재구성하고 있는 가를 살펴보고 기억과 재현, 그리고 계승으로서 5월 문학이 새로운 역사적 기억으로 번역· 보존되어 가는 과정을 탐색하였다.
1. 기억의 간접화 : 기억은 과거를 재현한다. 그러나 망각과 항상 함께 작용한다. 기억은 현재와 과거의 물리적인 간격을 통과하여, 왜곡되기 때문에 결코 과거를 완벽하게 재현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5.18 민중 항쟁 소설에서 그 날의 기억은 간접적인 형태로 재현된다. 박호재의 ,이삼교의 , 김중태의, 김유택의 , 한승원의이 소설들은 평범한 시민의 일상에 폭력이 어떻게 그늘을 드리우고 생채를 내는가는 상징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또 국가 폭력으로 인해 희생을 강요당했던 기억속의 상처들도 잘 나타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항쟁의 실체 중에서 지극히 작은 한 부분만을 반영할 뿐만 아니라 소설을 통한 역사적 진실 찾기라는 작업의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있다.
2. 비극의 역사성 : 역사를 소설이라는 매체로서 중재하고 재현해 내는 작업은 역사를 ‘사회적인 것’, 으로 만드는 작업을 이미 포함하고 있다. ‘5.18’은 우연히 발생한 것이 아니라 역사적 연원을 가지고 있으며 집단적 기억에 의해 왜곡과 변형을 거친다. 정도상의 , 문순태의 , 김신운의 은 과거가 단순한 역사적 기록으로만 남아 있지 않고 정서적 교감까지 가능하게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소설의 예이다. 또한 ‘5.18’을 개인적인 가족사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근현대사의 전체 흐름을 아울러 큰 역사적 지평으로도 확장 시키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3. 기억의 현재성 : 망각과 기억을 통해 현재의 정체성을 알려면, 기억의 현재적 의미를 알아야 한다. 기억된 과거는 정체성 확보의 문제이자 현실의 해석이며, 현실을 위해 기억과 망각이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찬의 , 는 광주에서의 열흘을 서술하면서 등장인물의 내면을 읽고, 사료적 자료를 충실히 활용한다. 그러면서 오월의 역사적 위상을 세우는 대신에 죽음과 삶이라는 형이상학적 문제를 내세워 이념의 허구성을 논한다. 임철우의은 5.16부터 5.27까지의 12일간의 광주에서 일어난 일을 시간순서대로 서술하고 있다. 이 소설은 신빙성을 강화하기 위해 그 당시 배포된 유인물, 성명서 등을 이용하였다. 이 작품은 광주에서 관련된 작가 자신의 작품들만이 아니라 그 동안 나온 광주민중항쟁 관련 문학 전체를 그러모은 통합물이라는 의미 부여를 하고 있다. 또한 광주에서 자행된 폭력성에 대한 증언에만 그치고 있다는 점에서의 지적도 있다. 위 작품들은 재현을 통해서 있어서는 안 될 비극적 세계를 치밀하게 그려내고, 그 날의 기억을 통해 항쟁의 현재적, 미래적 의미를 탐색 한 것이다.
4. 항쟁 주체와 민중성 : ‘5.18 민중항쟁’은 억압에 저항하는 모든 국민의 봉기이면서 나아가 ‘광주’를 넘어서서 모든 종류의 억압에 저항하는 인류의 보편적 저항의 역사라는 의의를 가지고 있다. 5.18은 민주화의 출발점으로, 그리고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을 빼앗는 모든 억압에 대한 항쟁으로 그 의미를 자리매김 해야 하기 때문이다. 5.18 항쟁 주체의 민중성이라는 측면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는 소설로는 공선옥의 ,방민호의 , 송기숙의< 우투리>, 문순태의 은 5.18민중 항쟁의 ‘주체’란 이름 없는 민중들이었다는 문제의식을 제기 한다. 은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시선을 빌어 오월 광주의 사실적 재현에 비교적 충실하였다면,은 주로 뿌리 뽑힌 존재들의 시점에서 광주를 복원했다는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위의 작품 모두가 ‘서로 다름’ 이라기보다는 오월 광주의 총체적 재현이라는 면에서 훌륭한 보완적 가치를 지니는 것으로 보인다.
5.18민중 항쟁을 재현하는 대부분의 소설들은 5.18이라는 역사적 사실의 회상을 통해 그 사건이 현재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를 문제 삼고 있다. 그 날의 국가폭력과 대항폭력으로서의 민중의 투쟁을 제시하면서 항쟁의 역사적 의의와 진실을 탐구해야하는 ‘5.18 소설’이다. ‘5.18 소설’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보편적 가치를 문학과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과제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적 작업을 통해 항쟁의 역사의 의의가 의미 있게 받아들여 질 수 있는 것은 ‘다시 기억하기’라는 고통을 통과한 작가들의 열정을 통해 가능했던 것이다.
나의 생각 : 대안학교 출신인 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5월이 되면 충장로에서 열리는 5.18 민중항쟁 기념행사에 연극, 행군. 등 여러 가지 행사의 일부분을 직접 준비하고, 참여하곤 했었다. 직접 계엄군이 되고, 무고한 시민으로서 옷에 피도 묻혀보면서 ‘다시 기억하기’에 작은 부분이나마 함께 했었다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읽었던 5.18 문학 한편이 없었던 내 자신에 대해서 굉장히 부끄러움을 느끼며 ‘5.18과 기억 그리고 소설’ 의 책장을 넘겼다. 가장 먼저 이 책은 5.18민중항쟁에 대해 여러 가지 시선으로 볼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 주었다. 단지 시민들의 시선에서 한 가정의 모습에서만 바라보는5.18이 아닌 역사적 의의, 또는 제 3자의 입장에서 , 현재로서 5.18은 어떤 의미가 있는 가 등등 5.18이 단지 기억 속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 현재 진형형의 5.18이 되도록 해주는데 의의가 있다. 또한 대학생이 되어 일상에 지쳐 잠시 잊고 있던 5.18에 대해 문학적 재현을 통해 다시 다가갈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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