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을 하는 이유[바둑 읽는 CEO] 정수현 지음 - 21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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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바둑을 하는 이유
『바둑 읽는 CEO』, 정수현 지음 , 21세기북스
‘생각의 기술’을 공부하게 되면서 내가 경험했던 것들을 떠올려 보니 매우 재밌었다. 생각하는 방법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이 말을 생각해 본적은 없었는데 이번 공부를 통해 다시 한 번 마음속에 새길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내가 경험한 것을 토대로, 나의 생각을 소개하겠다.
10대 때부터 바둑을 두어온 나는 20대인 지금 바둑을 두는 것이 더 재밌다. 10대 때는 바둑을 이기기 위해서, 오직 그 목표만을 생각하며 바둑을 두어 온 것 같은데, 20대가 되서는 ‘바둑의 이치, 기리를 알아가는 재미를 위해서둔다’ 라는 마음가짐을 갖게 되었다. 이렇게 된 것은 바둑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들을 만나면서부터인 것 같다. 그분들은 바로 바둑을 즐기는 아마추어 강자 사범님들이시다. 대학생이 되고 ‘압구정기원’ 이라는 곳에서 리그전을 참가하게 되었는데, 이곳 사범님들의 바둑을 대하는 태도는 그 동안 내가 바둑을 대한 태도와는 달랐다. 승부를 떠나 바둑자체의 수를 알아가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고, 반성하고, 승리하더라도 좋아하기보다는 ‘운이 좋았다, 져주어 고맙다’ 등 겸손하게 말하며 상대방을 존중해주고 배려한다. 열심히 승부를 하지만, 결과에는 깨끗이 승복하고 후일을 기약하는 모습에서 안타까움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멋지다고 생각한다. 승부를 경험함으로써 얻게 되는 배려하는 마음은 분명히 존재한다. 서로 최선을 다해 노력한 것을 알 때 승리한 자는, 저절로 상대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되고, 위로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고, 도움을 주고자 노력하게 된다. 이런 모습을 보게 되면서, 바둑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탐구하는 분들이기에 더욱 겸손과 배려가 몸에 배어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꾸준히 바둑을 두시는 분들을 보면서 단지 바둑을 승부로만 생각한다면 이렇게 오랫동안 바둑을 둘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스럽게 존경하는 마음이 생기고, 나도 이런 분들을 닮아가게 되는 것 같다.
대국을 할 때 마다 내가 생각하고 선택한 수들을 돌아보게 되면서 이 수가 올바른 선택이었는지, 상대편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 수 있을 때 재미있다. 굳이 말을 하지 않더라도 서로의 생각을 알 수 있을 때, 희열을 느낀다. 아마도 많은 바둑인들이 이 매력 때문에 바둑을 즐기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바둑을 두다보면 종종 작은 것을 탐하다가 큰 곳을 빼앗기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소탐대실’의 교훈을 삶에서도 적용할 수 있다. 무언가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왔을 때, 내가 이것을 탐내다가 더 큰 무언가를 잃는 것은 아닌지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된다. 특히 강하게 욕심이 생길 때일수록 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크게 보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좋아 보이는 상황일지라도 혹시 문제점은 없는지 검토해보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
바둑에서도, 삶에서도 선택에 있어서 대부분의 경우 일장일단이 있다. 원하는 것을 다 얻기는 어렵다. 이때 선택하지 않은 길에 아쉬움이 남지만, 그 길을 갔더라면 또 다른 아쉬움이 남을 것이다. 이때 후회를 하는 것은 ‘남의 떡이 커 보인다’고 하는 속담과 비슷하다. 그러므로 내가 얻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내가 얻은 것을 소중히 여기고 만족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그리고 그 얻은 것에 정성을 다하면, 그것은 오히려 잘 선택한 것이 된다. 그렇지만 선택하지 않은 것에 집착하고 자신이 선택한 것을 돌보지 않는다면, 그것마저도 잃을 수 있다. 바둑에서도 상대방의 집이 커 보이면 무리수를 두어 오히려 상황이 더 악화되고 자신이 다치게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생각해 보니 많은 바둑을 이렇게 져온 것 같다. 기분이나 느낌만으로, 다시 말해 감정에 치우쳐 판세를 냉정히 보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내가 차지한 집을 정확하게 헤아려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정석을 외운 다음에 잊어버리라’는 바둑격언처럼, 일상생활에서도 이와 관련된 이론과 원리를 떠올려 보긴 하되, 이것의 적절한지 여부를 판단하고 만약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선입견에 갇히게 되면 창의적인 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겠다. 때때로 정석으로는 통하지 않고 일반적으로는 좋지 않은 수가 반대로 역할을 할 경우도 있다. 이처럼 바둑과 인생도 마찬가지로 답이 딱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열린 사고를 할 필요가 있다. 이런 시도는 어려운 문제에 닥쳤을 때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줄 것이다. 바둑에서 위기에 닥쳤을 때 변신을 잘 하는 사람을 고수라고 한다.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으면 끝내 변신을 시도하지 못하고 헤매게 되지만, 생각의 관점을 조금만 바꿔보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나의 삶에 있어서도 변화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용기를 가져야겠다.
연구생 시절 종종 프로바둑대회의 대국 기보를 기록했었는데 그 때마다 프로들은 자신의 바둑을 두다 말고 다른 바둑을 구경하고 돌아왔다. 당시에는 이런 프로들의 모습이 ‘오만’한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 ‘반외팔목’ 이 부분을 접하면서 또 다른 생각을 갖게 되었다. 나의 바둑만, 나의 입장에서만 너무 몰입해서 보면 정확하게 바둑을 분석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다른 바둑도 보면서 객관적인 입장에서 판을 보는 연습을 하는 것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행동들은 제 삼자의 입장이 되어 더 객관적으로 바둑을 보기 위한 전략인 것 같다. 새롭게 깨닫게 된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