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생애와 활동
고월은 이장희의 아호이다. 1900년 11월 9일, 경상북도 대구시 서성동에서 일본 중추원 참의를 지낸 대표적 친일파 이병학의 셋 째 아들로 태어났다. 이병학은 잇따른 상처로 인해 부인을 세 명을 두었는데 이장희는 첫 째 부인의 소생이었다. 그의 어머니는 이장희가 어릴 때 죽고 말았다. 이병학은 21남매를 슬하에 두었는데 부유한 집안 이었다고는 하나 어머니가 자주 바뀌고 21명이나 되는 자식들 속에서 내향적 성격이었던 이장희는 자신의 설 곳을 찾지 못하고 자신의 내면으로 침착하게 된다. 이 시기에 생긴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그의 시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1906년 대구 보통학교에 입학하는데 매우 영특하였으나 파리하고 초라한 행색으로 급우들의 놀림을 받았다. 1918년 일본 경도수학을 졸업하고 목사가 되려했으나 집안의 반대로 좌절당하고 실의에 빠져 지낸다. 일본 유학당시, 급우 에이코를 좋아하였으나 양주동의 증언에 따르면 “그녀 앞에서는 말도 한마디 제대로 못하는 숙맥이었다. 여성 그 자체를 좋아한 것이 아니라, 그가 만든 상상 속의 에이코를 그리고 있었다”고 한다. 에이코 역시 그의 시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후 결혼을 하게 되나 자신의 아내를 인정하지 못하고 밖으로 나다니며 총각행세를 하고 다녔다. 일본어 통역의 임무를 맡기려던 아버지의 부탁을 거부하고 나서 집에서 버린 자식 취급을 받게 되며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다. 길을 다닐 때는 중앙으로 걷지 않고 처마 밑으로만 다녔으며 금성 동인(양주동, 백기만,유엽,김연진,현진건,이상화,오상순,이경손)을 제외하고는 ‘속물’이라 부르며 상종하지 않았다. 극심한 생활고 속에서도 순수 예술과 문학에 심취하였다. 1924년 3호 백기만의 추천을 통해 ‘실바람 지나간 뒤, 새 한 마리, 불노리, 봄은 고양이로다’ 등을 발표하며 문단에 등단한다. 1929년 고향 대구에 내려와 칩거하다 공초 오상순을 만나러 갔다 그가 부재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상심하여 우는 듯한 얼굴로 석양 속으로 걸어간 것이 그의 마지막이었다. 3일 뒤, 그는 극약을 마시고 그의 자택에서 사망한다. 죽기 얼마 전 부터는 방 안에 틀어박혀 금붕어만 그리며 지냈다 한다.
2.작가의 경향
1)상징주의와 내면으로의 침착
이장희의 시작은 1924년 지를 통하여 데뷔한 후 죽기까지 5년까지의 짧은 시간에 이루어졌다. 하기와라 사쿠타로, 릴케, 보들레르, 두보, 변영로, 예이츠의 시를 탐독했던 이장희는 상징주의 상징주의는 낭만주의와 동일하며 그곳에서 갈라져 나온 것이다. 하지만 낭만주의자가 인생의 가능성을 실험해 보기 위해 여행,정치같은 체험 자체를 추구했던데 반해 상징주의자는 관습과 형식을 포기하면서도 그들의 실험분야를 문학에 한정시킨다. 낭만주의자가 자기와 반대되는 사회에 대해 대항하거나 무시하는데 반해 상징주의자들은 사회에 대해 무관심하며 개별적인 감수성을 발달시키려 애쓰지만 자기의 개인적인 의지를 주장하려 하지는 않는다. 그들의 대표자인 악셀이 객관적 세계에서 주관적 세계로, 사회와 공유된 경험에서 고독의 세계로 옮겨간 것과 같이 문학의 전 분야로 옮겨다니며 끝을 보려 한다. 상징주의자들은 공동생활 가운데 자신의 자리를 찾으려하기 보다는 자신의 꿈을 택한다.
의 영향을 강하게 드러낸다. 어릴 때의 가정 내에서의 불안한 위치와 소극적이고 나르시스트적인 면모를 지녔던 그는 자신의 내부로 깊이 침착하여 그 안에서 벌어지는 순수서정의 세계를 노래한다. 실제로 이장희는 시에 대해 “시는 푸라치나(백금)선이어야 한다. 광택없고 탄력성없고 자극성 없는 굵다란 철사선은 시가 아니다”라고 자신의 시론을 밝히고 있다. 백금처럼 불순물이 섞이지 않아 그 자체로 반짝반짝 빛나는 것만이 시라 할 수 있지 감상이나 무슨 주의가 섞여 탁해진 것은 시가 아니라는 것이다.
2)객관화와 감각세계의 지향(이미지스트로의 면모)
이장희의 시가 지닌 특징적 장점은 자아가 배후로 조용히 소멸하고 그 대신 객관화된 사물이나 현상이 표면에 제시되는 시편들이 다수 발견된다는 점에 있다. 니힐리즘(허무주의)와 센티멘탈리즘의 측면이 드러나기는 하나 주관적인 정서의 직접적 서술 및 토로가 아니라 그것을 벗어나서 외계의 풍경이나 사물 및 현상을 객관적 상징물로 하여 내적 정서를 표출하는 것이다. 이미지즘의 효시로 평가받는 정지용의 시가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었던 때에 이장희의 시편들은 가히 획기적인 것이었다. 그 당시 정지용의 시등은 감정의 직접적 노출과 낭만성으로 인해 좋은 평가를 주기 힘들었고, 이 시들을 극찬한 김기림 역시 그 정도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할 수 있다. 이장희는 김광균의 시작활동에 그 맥이 닿아있는 것으로 이해되기도 하며 박용철의 유고집이 나왔을 때 그 중에 이장희의 시편이 몇 편 섞여있었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모더니즘의 효시를 이장희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운모가티 빗나는 서늘한 테-블./부드러움 얼음, 설당, 우유/피보다 무르녹은 딸기를 담은 유리잔./잠자리 날개같이 얄븐 옷을 입은 저윽히 고달핀 새악시는/길음한 속눈섭을 까라매치며/간열핀 손에 들은 은사실로/유리잔의 살찐 딸기를 뿌시노라면/담홍색의 청량제가 꽃물가티 흔들닌다/은사실에 옴기인 꽃물은/새악시의 고요한 입살을 앵도보다 곱게도 물들인다/새악시는 달콤한 꿈을 마시는듯/그 얼골은 푸른 입사귀가티 빗나고/콧마루의 수은가튼 땀은 발서 사라젓다/그것은 밝은 한울을 비최인 적은 못가운데서/거울가티 피어난 연꼿의 이슬을/휘염치는 백조가 삼키는듯하다.
-하일소정.1926-
이 시의 분위기는 관능적이다. 다방에 앉아서 한 여성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는 화자는 여인을 대상으로 그림을 그리듯 천천히 뜯어보고 있다. 하지만 그는 여성의 관능미를 소리내어 말하지 않는다. 무르녹은 딸기를 스푼으로 으깨며 음료를 마시는 여인의 모습을 ‘연꼿의 이슬을 삼키는 백조’에 비유하고 있을 뿐이며 그 전 행들의 내용은 다만 여인의 행동을 나타내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는 객관적인 대상들이 지닌 속성들을 이용하여 시 전체의 관능미를 이끌어 내고 있다. 김광균의 ‘설야’에서 ‘머언 곳에 여인의 옷벗는 소리’라는 집약적 어구를 사용하여 관능미를 이끌어 내고 있는 것보다 더욱 교묘한 수법이다. 대상의 특질을 간파해내어 생생한 색채어를 사용한 그의 감각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고운 봄의 향기(香氣)가 어리우도다.
봄과 고양이/제 해만/문장사/1982/
봄은 고양이로다/김 재홍/문학세계사/1983/
김신정(2007), 이장희 시 연구, 배달말, Vol.- No.41,
문혜원(2007), 이장희 시에 나타나는 이미지의 특징과 기능,국어국문학, Vol.- No.146, 장도준(2003),고월 이장희 시와 감각어적 특징, 한국문예비평연구, Vol.-NO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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