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화밭 엽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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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목화밭 엽기전 에 대한 자료입니다.
본문내용
목화밭 엽기전
lesson 1 우선 물어나 봅시다. 과연 엽기(獵奇)입니까?
산업화시대로 일컬어지던 20세기를 뒤로 하고, 이른바 새로운 밀레니엄으로 불리는 2000년대의 첫발을 내딛는 시점에서 전혀 예기치 못한 섬뜩한 단어 하나가 나타났다. 이 단어는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순식간에 청소년들의 마음을 휘어잡아, 어느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기세를 확장하더니, 곧 온 나라의 눈과 귀를 침범해 들어갔다. 그리고는 소설이나 영화, 광고, 게임, 심지어는 유머를 포함한 온갖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적지를 초토화시키고 돌아오는 개선장군마냥 당당하게 이 나라 문화의 성에 입성하였다. 이 단어의 주인공은 바로 ‘엽기(獵奇)’이다.
그렇다면 이 소설의 제목에도 등장하는 이 ‘엽기’란 단어의 정확한 의미는 무엇인가? 한글 2005에 부속되어 있는 기능 중 하나인 한컴 사전에 물어보았다.
엽기 (獵奇) :【명사】【~하다|자동사】 괴이한 것에 흥미가 끌려 쫓아다니는 일.
괴이한 것에 흥미가 끌려 쫓아다니는 일이라니. ‘엽기’의 사전적 의미가 그러하다면 의 주인공들인 한창림 박태자 부부는 소설의 제목에 걸맞듯이 분명 ‘엽기’적인 인물들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은 대학 강사와 수학 과외선생이라는 지극히 정상적인 직업을 가지고, 과천의 서울대공원 옆에서 공터가 딸린 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30대 부부이다. 교육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두 사람의 이미지만 놓고 보자면 이 부부의 바깥 모습은 지성적이고 말끔하며, 사회가 만들어 놓은 제도권의 계단을 차곡차곡 걸어온 현대인 같다. 하지만 안쪽으로는 그런 말끔한 지성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누구나 경악할만한 끔찍한 취미적인 부업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어린 남자아이를 납치하여 감추어둔 지하실에 감금하고 스너프 비디오를 찍은 후, 결국엔 그를 죽여 집 뒤의 공터에 거름으로 파묻어버리는 일이다. 그리고 그 비디오를 무시무시한 권력을 가진 수컷으로 상징되는 펫숍 삼촌에게 수고비와 비굴한 관계의 대가로 건네어준다.
이쯤에서 한번 물어나 보자. 이들은 과연 엽기(獵奇)입니까? 당연하다. 이 부부가 행하는 일들을 관통하는 코드는 바로 엽기성이다. 그것도 유머 사이트에 오르락내리락하는 사람들이 낄낄거리며 웃을 수 있는 가벼운 엽기가 아니라 납치, 감금, 린치, 강간, 살인으로 얼룩진 극단적인 엽기 말이다. 자, 이제 이 엽기적인 부부 중 남편 노릇을 하고 있는 한창림을 통해 도시에서 수컷으로 살아가는 법을 알아보겠다.
lesson 2 : 맨드릴 원숭이들이여. 현대인의 가면을 써라.
웬만한 현대인이라면 자신의 깊은 곳에 살아 숨 쉬는 원초적 야생성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픈 욕망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단정한 양복이나 메이커 의류 대신에 야생성이라는 가죽을 덮어쓰고 한 마리의 야수가 되어 자신을 억압하는 모든 것을 할퀴고 부수고픈 욕망을 말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들이 내면에 잠재해 있는 야수를 현실에 불러들이더라도 사회의 체계를 넘어설 수 없음을 알고 있는 탓에 섣불리 내면의 야수를 현실에 불러내지 않는다. 인간에게 지성과 교양을 가르쳐온 사회와 그것을 숙지하며 살아온 우리 자신이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 이러한 제약을 무릅쓰고 자신의 야생성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사내가 있다. 스스로를 ‘강한 수컷’이라고 정의내리고, 위기 순간에 광포한 야생성을 드러내어 자신과 아내 박태자를 궁지로 몰아넣는 상대방들을 물리치는 남자. 그가 바로 의 주인공 한창림이다.
한창림 마누라 박태자 왈 :
남편이 수컷 중에서도 유별난 수컷이라는 것은, 그때야 비로소 알았다. (P146)
자칭 ‘강한 수컷’이자, 아내 박태자가 여기기에는 ‘수컷 중 유별난 수컷’인 한창림은 특유의 야생성을 드러낼 때마다 ‘수컷 냄새’ 라고 칭해지는 냄새를 강하게 풍긴다. ‘수백만 개의 땀샘과 수백만 개의 기름샘들이 극한으로 활성화되어, 활짝 열리어, 한꺼번에 내뿜는듯한.(p194)’ 악취가 그의 사타구니나 겨드랑이에서 한껏 뿜어져 나오는 것이다. 이 냄새가 사방에 퍼져나가 다른 사람들의 코를 진동시키는 순간, 한창림은 몸속의 야수성과 광기를 끄집어내어 기존의 수컷들과는 다른 ‘강한 수컷’으로 업그레이드된다. 후각을 통해 자신보다 나약한 수컷들에게 앞으로 겪게 될 고통과 공포를 미리 전해준다. 이는 한창림이 자신에게 교활한 수작을 부린 대치동 회계사를 찾아가는 장면에서 잘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