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과 머저리 그리고 이청준
1) 작가, 이청준
이청준은 1939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서울 문리대 독문과를 2년 수료하였다. 그러다 1965년 단편 이 「사상계」의 제 7회 신인상에 당선됨으로써 문단에 데뷔하게 되었다. 이청준의 작품은 한마디로 현실과 이상의 갭, 그리고 그 속에서 일어나는 심리적인 고통을 집요하게 추구하는 것으로 집약될 수 있으며, 이러한 여러 작품에서 잘 드러난다. 소설가의 이상 행동을 통하여 진실을 추구하는 작가가 현실 상황 때문에 그것을 표현하지 못하고 광인의 행동을 하게 되는 정황을 그린 , 아버지를 따라 함께 등산을 하는 딸의 눈을 통하여 일찍이 다른 남자와 도망친 어머니 때문에 등산을 하면서 그 아픔을 억누르고 있는 아버지의 심리적 고통을 에서 그리고 있다. 그리고 에서는 소설을 쓰는 형과 그림을 그리는 아우와의 관계를 통하여 인간의 근원적인 고통을 추구하였다. 이청준의 이러한 특성에 대하여 평론가 김치수는 “정통적인 소설의 방법론을 택하였으면서도 그의 소설이 ‘새로움’을 갖게 하였다.”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출처: 한국 단편문학 (하), 모경준 편집연구실 편, 김재경 해설, 혜원출판사 참고,
2) 병신과 머저리 살펴보기 (줄거리)
‘나’는 화가이다. 그는 혜인에게서 청첩장을 받는데 그녀는 ‘나’대신 장래가 확실한 의사를 배우자로 삼는다. 나는 무기력하게 이 사실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나’의 그림은 더 이상 진전이 없다. 형은 의사인데, 6.25 전쟁 때 패잔병으로 낙오되었다가 동료를 죽였다는 과거를 지녔다. 어린 소녀를 수술 도중에 죽이게 된 뒤로 형은 병원을 나가지 않고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그것은 그의 체험담이었다. 표독한 이등 중사 오관모, 신병 김일병, 그리고 서술자인 형이 소설에 등장한다. 소설 내에서 김일병의 팔은 잘려서 썩어가고 있고 동굴 속에 숨어있는 상황이 묘사된다. 오관모는 냄새 때문에 김일병을 남색의 대상으로 삼지 못하고 지쳐가는 상황에서 그를 죽이려고 한다. 형의 소설은 여기서 그쳐 있는데, 소설을 몰래 보던 ‘나’는 자신의 그림도 그쳐 있다는 것을 떠올리면서 형을 대신해서 소설을 적어나간다. ‘나’가 적은 소설의 결말은 오관모가 잠시 자리를 떠났을 때, 형이 김일병을 쏘았다는 내용이다. 형은 그것을 발견하고 병신, 머저리라고 ‘나’에게 욕을 한다. 그리고 ‘나’의 결말을 없애고 오관모가 김일병을 죽인 뒤, 후에 따라나선 자신이 오관모를 죽이는 것으로 소설의 끝을 맺는다. 그래서 나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 혜인의 결혼식에 다녀온 형은 소설을 불태우는데, 이는 오관모를 만났기 때문이다. 형은 그 이후 닫았던 병원 문을 다시 열게 되고, ‘나’는 여전히 혼란스러워 한다.
3) 병신과 머저리 깊게 파헤치기
의 주제는 자기 정체성을 찾지 못하는 내적갈등을 두 형제의 서로 다른 삶의 방식을 통하여 그 원인과 극복과정이다. ‘병신’은 정신적 상처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 형을, ‘머저리’는 그 원인조차 알지 못하는 동생을 의미한다. 형은 소설을 쓰고 ‘나’는 그림으로 그리면서 나름대로 상처를 극복하려고 한다. 삶의 고통을 예술을 통해서 승화시키는 것이다. 형은 소설을 쓰면서 능동적으로 극복하고, 동생은 형을 통해 삶을 반성하게 된다. 이러한 두 형제의 모습은 우리 사회에서 행동하는 두 지식인상을 보여준다. 형처럼 구체적인 경험과 상처가 있는 사람은 그 원인이 구체적이므로 갈등을 풀 수가 있다. 그러나 동생인 나처럼 가슴이 아프긴 한데 도대체 그 원인을 모르면 갈등을 풀 방법이 없다.
혜인을 붙잡지 못했던, 그리고 그림으로 자신의 억눌린 욕구를 표현하고자 하는 ‘머저리’인 ‘나’와, 극한 상황의 비인간성 속에서 자신에 대한 극도의 환멸을 맛보았던, 그리고 그 환멸에 대한 분출구로서 소설 쓰기를 택한 형인 ‘병신’이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고 있는 형국이다. 이로써 이 둘은 서로에게 반성적 계기가 되며, 그 아픔을 바탕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힘이 된다. 그것은 자기에 대한 비판적 계기가 생에 대한 긍정적 힘으로 승화되는 순간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6·25라는 전쟁의 한복판을 체험했고, 지금은 의사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 형과, 절실한 체험도 없이 아픔의 껍데기만을 간직한 채 무기력하게 살아가고 있는 화가인 나를 통해 한 시대를 살면서도 서로 다른 아픔을 안고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형상화하고 있다. 형은 소설 쓰기라는 방법을 통해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지만 나는 애인도 잃고, 그림도 못 그리는 무기력 속에서 병신과 머저리로서의 삶만을 영위한다. 이청준의 소설이 대부분 그렇듯이 이 작품 역시 당대의 역사적 의미나 이념적 성격을 문제 삼기보다는 인간 내부에 도사리고 있는 실존적 의미를 날카롭게 질문하고 있는 작품이다.
4) 병신과 머저리의 문학사적 의의
1950년대 소설들은 허무주의와 실존주의적 경향이 강했다. 이러한 경향 속에 는 인간의 실존적 갈등을 다룬 소설로써 가치를 지닌다. 의사인 ‘형’은 6.25에 참전하여 동료를 죽였다는 죄책감으로 고통스러워하나, 후에 극복을 한다. 이는 1950년대 허무주의적 소설에 반기를 던진다.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인공인 ‘나’는 전(前) 애인이었던 ‘혜인’에게 ‘형의 상처는 6.25 전쟁 중에 생겼다는 것을 알겠으나, 당신의 상처는 언제 생겼고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받는다. 그렇다. 6.25 전쟁에 참전도 하지 않은 ‘나’. ‘나’는 왜 어떤 상처를, 어디에 숨겨 놓고 있는 것인가. 이것은 소설 마지막에 등장하며 ‘나’는 그 상처를 고민하며 소설은 끝을 맺는다. 현대인의 숨겨진 고질병이다. 이처럼 는 전후소설 뿐만 아니라, 현대인의 숨겨진 마음의 병까지 파헤치는 소설로 1967년에 ‘동인문학상’을 수상하게 된다. 허무주의로써의 탈피인 것이다.
는 1966년 「창작과 비평」가을호에 발표된 작품으로 제 12회 동인 문학상을 수상했다. 인간 실존에 대한 지적이고 관념적인 작가 특유의 소설적 성찰이 잘 반영된 이 소설은 6.25 전쟁을 전쟁터에서 겪은 형과 그것을 체험하지 못한 아우의 각기 다른 고민을 대조시키며 두 세대 간의 서로 다른 원천의 아픔을 형상화하고 있다. 6.25라는 역사적 비극을 자연주의적이거나 관념적으로밖에 다룰 수 없었던 1950년대의 전후 소설을 뛰어 넘어 새로운 소설적 지평을 연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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