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필요성에 대하여
인간은 어느 누구도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다. 하지만 인간은 또한, 자신의 이익을 최고로 생각하는 이기적인 동물이다. 따라서 인간이 서로 모여 살아가기 위해서는 많든 적든 반드시 개개인의 행동을 제약하기 위한 규범이 필요하다. 과거 구석기 시대와 같은 원시시대에는 혈연을 중심으로 씨족사회를 이루어 살아갔기 때문에 연장자의 생각이나 판단이 행위의 규범으로 작용했다. 따라서 이러한 사회에서는 특별한 규범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신석기혁명이라 일컬어지는 농업혁명이후, 인간은 농경을 위해 보다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게 되었고, 씨족간의 결합으로 보다 큰 규모의 부족을 이루게 되었다. 또, 청동기시대에 접어들면서 각 부족 간의 전쟁으로 집단의 규모는 더더욱 커졌고, 각 부족 사이에는 계급이 생겨났다. 이렇게 규모가 커진 집단에서는 단순히 연장자의 생각이나 판단만으로는 집단을 통제하기가 어려웠다. 따라서 그동안 보편적으로 인정되어 오던 도덕규범이나 집권층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들을 법으로 만들어냈다. 우리나라 최초의 법이라 일컬어지는 고조선의 ‘8조법’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이때의 법은 집권층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 주된 목적이었으므로 범법적인 행위에 대한 보복은 극심했다. 사람을 죽이면 사형에 처하고, 도둑질을 하면 손을 자르는 등 감히 범법행위를 꿈꾸지 못하게 만들 정도로 처벌의 정도는 극심했다. 기록은 아직 보지 못했지만, 법을 집행한 후의 결과는 어렵지 않게 예상해 볼 수 있다. 법의 제정 후에 범죄의 발생은 당연히 감소하였을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예전보다 맘 놓고 생활할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법의 가장 큰 필요성 중 하나이다.
법의 필요성은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다.
우선, 법은 분쟁을 해결하기 위하여 반드시 필요하다. 이미 언급했듯이 인간은 어느 누구도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이기적인 존재이다. 그런 이기적인 존재들이 사회를 이루며 살아가다보면 필연적으로 서로 충돌하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충돌 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강제력을 지닌 어떠한 규범이 필요하다. 그런데 사회의 여러 규범 중 권력기구에 의해 강제력을 지니고 있는 유일한 규범이 바로 법이다. 법이 있으므로 해서 개인과 개인 간의 혹은 국가와 개인 간의 분쟁을 조정할 수 있고, 피해를 입을 시에는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법적인 근거를 마련해 둠으로써 사람들의 피해를 최소화 시킬 수 있다. 또한 처벌의 규정을 둠으로써 범죄의 발생을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다.
둘째로, 법은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 필요하다. 법과 정의는 예전부터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으로 생각되어 왔다. 또한 모든 법에 공통되는 목적으로 ‘정의’를 드는 데에는 반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파스칼(Pascal)은 “힘이 없는 정의는 효력이 없는 것이며, 정의 없는 힘은 압제”라고 하여 정의와 힘의 결합을 주장하였다. 살인을 금지하는 법, 절도를 금지하는 법 이러한 것들이 모두 정의를 추구하는 법의 이념에 포함되는 것이다.
하지만, ‘정의’는 인간이 만들어낸 개념이기 때문에 다소 불완전한 요소를 지니고 있다. 즉, 주관적인 가치관에 따라 같은 사안을 놓고도 옳고 그름의 의견이 엇갈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국가보안법을 들 수 있는데, 과거에는 반공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국가 안보를 위해 필수적인 것이었으나, 지금에 와서는 국가 안보라는 정의를 실현한다는 의견과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따라서 진정한 정의의 실현을 위해서라도 법을 너무 경직되게 제정해서는 안 된다. 사회생활은 끊임없이 진전하므로 법질서를 지나치게 고정시키면 법은 사회생활과 유리되고 정의의 본질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러므로 사회발전에 순응하고 사회의 진전과 정의의 요구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정도의 탄력성을 법에 부여하는 것이 오히려 법적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법도 정의와 합치될 때, 법으로서의 가치가 나타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리민복을 실현하기 위하여 법은 반드시 필요하다. 거듭 말했듯이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이다. 자연 상태로 방치하면 유능한 인간은 살아남고 무능한 인간은 뒤쳐지고 만다. 즉, 선천적으로 장애가 있거나 사고로 인해 몸이 불편하게 된 사람들은 자연 상태에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요즘과 같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연 상태로 방치된다면 능력이 있어도 부모를 잘못 만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도태되는 일들이 비일비재 하게 일어날 것이다. 이런 사회는 옳은 사회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람들을 구제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국민의 복지를 향상시키고 보다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분쟁해결, 정의실현, 국리민복실현 등 사회유지를 위해 법은 반드시 필요하다. 법이 없는 사회는 상상할 수조차 없고, 집단의 규모가 커진 이래로 그러한 사회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즉, 안정적인 국가를 건설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의롭고 견고한 법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약육강식의 사회를 피해 개개인의 권리를 최대한으로 보장하기 위해 자연 상태에서 인간은 사회계약을 맺었고 그 사회계약의 최고산물이 바로 ‘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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