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는 과거의 사실이 어떻게 일어났으며
역사가는 과거의 사실이 어떻게 일어났으며, 그 원인은 무엇이고 또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를 연구한다. 따라서 역사가가 과거의 연구에 사용한 ‘역사적 사실’은 의미 있고 중요한 사건으로 생각된다. 그렇다면 그 같은 역사적 사실은 개별적이고 고유한 것인가, 또는 보편성을 지니는 것인가? 또 사실 자체가 객관적으로 중요성을 갖는지 아니면 역사가의 선택에 의해서 중요성을 갖게 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역사가는 과거의 자료를 가지고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 일어났으며, 그 원인은 무엇인가를 탐구한다. 달리 말하면 과거의 사실들을 통하여 역사를 연구한다. 역사가가 역사연구에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과거의 단순사실들 가운데 가려 뽑아 역사연구의 기초로 사용하는 과거의 사실들을 우리는 역사적 사실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과거에 일어난 일은 무수히 많다. 국제적으로 2003년에는 미국과 영국 등 연합군이 이라크를 상대로 전쟁이 일어났고 우리나라에서는 제 16대 대통령으로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하였으며, 개인적으로 나는 4월 한 달 동안 교생실습을 다녀왔다. 이런 식으로 넓게는 국제적으로나 국내적으로, 그리고 좁게는 나의 가족이나 나 자신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많은 일이 일어났는데 이와 같은 모든 일들은 과거에 일어났던 사실들이 분명하지만 그 같은 과거의 사실들이 모두 역사적 사실은 아니다. 과거에 일어났던 수많은 사실들은 단순사실에 불과하다. 역사가는 과거의 단순사실들 가운데 역사적으로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사실들을 가려내어 역사에서 무엇이 일어났는가를 설명하는 데 물론 그때 역사가는 자신이 선택할 과거 사건의 중요성의 정도를 판단하기 위해 그것을 기존의 연구나 다른 사건들과의 관계 속에서 검토한다. 그런데 그렇게 선택된 역사적 사실은 역사가들 사이에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어느 특정한 역사가는 다른 역사가가 중요하다고 생각지 않았던 과거의 사실을 제시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추천되어 있는 과거의 사실이 또 다른 많은 역사가들에 의해 중요성이 인정될 때, 그 과거의 사실은 비로소 역사적 사실로 인정되며 이렇게 인정된 역사적 사실들을 우리는 교과서나 역사책을 통해 알고 있는 것이다.
★ 역사적 사실의 특수성과 보편성
역사적 사실이 특수성을 갖는다는 것은 그것이 다른 것과 구별되는 개별성과 고유성, 그리고 일회성을 갖는다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역사의 특수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특정한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 제도, 국가, 문화 등이 모두 각각 다른 것과 구별되는 독특성과 일회성을 갖는다고 생각한다. 그에 비하여 역사적 사실이 보편성을 갖는다는 것은 역사상 어느 사건이든 그 사건이 일어난 사회적 환경 속에 놓여 있으므로, 어느 특정한 사건은 그 사회 환경의 일반적인 경향성을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역사의 보편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역사적 사건은 개별적인 특수성을 뛰어넘는 일종의 법칙과도 같은 보편성을 갖는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역사적 사실들은 각각 독립된 개별적이고 특수한 사건들인가 혹은 보편적인 성격을 갖는 사건들인가? 역사의 보편성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역사학 역시 자연과학적 방법에 따라 인과적인 귀납법으로 일반법칙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자연과학에서의 일반법칙의 추구와 역사에서의 일반화 사이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자연과학자는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현상을 연구하므로 사실은 결론이 나지 않고 법칙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만 의미 있을 뿐, 현상들 사이의 공통성이 해명되고, 법칙이 확인되고 나면 그 사실은 다른 수많은 사실들과 함께 과학자의 시야에서 사라져 버린다. 예를 들어 밤하늘을 수놓으며 떨어지는 유성들에 대해 우리는 인력의 법칙이 밝혀진 지금 그 개별적인 현상에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다. 우리들은 누구도 어제 밤에 떨어진 유성과 오늘 밤에 떨어진 유성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생각하지 않는다. 오직 인력의 법칙에 의해 유성이 지구의 대기권 안으로 끌려 들어와 공기와 충돌하여 빛을 냈다는 일반적인 사실만을 생각할 것이다. 그에 비해 역사적 사실들은 자연과학에서의 현상처럼 다시 재현되지 않는다. 역사가들이 연구하는 사실들은 각각 특정한 시기와 장소에서 일회적으로 발생한 사건들이다. 이런 점에서 역사적 사건은 독자적이고 일회적이며 각각의 고유한 특수성을 갖는다. 그렇기는 하지만 역사에서 다루는 사실들은 밤하늘에 떨어지는 유성들처럼 그들 사이에 서로 관련이 없는 개별자적인 현상은 아니다. 오히려 역사적 사건들 사이에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후로 이어져 인과관계로 연결되어 있다. 또 역사적 사건들에는 자연과학에서의 사건들과는 달리 인간의 정신이 내재되어 있다. 이런 점에서 역사적 사건들 사이에는 보편성을 갖는다. 역사에서 개별적인 사건이란 그 자체가 당대의 여러 다른 사건들과 긴밀히 연관되어 있는 역사적으로 형성된 존재인 것이다. 달리 말하면 각각의 역사 현상은 개별적이고 일회적인 것이기는 하나, 이미 그 발생에서 다른 역사적 사건들과 시대적 보편성을 공유하는 존재로 생성된 것이므로, 역사적 사실들은 개별적이고 일회적인 특수성과 더불어 보편성도 아울러 지니고 있다. 예컨대 프랑스 혁명과 러시아 혁명은 서로 다른 별개의 혁명으로, 그 형명이 일어난 시기와 장소가 다를 뿐만 아니라 그 전개과정도 상이하다. 그러나 두 사건은 모두 혁명이라는 이름이 시사하듯이 기존의 사회제도를 급격히 변화시키고 새로운 제도를 창출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즉, 두 사건은 서로 독립되고 개별적인 사건이라는 특수성과 더불어 혁명이라는 보편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역사적 사실은 독자적이고 일회적인 사건이라는 점에서 개별적이고 특수한 성격을 갖는 동시에 해당 시대의 사회적 관계와 더 나아가서 역사생활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보편성도 아울러 지니고 있으므로 역사적 사실은 그것과 연관되어 있는 전후 관계 속에서 분석되어야만 그 의미가 정확히 파악될 수 있다. 역사적 사실을 하나의 독립된 개별적이고 특수한 존재로만 생각한다면 그것은 그 사건이 발생한 배경을 무시하는 것으로, 결국은 그 사건의 의미를 제대로 인식 할 수 없게 된다. 우리들이 역사적 사실들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비록 특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특정한 행위자들에 의해 일어나는 특수성을 지니고 있지만, 사회적·역사적 현상으로서 일반적인 보편성도 아울러 지니고 있기 때문이며, 특수성과 보편성을 아울러 지니고 있기 때문에 역사가 중요하고 의미있는 것으로 인식되고 또 지속적으로 새롭게 연구·서술되고 있는 것이다.
★ 역사적 사실의 객관성과 주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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