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탈식민지 시대 지식인의 글 읽기와 삶 읽기』을 읽고
:『탈식민지 시대 지식인의 글 읽기와 삶 읽기≪1≫』을 읽고
이 책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고 지녀 왔던 글(삶) 읽기의 태도에 대해 깨달으며 동의의 끄덕임과 함께 자기 성찰의 계기로 삼을 수 있는 길을 터준다. 허나 나는 주체적인 글 읽기와 삶 읽기에의 전환을 요구하는 이 책에서 어지러울 정도의 혼란을 경험했다. 나의 이러한 생각을 언어로 표현해내기란 턱도 없지만 내가 생각한 주체적 글 읽기라는 것을 최대한 담아 이 글을 전개해 나가고자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각 사회가 지닌 특수한 역사성을 간과한 상태에서 독서가 맹목적인 수용으로 행해지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성찰의 자세를 요구한다. 지금의 우리 사회, 또 책을 대하는 독자가 식민지의 모습을 띠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1장, 2장 그리고 3장을 읽을 때만 해도 난 어느 정도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에 수긍하고(책을 읽고 나면 언제나 그렇듯 나의 무지함을 또 한 가지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수긍의 생각은 어느 순간 멈추고 머릿속엔 정리조차 되지 않는 갖가지 생각들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저자가 강조하는 탈식민지 시대의 글 읽기, 즉 주체적이고 실천적이며 자아성찰을 가능하게 하는 글 읽기란 과연 존재할 수 있는가? 라는 것이다. 꽤 냉소적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저자가 이미 정의내린 식민지, 지식인, 삶 읽기 등의 개념은 이미 저자의 의도된 바에 의한 산물이 아니던가. 또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경로는 어떠한가? 교수가 자신의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에게 심어주고 싶어 하는 의도를 출발점으로, 즉 책에서 말하는 성찰의 과정을 훈련하고 습득하기를 요구하는 것에 수반된 게 아닌가? 그것은 겉으로 보기에는 혁신적이고 보다 개방적이다. 하지만 우리가 무슨 책을 읽어야 하는지, 또 왜 그 책을 읽어보는 것이 사회학을 배우는 데 있어서 필요한 과정인지조차 이미 우리는 교수의 또 저자의 의도에 따라 책을 읽고, 그에 대한 느낀 점이나 책이 내게 던져 준 의미에 대해 생각을 정리하고 되풀이하는 과정까지도 언어로 서술하는 일련의 획일적인 방법으로 수행하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이와 같은 회의가 이 책을 읽는 이유와 흥미를 앗아갔다.
그 다음 드는 생각은 이것이었다. 진정한 주체적인 삶 읽기는 개개인의 삶 그 자체 내에서 실천적으로 이루어질 수는 있지만 그것이 글이나 말로 표현되었을 때 그것이 정말 내면의 어떤 성찰을 깊이 담아내는 지는 잘 모르겠다. 언어는 의식을 담아낼 수 있지만 의식을 꾸며내는 수단의 역할을 하므로 미화, 과장 또는 의식 자체를 설명하기에 부족할 수 있다. 내면에의 작용은 그보다 훨씬 복잡하고 미묘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말이든 글이든 언어로 표현된 생각들은 그 자체가 포함하는 또 우리에게 일러 주는 의미에서 벗어나 논리에 초점을 두게 된다고 여겨지는 것은 왜일까? 물론, 글을 읽는 독자가 저자의 의도 아래 똑같은 생각과 영감을 얻는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안다. 하지만 앞에서 전개해 온 이러한 생각들은 집필자, 작가의 생각들이 논리성을 가지고 그 생각의 타당을 증명하는 것처럼 여겨졌다. 겉은 이렇다. “우리가 늘 인식하지 못했던 어떠한 사고를 또 다른 방향으로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내지는 “우리는 당연하다고 여겨왔던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는 배려 깊은 권유이다. 그런데 책을 읽으며 느낀 회의에서 든 내 생각은 “나는 남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사고의 틀을 잡았다. 그 근거는 이러이러하며 그러므로 우리는 이러이러한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 그럴듯하지 않은가?” 또 한편으로는 “나는 이와 같은 현상이나 상황에 대해 이런 생각을 갖는다. 그 근거를 밝혔으니 당신도 나와 같은 생각의 줄 위에서 이와 같은 나의 인식에 대해 함께 동참해 달라.”라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느낀 내 감정을 나름대로 솔직하게 끼적여 보려고 애썼지만, 이렇게 하고 보니 글을 대하는 내 마음이 왜 이리 삐뚠지, 내가 이 글을 좀 더 깊이 이해하지 못한 건지 아리송한 기분이다. 하지만 책을 읽고 든 나의 생각마저 이러쿵저러쿵 꾸며댈 수는 없는 노릇이니 머리 아픈 생각은 접고 새롭게 책을 대할 수 있도록 마음을 비울 시간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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