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해양 유민의 사회사를 읽고
내가 생활하고 있는 이곳 제주도는 어떤 곳이며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생각해 본적이 초`중학교 시절 학교에서 받는 지역사회수업 이외에 없는 듯하다. 지금 생각해보면 헛웃음이 나오기도 하는 부분이다. 이곳에서 태어나 24년간 생활 하면서 이러한 생각조차 하지도 않은 채 세상의 여러 곳을 궁금해 하고, 찾아보고, 가보고 싶어 한다는 것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조선시대 해양유민의 사회사’는 내게 이러한 느낌을 전해준 책이며 내 삶을 이끄는 이곳 제주에 대한 지식과 고찰을 하도록 만들었다.
‘조선시대 해양유민의 사회사’는 조선시대에서의 출륙 유랑하는 제주인을 설명해주는 작품이다. 중요한 특징으로는 출륙 제주 유랑민을 분석하는 과정에 흥미로운 연구가 쓰였는데 바로 브로델의 이론 이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다른 어떠한 것보다도 자연환경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기 때문에 ‘지리적 구조’를 가장 기본으로 깔고 다른 내용을 설명한다. 이 브로델의 이론을 기본 배경으로 삼았던 이 책은 다른 연구와는 다르게 지리적 구조를 가장 바탕에 두고 연구를 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각종 구체적인 자료들은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서 작가가 가장 중요시하는 것으로서 사료들이었다. 여기서 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 ‘조선왕조실록’ 인데 시기 별로 작가는 내용을 파악하거나 파악하기 어려운 것은 추측했다. 무엇보다 중심으로 다루는 부분은 제주유민들이 출륙 유랑하게 된 과정을 설명하는 것이다. 사료를 바탕으로 중종이 임금으로 머물던 시절을 얘기하면서 질병으로 인한 출륙유랑이 나타났을 수도 있다는 의견이 아직도 생각이 날 정도로 여러 이유들이 있었다. 자료를 참고해 보았을 때 조선시대 역사를 비추어 상관관계가 높은 것은 오래전 탐라국 시대부터 제주인들은 배를 타고 나가 외부 세계와 교역을 통해 생존을 도모할 수밖에 없었다는 내용이다. 제주도는 한반도의 상식과는 다르게 지질이 척박하여 농업이 주된 산업기반이 아니 였고 이러한 상황은 사회변화와 무관하게 쉽게 바뀌지 않기에 조선시대까지 이어져 왔다. (이것은 브로델이 말한 ‘지리적 시간’이 여기에 적용되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정부의 말교역통제, 우마회로 차단및 처벌로 인하여 제주인들은 유일한 수단인 해상교역을 잃는다. 더 이상 조선이라는 국가의 백성으로서 생계유지가 어려운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제주유민의 명칭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바로 두무악계 명칭과 포작계 명칭인데, 두무악계 명칭으로는 두무악, 두모악, 도독야지 등이 있다. 두무악의 의미는 머리 두(頭), 없을 무(無), 큰산 악(岳)자를 쓰는데, 제주도의 봉우리가 평평하고 둥글기 때문에 지어진 명칭이라고 한다. 포작계 명칭은 두무악계 명칭보다 더 많이 사용되는 명칭이다. 어원은 ‘보재기’에서 왔으며, 이들은 바다에서 전복 등 해산물을 채취하던 사람들이다. 이렇게 생계유지를 위해 바다로 나온 사람들이 바로 제주유민이다. 제주유민의 놀라운 점은 경제상황이 악화되면 약탈을 시도해볼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홉스봄의 설명에 의한다면 이런 사람들은 기존사회에 동화되지 않고 한계상황 내지 무법상태로 몰린 사람들이다. 홉스봄은 어느 지역이나 보편적으로 나타난 의적, 비적현상을 분석했는데 이런 보편적인 현상은 우선 자본주의 사회로 이행하기 전 단계까지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한다. 근대 자본제 사회가 되면 교통, 통신 발달등으로 정보력과 지역 통제력이 강해져서 비적현상은 쉽지가 않았다. 하지만 이정도의 도적질은 크게 사회문제로 비화하지는 않았다.
이 책을 읽으면 우리가 놓치고 지나갈 수 있는 제주의 역사에 대해 한 걸음 더 다가갈 수있다. 제주의 또다른 소외된 역사를 알아가는 것은 너무나 뜻깊은 기회이지만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하다.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을 사회학적으로 배우면서 역사란 무엇인가에 대해 한번 더 생각이 든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가 한 말이 있다. ‘우리가 보고있는 기록된 역사는 승리의 역사이다.’ 이 말의 근거로 우리는 아메리카보다 콜럼버스를 더 기억하고 위인이라 생각한다. 역사는 기록이다. 이 책에서도 알수 있듯이 기록이 없으면 기록한 자의 기록을 보면서 유추해나가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제아무리 그 당시 상황을 추측한다 하여도 그 당시만큼 정확한 역사를 찾아갈 수 없다. 이번 과제를 하면서 이렇게 제주의 또다른, 소외된 역사를 보면서 내가 정확히 알고 있는 역사란 무엇인가에 대해 좀더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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