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패트릭 J. 기어리의 『민족의 신화, 그 위험한유산』
패트릭 J. 기어리의 『민족의 신화, 그 위험한 유산』
민족은 상상의 공동체 『상상의 공동체』 베네딕트 앤더슨․ 윤형숙 옮김. 나남. 1993
라는 도전적인 명제가 학계에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적이 꽤 지났다. 베네딕트 앤더슨의 이 개념은 그 동안 민족에 대한 많은 고정관념을 뒤흔들어놓으면서, 민족 문제를 새롭게 접근하게 해 주었다. 그러나 현실은 학계와 또 다르다. 중국의 동북공정에서 유럽의 발칸반도에서의 분쟁까지, 인도네시아의 동티모르․ 아체 주 독립문제에서 러시아 체첸분쟁까지, 최근 몇 년간 지구촌은 동서남북 가릴 것 없이 치열한 민족문제에 맞닥뜨리고 있다. 이를 보면 결국은 실존하는 상상의 공동체의 위력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알 수 있다. 또 한편으로는 신화로 왜곡된 그 공동체의 위력을 실감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패트릭 J. 기어리는 이러한 왜곡에 학문-특히 역사학-이 크게 기여했다는 반성으로 이 저작을 썼음을 서문에서 고백하고 있다. 특히 기어리 자신이 근대민족국가라는 발명품의 고향인, 유럽의 역사학자라는 점에서 이 책에서는 근대 문명에 대한 반성과 더불어, 학자의 치열한 사명감을 느낄 수 있다.
기어리가 민족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은 굉장히 독특하고 흥미롭다. 앤더슨이 민족을 근대 인쇄매체에 의해 상상된 공동체라고 규정했다면, 기어리는 근대 민족이 상상되기 이전의 지점을 찾아 떠난다. 그 곳은 바로 로마제국, 상세히 말해 로마인과 바바리안이 끊임없는 각각의 정체성을 고민하던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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