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아내가 결혼했다
제목만 보았을 때 정말 엉뚱하다는 생각이 와 닿는다. 이 책은 좀 더 많은 상황과 그것보다 더 심한 손가락 떨림으로, 앞으로 나에게 절대로 다가오지 않을 상황을 언젠가는 다가올지도 모른다는 상상, 그러니까 어쩌면 누구나 지극히 이럴 수도 있다싶은 상상을 하게 만든다. 어쩌면 누구나 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사는 것이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자아내게 한다. 아무리 없다고 해도 누구나 20% 정도의 이런 상상은 하면서 지내지는 않을까?
한 여자가 있다. 여러 남자와 자는 것을 지극히 당연하게 생각할 뿐 아니라 자신의 애인이 그렇게 하면 함께 파티를 하자고 말할 수 있는 놀라운 여자다. 그렇다고 그것을 세상에 공공연하게 알리는 것도 아니다. 어디서나 며느리 감으로 일등, 아내 로 최고라는 평을 들을 정도로 변신을 잘 한다. 무서운 여자다.
이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가 있다. 처음에는 그저 호감을 느끼는 정도였지만 축구 때문에 여자에게 푹 빠진 남자는 이 여자가 아니면 안 된다는 운명론에 사로잡힌 상태다. 남자는 여자에게 사귀자고 한다. 여자는 쉽게 응한다. 대신 조건이 있다. 사생활을 건드리지 말자는 것이다. 남자는 대수롭지 않고 생각하고 알겠다고 하는데 얼마 못가 애간장 타는 소리가 귓가를 맴돈다. 사귄다는 것을 연인에 대한 독점으로 생각하는 남자는 애인이 다른 남자와 자유롭게 만나고 관계를 맺는 것을 견뎌낼 재간이 없다.
남자는 여자를 너무 사랑해서 헤어지자고 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그냥 참아내자니 그것도 불가능하다. 벙어리 냉가슴 앓는 심정으로 살아가던 남자는 마침내 한 가지 방법을 알게 된다. 그것은 바로 결혼! 바람둥이 친구의 말마따나 잘 놀던 여자도 결혼하면 어느새 그랬냐는 듯 조신한 아내가 된다는 믿음을 갖고 청혼을 한다. 여자는 거부한다. 하지만 끈덕진 구애에 마침내 여자는 승낙하는데 이번에도 사생활보장이라는 조건이 있다. 밤늦게 들어오든, 설사 외박을 해도 신경 쓰지 말라는 것이다.
바람둥이 친구의 말처럼 여자는 조신한 아내가 되어 남자와 아름다운 신혼살림을 꾸려갈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반반’일 것 같다. 여자는 정말 조신한 아내가 되어 남자를 행복하게 해준다. 그런데 생각지 못한 것이 있다. 아내는 여전히 다른 남자를 만난다. 약속은 약속이니 남편은 Cool 한 척하며 어떻게든 참는다. 이 상황 속에서 아내와 남편 그리고 그 남자 사이에 갈등을 축구로 비교하며 전개한다.
도발적이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같이 사는 것을 거부하는 내용 도발이라는 말 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아내 입장에서 이중결혼은 남편이 허락해주면 되는 것이고, 남편이 정 허락해주지 않으면 이혼한 뒤에 다른 남자와 살면 그만이다. 아내로서는 아쉬울 게 없다. 반면 남편은 어떤가. 기막힌 상황이지만 하늘 보고 웃으며 허락할 수밖에 없다. 윤리적인 걸까? 당사자들이 좋다면, 다른 이들의 시선은 상관없이 그 윤리적인 잣대를 자신들의 기준으로 옮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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