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군자란?
공자는 주나라 초기에 주공(周公)이 정립한 질서 체계[周禮]를 인간이 추구해야 할 바람직한 규범이라고 생각했다. 인(仁)으로 대표되는 그의 철학 사상은 효제충신(孝悌忠信)ㆍ박시제중(博施濟衆)ㆍ애인(愛人)ㆍ충서(忠恕)ㆍ정명(正名)ㆍ극기복례(克己復禮) 등을 비롯한 수많은 사상을 내부에 함유하며, 도덕적 인간에 관해 종합적으로 취급하고 있다.
공자에 따르면, 성인(聖人)은 이러한 도덕적 내용을 완벽하게 실현하는 인간이다. 그러나 보통의 인간으로서 이러한 도덕성을 완벽하게 실현하기란 쉽지 않다. 곧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이러한 도덕성을 실현할 가능성을 갖추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이러한 성인의 모습을 닮으려고 노력하는 일이다. 이러한 일은 비록 성인과 같이 완벽한 역량을 갖추지 못했을지라도, 평범한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일은 덕과 재주가 평범한 인간보다 뛰어난 인간이라야 할 수 있다. 이러한 인간을 군자라고 명명한다. 이철승,『철학, 문화를 읽다』,「군자에서 시민까지」, 한국철학사상연구회, 동녘출판사, 2009, p.16. 인용.
군자는 개인의 이익 추구를 중심 가치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공적 의로움의 실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간이다. 개인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인간은 군자의 대척점에 있는 소인이다. 소인은 자기의 사사로운 이익 추구를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이 때문에 소인은 자신의 이익을 확보하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소인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일조차도 서슴지 않는다. 비록 사회적 지위가 높거나 경제적 여유가 풍부한 인간이라도, 자신의 이익만을 위하는 삶을 추구한다면 이러한 인간은 모두 소인이다. 소인의 기준은 사회적인 지위의 높고 낮음이나 지식의 많고 적음에 있지 않다. 공자의 견해에 따르면, 공공의 질서 의식이 약하고 개인의 이기심을 강하게 추구하는 인간은 모두 소인이다.
공자에 따르면, 군자란 자기 이익을 얻고자 분파를 형성하지 않고, 그가 속한 사회의 보편적 질서 의식을 중시하는 인간이다. 군자란 잘못의 원인을 남에게 돌리지 않고 자기에게 돌리며, 동일한 잘못을 반복하지 않고, 성냄을 다른 인간에게 옮기지 않으며, 자기가 하고 싶지 않은 부당한 일을 남에게 시키지 않고, 자기가 이루고 싶은 의미 있는 일을 남이 먼저 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인간이다. 곧 군자의 이러한 역할은 삶의 외적 조건과 직접적으로 관계되어 있지 않다. 이것은 내적 도덕성의 발현과 긴밀하게 관계되어 있다. Ibid., p.17. 인용.
선험적 도덕성의 발휘를 근거로 하는 공자의 이러한 군자관은 이후에 공자의 문인들과 맹자(孟子)에게 계승되어 발전된다. 특히 맹자는 하늘[天]의 운행 원리인 원형이정(元亨利貞)을 자각적으로 본받아 형성한 인의예지(仁義禮智)의 선험적 도덕성을 선(善)으로 여기는 성선설(性善說)의 이론을 확립한다. 그리고 통치자는 본래적으로 선한 도덕성을 발현하여 인민을 위하는 왕도정치를 실현해야 할 것을 생각한다. Ibid., p.18. 인용.
2.시민이란? Ibid., p.18-22. 인용.
시민(citizen)이란 비록 고대 아테네에서 시작했지만, 1789년 프랑스 혁명을 전후로 새롭게 형성된 근대적 개념이다. 이 시민은 역사적으로 민주주의 이념과 깊게 관련된다.
그런데 아테네의 민주주의 제도는 로마의 제국주의와 중세 봉건 사회에서 견실을 거두지 못하고, 산업 사회의 도래와 함께 신흥 세력으로 성장한 부르주아 계층인 시민들의 ‘천부인권(天賦人權)’론으로 인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자유ㆍ평등ㆍ박애 등의 이념을 자연권으로 생각하는 신흥 세력은 인간에 대해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생명ㆍ건강ㆍ자유ㆍ재산 등의 권리를 가질 수 있는 존재로 여겼다. 그들은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는 이러한 자연권을 천부인권으로 여기며 절대왕정에 맞서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주장했다. 그들은 최소 국가를 지향하면서 사회에서 최소의 안전과 질서를 위해 사회계약의 필요성을 제기했는데, 대표적인 사상가로는 로크와 루소 등이 있다.
특히 로크는 사유재산권을 자연권으로 옹호했는데, 이것은 부르주아 계층의 관점을 반영할 뿐만 아니라 이기심을 긍정하는 시민들의 의식을 확산시키는 면에 기여했다. 그러나 이기심이란 기본적으로 자기 중심주의적인 성격이 강하게 작용하는 심리 상태다. 이 때문에 각자의 이기심을 양보 없이 확보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 서로의 이기심은 반드시 모순 관계에 빠진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익확대에 대한 손실을 축소하기 위해 역설적으로 자신들의 이기심을 제약하는 규약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그에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 곧 그들은 개인의 도덕성을 신뢰하는 상태에서 서로 양보하는 방법을 택하지 않고, 합리적이고 강제적인 규약이라는 제도를 통해 이익을 확보하고자 했다.
이와 같이 근대의 시민들은 ‘이기주의의 역설(paradox of egosim)을 자각한 후, 일정한 타협과 협의를 통해 그들의 이익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이러한 협정을 ’최소 도덕(minimum morality)으로서의 법체계라고 할 수 있다. 법체계는 인간들 사이에 나타나는 갈등을 조정하는 공공의 영역으로 간주되면서, 시민 누구나 지켜야 할 합리적인 규약으로 여겨졌다. 이제 이 공적인 영역에 참여하는 시민들은 이 규약을 어길 때보다 지킬 때 그들의 이익이 안정적으로 확보될 수 있음을 확신하게 되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는 많은 시민에게 정부를 비롯한 그 어떠한 국가 기관보다 개인의 이권이 우선한다는 의식을 갖도록 했다. 그들은 이것을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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