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 이상대의 4050 학급살림이야기
중ㆍ고등학교에서 담임의 자리를 찾고 고민하는 교사들에게 이상대 선생님은 그저 아이들이 맺는 관계를 돌보는 것이 담임의 역할이라고 이야기한다. 아이들끼리 소통하며 돕고, 각 교과 담임과 배움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도록 뒤에서 돕는 것이 가장 우선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관계와 소통”을 중시하는 담임이 되어야지, 하는 이상만 가지고서는 아이들과의 접선은 불가능하다. ‘수표’를 가지고 전화를 걸 수도, 커피 한 잔을 뽑아 마실 수 없는 것처럼 일상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관계를 도울 수 있는 소소한 ‘동전’이 필요하다. 이 책은 그런 동전들을 차곡차곡 모아서 엮은 이야기이다. 학기 초, 아이들 속으로 깊이 들어가기 위한 ‘학부모 편지’, 남자아이 여자아이를 더 깊이 만날 수 있는 ‘따로종례’, 아이들의 속내를 알기 위해 청소 시간이나 점심 시간을 활용한 ‘길거리 상담’, 아이들끼리의 소통을 돕기 위한 ‘홀짝일기’와 ‘쪽지통신’, 아이들의 입장에서 바라 본 ‘자리 배치 이야기’, 아이들과 교과 교사들의 관계를 돕기 위한 ‘수업 이야기’ 등을 1년의 흐름에 따라 펼쳐 놓았다.
중ㆍ고등학교 일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교과 수업 시간을 제외하면 담임으로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그렇게 많지 않다. 가뜩이나 관계 맺기 어려운 요즘 아이들인데, 실제로 함께 하는 시간은 적고 처리해야 할 일들만 늘어나니 담임의 자리를 찾다가 급기야 학급 담임을 맡지 않으려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그 와중에 학기 초에 세운 학급운영 계획대로 시도하려다 제 풀에 지쳐 소진되는 교사들은 얼마나 많으며, 학급운영에 좋다며 다양한 활동을 시도해보지만 이벤트로 끝나버려 회의를 느끼는 교사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관계와 소통이 꽉 막힌 교실에서 아이들은 결코 행복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마음에 새긴다면 담임의 자리는 보다 분명해진다.
새내기 교사로 발을 내딘지도 어느덧 5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부임 받자 마자 학교 행정 업무 파악과 각종 공문서 처리에 정작 아이들과의 소통은 거의 하지 못했다. 또한, 그러한 업무 파악으로 교수 학습 연구도 게을리 했던 것도 사실이다. 비담임으로 아이들과 직접 부딪히며 지내지는 못하지만, 학생부 일을 맞으면서 20~30명 남짓한 한 반의 아이들이 아닌 190여명에 이르는 전체 학생의 담임이 되었다. 190여명의 아이들 이름을 외우고, 아침 마다 등교지도를 통해 아이들의 개성을 알아갔다. 하지만 아이들이 원하고, 내가 바라던 교사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단지 학교 규칙에 맞춰 아이들을 밧줄로 꽁꽁 묶고, 교칙에 의한 교칙에 의한 수동적인 관계만 맺어 왔다. 이러한 와중에 나도 모르게 조금씩 교직에 대한 회의도 느꼈던 것은 사실이다. 연수를 빌미로 읽게 되었지만 이 책은 나에게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다. 교사를 희망했던 학생 시절에 꿈꿔왔던 교사의 모습은 신선한 압박으로 느껴졌다. 그러면 나는 어떻게 교사다운 교사의 모습으로 살아 갈 수 있을까? 어쩌면 나도 모르게 중고등학생 시절 싫어하던 교사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는지 모른다. 단지 이 책 한 권을 읽었다고 해서 내 모습이 금방 바꿔지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비관적으로 영원히 바뀌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바람직한 교사상이 무엇이며, 그것을 이뤄나가는데 필요한 용기가 무엇인지 배울 수 있게 되었다. 당장 한 번에 모든 걸 바꿀 순 없겠지만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으로 아이들과 소통하는 교사가 되고 싶다.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자신감이다. 한 명의 교사로써 수십, 수백명 이상의 아이들에게 보다 바람직한 인성을 길러주고, 사회에게 인정받는 인간으로써 만들어야 하는 입장에서 자신감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그렇다면 자신감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비단 이상대 선생님이 말씀하신 ‘용기’와 관련된 것이다. 소신을 가지고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표현하고 실천하는 교사를 일컫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교직사회는 사실 폐쇄적인 집단이다.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이 보이긴 하지만 급격히 변화하는 사회 분위기와는 달리 구래의 모습을 지닌 채 항상 똑같은 것만 외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집단 속에서 나는 그 집단에 매료되며 동일한 모습으로 변해 가고 있다. 이러한 순간에 나는 ‘용기’를 가지고 내가 바라는 이상, 그리고 아이들이 원하는 꿈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한, 게으름을 없애는 것도 나에게 혁신적인 일이다. 오전 7시에 출근하여 오후 5시30분이 되면 칼같이 퇴근하여 할 일 없이 있는 것 보다는 좀 더 창조적인 일에 몰두 하고 싶다. 그것이 교직과 관련된 것이면 더욱 근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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