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패트릭 J. 기어리의 『민족의 신화, 그 위험한 유산』
-패트릭 J. 기어리의 『민족의 신화, 그 위험한 유산』
“다양한 사람, 국가들로 유럽연합을 건설해 공통문명을 나눈다 해도 각 나라의 고유한 정체성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의 말이다. 유럽통합에 앞서 EU 헌법의 비준에 대한 국민여론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한 이 말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유럽 인들이 통합을 앞두고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드러내주고 있다. 물론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말한 ‘각 나라의 고유한 정체성’이란 현재 유럽의 국민국가(nation state)들에게 있어선 ‘민족’의 고유한 정체성일 것이다. 즉 유럽 인들은 각국의 민족성이, 소위 '“최초 획득(primary acquisition)”의 시기' 패트릭 J. 기어리. 이종경 옮김『민족의 신화, 그 위험한 유산』 지식의 풍경. 2004. p. 27
이후 변하지 않고 지켜져 온 그들의 정체성과 전통이 훼손될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 ‘결코 사라지지 않을’ ‘각 나라의 고유한 정체성’이 언제부터 ‘고유한’ 것이 되었으며, 어떻게 해서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혹은 다짐)까지 심어주게 된 것일까.
이러한 질문에 대해 현재 가장 설득력 있는 대답들은 모더니즘 이론에서 제시하고 있다. 모더니즘 이론의 핵심은, 민족은 근대에 들어서 국민통합이라는 실질적 필요 때문에 발명, 형성된, 상대적으로 최근의 현상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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