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민족의 신화, 그 위험한 유산’을 읽고
‘독도 파동’을 비롯한 일본의 우경화 경향과 ‘동북공정’으로 표상되는 중국의 새로운 패권주의에 가속도가 붙고 있는 상황에 발맞춰 이들 국가의 민족주의가 또한 고조되고 있다. 그리고 2002년 여름, 시청 앞 광장에 붉은 티를 입고 모인 수백만의 인파에서 엿볼 수 있듯이, 한국의 민족주의 역시 굉장한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 어쩌면 한국은 동북아 3국 중 가장 민족주의적인 나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동북아의 정치적 환경이 날로 불안해져 가는 지금의 시점에서, 3국의 민족주의는 동북아의 협력과 평화를 위해 바람직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지금까지 맹목적으로 인식되어 왔던 민족상(像)과 민족주의의 방향성에 대한 재정립과 성찰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패트릭 J. 기어리의 ‘민족의 신화, 그 위험한 유산’은 고대와 중세 유럽의 민족 형성 과정에 대한 서술을 통해 우리가 기억하고 있던 민족의 신화와 허상을 폭로한다. 그리고 민족이라는 개념이 내포하고 있는 위험성을 경계하고, 민족에 대한 바람직한 재인식을 통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방향을 추구한다. 이는 끔직한 인종청소(이 책에서는 종족청소라고 표기)가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발칸반도, 그리고 인종주의적인 극우정당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는 유럽의 지형을 넘어서, 민족주의가 현실적으로 평화에 위협적인 존재로 기능하고 있는 동북아와 우리나라에서도 필요한 문제의식이라 생각된다.

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