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대의 4050 학급살림 이야기] 독후감
책의 구성은 월별로, 차례대로 펼쳐져 있다. 누구나 은근히 두려운 3월에서 첫 고비가 오는 4월…. 시간 순으로 배열된 저자의 한 해 학급 살림에 대한 이야기를 공감하며 따라가다 보면, 그가 내놓는 노하우는 자연스레 다가온다. 학기 초 아이들 속으로 깊이 들어가기 위한 학부모 편지, 남자아이, 여자아이를 더 효과적으로 만날 수 있는 따로 종례, 아이들의 속내를 알기 위해 청소나 점심 시간을 활용한 길거리 상담, 아이들끼리의 소통을 돕기 위한 홀짝일기와 쪽지통신 등 당장이라도 현실에 적용해볼 수 있는 것들이다. 만약 이와 같은 방법들을 단순히 알리기만 했다면 여타의 책과 다를 바 없겠지만, 저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간다. 홀짝일기와 같은 모둠일기를 쓸 때 앞엣놈이 세 줄만 쓰면 뒤의 아이들도 다 그 모양으로 쓰기 때문에 시작 전에 1,2번을 따로 불러 각별하게 당부를 해야 한다와 같이 경험에서 우러난 팁이 그 예다.
동전과 같은 노하우의 제공 외에도 이 책이 눈여겨지는 이유는 또 있다. 정보 제공의 측면만 강조했다면 자칫 지루해지기 쉬울 터인데, 일기 또는 에세이에서나 맛볼 수 있는 현장감이 듬뿍 담겨 있다는 점에서 술술 읽힌다.
저자는 "잘 해 보쇼"라는 동료의 충고에 아이들은 아이들일 뿐, 문제는 기꺼이 감당할 수 있는 마음의 문제라 말한다. 그러면서 싸가지로만 따지면 아이들만의 죄이겠는가라고 반문하며, 교사가 스스로와 벌이는 싸움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로 간주한다. 역시 4050의 내공은 녹록치 않다.
중고등학교에서 담임의 자리를 찾고 고민하는 교사들에게 이상대 선생님은 그저 아이들이 맺는 관계를 돌보는 것이 담임의 역할이라고 이야기한다. 아이들끼리 소통하며 돕고, 각 교과 담임과 배움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도록 뒤에서 돕는 것이 가장 우선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관계와 소통”을 중시하는 담임이 되어야지, 하는 이상만 가지고서는 아이들과의 접선은 불가능하다. ‘수표’를 가지고 전화를 걸 수도, 커피 한 잔을 뽑아 마실 수 없는 것처럼 일상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관계를 도울 수 있는 소소한 ‘동전’이 필요하다. 이 책은 그런 동전들을 차곡차곡 모아서 엮은 이야기이다. 학기 초, 아이들 속으로 깊이 들어가기 위한 ‘학부모 편지’, 남자아이 여자아이를 더 깊이 만날 수 있는 ‘따로종례’, 아이들의 속내를 알기 위해 청소 시간이나 점심 시간을 활용한 ‘길거리 상담’, 아이들끼리의 소통을 돕기 위한 ‘홀짝일기’와 ‘쪽지통신’, 아이들의 입장에서 바라 본 ‘자리 배치 이야기’, 아이들과 교과 교사들의 관계를 돕기 위한 ‘수업 이야기’ 등을 1년의 흐름에 따라 펼쳐 놓았다. 매달마다 엮어둔 쪽지통신과 여러 가지 학급 운영 자료도 참고해서 사용할 만하다.
책에서 아이들은 ‘내 것’이 아니다. 아이들이 있어 담임이 있다. 솔직히 따져 보면 담임인 내 말을 잘 들어야 한다는 엄포는 그저 나 편하자고 하는 협박일 뿐이다. 저희들끼리 소통하며 사회성을 키우고, 각 교과 담임과 콩이야 팥이야 따지고 헤아려 가며 속머리를 채우는 일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도록 뒤에서 돕는 게 우선이다. 친구 문제에 시달리고, 교과 담임에게 내내“왜 그 모양이냐”고 질책을 받는대서야 아이들은 결코 행복할 수 없다. 본격적으로 세상에 놓이기도 전에 상처를 먼저 알고, 미움과 좌절, 권력의 서열에 익숙하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모름지기 담임이란 그러한‘관계 개선과 소통을 돕는 교사’여야 한다고 믿는다.
중고등학교 일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교과 수업 시간을 제외하면 담임으로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그렇게 많지 않다. 가뜩이나 관계 맺기 어려운 요즘 아이들인데, 실제로 함께 하는 시간은 적고 처리해야 할 일들만 늘어나니 담임의 자리를 찾다가 급기야 학급 담임을 맡지 않으려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그 와중에 학기 초에 세운 학급운영 계획대로 시도하려다 제 풀에 지쳐 소진되는 교사들은 얼마나 많으며, 학급운영에 좋다며 다양한 활동을 시도해보지만 이벤트로 끝나버려 회의를 느끼는 교사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관계와 소통이 꽉 막힌 교실에서 아이들은 결코 행복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마음에 새긴다면 담임의 자리는 보다 분명해진다. 아이들과 함께 행복한 1년을 나고 싶은 담임 교사들에게 권하고 싶고, 또 다른 누군가의 학급살림 이야기가 차곡차곡 쌓여가길 바란다.
청소가 되었든, 그 무엇이 되었든 이러저런 일상활동을 잘 도우려면‘동전’이 꼭 필요하다. 우리는 훌륭한 교육이란 어떤 것인지 개념적으로 잘 알고 있다. 교육철학이나 교육적 지향도 뚜렷하다. 그러나 그런 이론은 큰 액수의 수표 같아서, 그것만 가지고서는 전화도 걸 수 없고 커피도 한 잔 뽑아 마실 수 없다. 수표를 헐어서 만든 동전이 얼마쯤은 주머니에 있어야 아이들과 접선할 수 있다. 실제 놀이거리나 심리 활용 기술도 좋고, 때맞춰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 같은 것도 동전에 해당한다. 동전이 많아야 아이들과 잘 놀 수 있다. 잘 놀아야 그 안에서 믿음이 쌓이고 설득력이 생긴다는 것을 이 책에서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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