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크게 성장시키거나 변화시켰다고 생각되는 사건
나를 크게 성장시키거나 변화시켰다고 생각되는 사건으로는 사랑하던 상대와의 첫 이별이 있다. 처음으로 사랑에 빠졌던 상대는 눈썹이 짙고 점잖게 잘생긴 남자였다. 취미로는 바이올린을 켜고 온순한 성격에 겸손한 태도를 가져 사랑에 쉽게 빠지게 되었다. 남자 친구와 카페에서 만나 카페가 마감하는 시간까지 수다를 떨고 서로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 지도 모르게 시간을 보내곤 했었다. 남자친구는 꽤나 감성적인 편이었고, 카페의 갈색 냅킨에 각종 시를 써주곤 했었다. 우리 둘은 깊은 교감을 나누었다. 당시의 나는 준비하던 시험에 떨어져 매우 우울하고 자존감이 낮은 상태에 있었는데 남자친구는 그런 나를 항상 이해한다는 듯이 바라보곤 했다. 그는 내게 클래식 듣는 법을 가르쳤다. 인생이 우울하거나 많이 힘이 들면 가사 없는 음악이 최고의 치유가 되는 수가 있는데 특히나 클래식 악기의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울지 않을 수 있다면서 내가 스스로를 위로하는 법을 가르쳤다. 나는 그의 고요함과 안정적인 상태의 모습들에 깊이 빠져들었다. 그와 나는 결혼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고 굳게 믿었다. 세상에 다양한 형태의 사랑이 있는데 우리 둘의 사랑은 분명히 특별한 것이라고 믿었다. 그렇게 사랑을 하면서 그의 인생이 나에게 물들어가는 동안 나는 배신을 당했다. 배신이라고 하기에는 뭐하지만 그는 미국으로 떠나서 돌아올 생각이 없다고 했다. 한국에 다시는 올 계획이 없다고 오더라도 잠깐만 있다가 다시 나갈 것이라고 나는 널 많이 좋아하지만 우리는 인연이 아니라고도 했다. 나는 처음에는 분노를 했고, 조금 지나서는 절망을 했고 나중에는 순응을 했다.
지금은 이 한 줄로 당시의 상황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지만 당시의 나는 살아도 살아 있는것이 아닌 상태였다. 매일같이 친구들에게 전화를 해서 살아 있는 것이 너무 힘들다는 절망스러운 말들을 내뱉곤 했고 친구들은 그런 나를 위로하다가 지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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