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공리주의 관련 이론
사람들은 의도를 가지고 행동을 한다. 대체로 선한 의도를 가지고 행한 행동은 선한 결과를, 악한 의도를 가지고 행한 행동은 악한 결과를 가져오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이솝우화 ‘주인을 죽인 곰’의 예를 들어보면, 어리석은 곰은 주인의 얼굴에 붙어 있는 파리를 잡겠다는 선한 의도로 앞발을 세게 내리치지만, 결과적으로 주인은 죽어버리고 만다. 우화이다 보니 조금 과장된 측면이 없지 않지만, 선한 의지만 가지고는 절대로 좋은 결과가 나타날 수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다. 여기에서 우리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어떠한 사람이 한 행위의 선함과 악함을 판단할 때, 무엇을 근거로 해야 하는가. 행위의 의도로 파악하는 것이 옳은가. 아니면 행위의 결과로 파악하는 것이 옳은가.
이러한 질문에 대해서 공리주의자들은 어떠한 행위의 선악을 판단할 때 보다 중요한 것은 ‘행위의 결과’라고 말할 것이다. 공리주의는 고대 그리스의 에피쿠로스학파로부터 이어진 쾌락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에피쿠로스 쾌락주의자들은 도덕적인 행위는 곧 행복을 가져다주는 행위라고 생각했다. 행복의 정도가 커질수록 그러한 행복을 만들어 낸 행위의 도덕적 가치도 함께 커진다는 것인데, 이러한 쾌락주의는 시간이 흘러 근대 시민사회가 형성될 무렵에 영국의 철학자들에 의해 새롭게 주목을 받게 된다. 이전의 쾌락주의가 개인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었던 것과 달리 영국의 철학자들은 쾌락주의에서 사회적으로도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측면을 찾아낸다. 이렇게 시작된 영국의 쾌락주의는 사회전체의 공중적인 쾌락을 역설하는데, 이를 ‘공리주의’라고 칭했다.
1) 고전적 공리주의
고전적 공리주의 이론은 크게 다음의 세 가지 내용으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결과주의. 행위들은 오직 그 결과에 의해서만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다는 것으로, 옳은 행위란 오로지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는 행위이다. 둘째, 행복주의. 결과를 평가하는데 고려되는 유일한 요인은 행위에 의해 생겨날 행복과 불행의 양으로, 그 외의 모든 것은 관련이 없다. 옳은 행위란 불행의 양을 최소화시키고 행복의 양을 최대화 시키는 행위이다. 셋째, 보편주의. 각 개인의 행복은 똑같이 중요하므로, 행복과 불행의 양을 계산할 때 어떤 사람의 행복도 다른 사람의 행복보다 더 중요한 것으로 계산해서는 안 된다. 설사 그것이 자신의 행복이라 할지라도 남의 행복에 비해 특별한 것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결과주의는 행위의 도덕적 가치를 그에 뒤따르는 결과들의 총체적 가치로 계산한다는 원리로, 효용성을 중시하는 영국 경험주의 원리를 잘 반영하고 있다. 아무리 선한 의도를 가지고 어떠한 행위를 했다고 하더라도 그 결과가 나쁘다면 악한 행위라는 것인데, 과연 인간이 결과를 정확히 예측하여 행동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점이 생긴다. 행위의 결과는 미래의 어떤 시점을 기준으로 평가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인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규칙 공리주의’이다. 규칙 공리주의는 개별적 행위의 결과가 아닌 일반적으로 최대의 행복을 가져오는 행위의 규칙을 따져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에 따르면 어떤 행위의 규칙이 유용성의 원리에 비추어 옳다고 판단되면 개별적 행위들은 이미 만들어진 규칙들에 비추어 판단하면 된다고 한다.
행복주의는 사람들이 추구하는 궁극적 목적 또는 선이 행복이라는 입장으로,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쭉 이어져 내려왔다. 벤담은 ‘공리의 원리’를 내세우면서, “모든 행위를 그것이 우리의 행복을 증진시키느냐 혹은 감소시키느냐에 따라 좋거나 나쁨을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밀 역시 “행복은 바랄만한 것이고, 더욱이 목적으로서 바랄 가치가 있는 유일한 것이며, 다른 모든 것들은 그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서만 바랄 가치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 사실 행복의 개념은 생각만큼 명확하지는 않다. 그렇다고 해서 행복을 쾌락과 똑같은 것으로 여기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쾌락은 그 자체로 선하기 때문에 추구되어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사람들 개인이 추구하는 어떤 목적이 달성되면서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부산물의 개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대의 공리주의자들은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만족을 극대화할 것을 주장하는데, 이것이 바로 ‘선호 공리주의’라고 할 수 있다.
보편주의는 이기적인 자기중심적 관점을 뛰어 넘어 어떤 공정한 관점에 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벤담은 사익과 공익의 조화를 위한 도덕과 입법의 원리를 제창하게 되는데, 이것이 곧 ‘최대다수의 최대행복 원리’이다. 그런데 벤담의 논리에는 사람들이 많이 가지고 있는 이기심 대신 적게 가지고 있는 이타심을 따르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 하는 의구심이 따른다. 이 의구심은 흄이 사람들은 타고난 공감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기 자신에게 유익한 것뿐만 아니라 남을 이롭게 하는 것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게 된다고 말함으로써 극복되었다. 이러한 공감능력 덕분에 사람들은 동정심의 교정의 과정을 거친 후에 보편적인 규칙을 얻을 수 있었다. 밀 역시 사람들은 원래 자기의 행복을 추구하지만, 더불어 살아가는 경험이 거듭되는 과정에서, 연상 작용을 통해 다른 사람의 행복도 자기의 것처럼 느끼게 되어, 마침내 타인의 행복까지도 진심으로 바라게 된다고 말했다.
2) 벤담 : 양적 공리주의
벤담은 ‘도덕과 입법의 원리에 관한 서설’이라는 논문에서 ‘최대행복’ 원리에 기초한 새로운 도덕 이론을 내놓는다. 벤담은 모든 인간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쾌락과 고통에 의해 좌우된다며, 이것을 ‘자기 선택의 원리’라 불렀다. 따라서 어떤 행동을 승인하거나 거부할 때, 그것이 우리들의 행복을 증진시키느냐 아니면 감소시키느냐를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한다. 이것이 ‘공리의 원리’ 또는 ‘최대 행복의 원리’이다. 관계되는 모든 사람들이 행복한 방향으로 행동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며, 이 때 개개인의 쾌락은 동일한 것으로 간주되어야 한다는 것이 벤담의 주장이다. 돌을 던지면서 느끼는 쾌락이나 다빈치의 그림을 보면서 느끼는 쾌락이나 같다는 것이다. 따라서 쾌락을 느끼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양적 공리주의’에 도달하게 되는데, ‘양적인 쾌락’은 강도, 지속성, 확실성, 근접성, 생산성, 순수도, 파급범위라는 7가지 요소를 고려하면 측정해 낼 수도 있다. 벤담의 ‘양적 공리주의’는 쾌락의 질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는 ‘돼지의 철학’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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